10월15일 평택 SPL 공장에서 23세 여성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생을 달리했다. 사고가 일어난 SPL 공장은 SPC 그룹의 자회사다. 그의 사망 뒤에는 노동자 보호 규제를 어긴 기업이 있었다. 이에 본교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SPC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노동자는 SPL 제빵공장에서 소스를 섞는 소스배합기에 끼어 사망했다. 회사 메뉴얼에는 소스 혼합공정에서 2명이 작업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으나, 사고 현장에서 2인1조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SPL 강동석 대표이사는 10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2인1조라기보다는 일련의 공정을 두 사람이 같이 하는 작업이며 모든 것을 함께하는 규정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의 기계 9대 중 7대는 안전 덮개가 없었고, 비상멈춤 스위치는 기계에 끼인 작업자가 스스로 누를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사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 장치들이 부재했던 것이다.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여성노동자의 사망 이전에 SPC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SPC는 파리바게뜨, 삼립 등 유명 브랜드 28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규모 식품 프랜차이즈 선두 기업이다. 그러나 2018년 SPC는 파리바게트 제빵기사들에 교육수당 미지급, 휴식권 미보장에 더해 불법 파견한 전적이 있다. SPC는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와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 전원을 직접고용하고 3년 안에 본사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적용하는 내용을 주로 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의하면 4년이 지난 2022년 10가지 내용 중 단 2개 약속만이 이행 완료됐다. 

정진화(환경·20)씨는 "이번 사고 이전에도 휴식이 보장되지 않거나 임신 중인 노동자가 유산을 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고가 꾸준히 있어왔는데, 계속 방치하다가 결국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며 "사망사고가 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일어나는 등 기업에서 노동자를 인간으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하고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박혜상(철학·22)는 “사고 이후 SPC의 비인간적인 모습에 화가 나서 ‘소비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소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해도 노동자는 뒷전으로 생각하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는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지만 확실한 거부의 의사표현은 불매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함께 불매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내에는 노학연대모임 바위 및 익명의 이화인이 작성한 대자보가 붙기도 했으며 본교 앞 파리바게뜨에서는 피켓팅이 이뤄지기도 했다. 대자보에는 “노동자는 우연히 죽은 것이 아니”라며 “계속해서 반복되는 열악하고 안전이 부실한 노동현장, 이를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자본기업, 그리고 노동자의 안전과 목숨이 중요하지 않도록 만든 우리 사회가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편 학생들은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포스트잇을 붙이기도 했다. 포스트잇에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는 곳에서 만든 빵을 먹겠습니다’,  ‘피 묻은 빵은 소비하지 않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학생들이 산재사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포스트잇을 붙였다. 정수정 기자
학생들이 산재사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포스트잇을 붙였다. 정수정 기자

청년단체들도 함께 분노했다.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은 “기본 규칙과 안전장치의 부재는 규정의 위반을 넘어서 기업이 노동자들을 한 회사의 동료이자 구성원으로서 대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업이 노동자들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았다면 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했을 것이고, 비극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10월31일 강 대표이사는 회사 게시판에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글을 게시하며 “유가족분들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유가족이 볼 수 없는 회사 게시판에 게시됐고, 동료 직원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SPC 계열사에서 아르바이트 해본 대학생들이 많을 것”이라며 “청년들의 일상 가운데 존재하던 기업이었기에 청년들이 더욱 분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현장이 나의 일터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 사회가 시민 안전에 무감각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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