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캔위성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안이령씨(왼쪽), 안정우씨. 박성빈 사진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캔위성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안이령씨(왼쪽), 안정우씨. 박성빈 사진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캔위성 경연 대회에서 본교 안정우(물리·19)씨, 안이령(과교·21)씨로 구성된 ‘이리온’ 팀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캔위성은 인공위성을 음료수 캔 크기로 단순하게 구현한 교육용 위성이다. 해당 대회는 학생들이 직접 캔위성을 설계하고 제작함으로써 우주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11년째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직접 제작한 위성을 발사하고, 위성이 상공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다. 이리온 팀은 캔위성의 위치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어하고, 굴절률을 통해 미지 행성의 표면 물질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이리온 팀 위성의 두 가지 임무는

최근 누리호 발사, 스페이스 X 등 우주에 대한 기업과 민간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위성 수가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 위성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그 수가 많아지면 서로 충돌하거나 디지털 오작동을 일으킬 확률이 커진다. 예기치 못한 ◆태양풍을 만나 위성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위성이 오작동하거나 손상될 경우 십수년간의 연구가 실패로 돌아간다. 이렇게 위성의 디지털 작동이 어려울 때 지상에서 위성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리온 팀은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위성의 위치를 조정했다. 지상에서 원격 컨트롤러를 통해 신호를 주면 직접 코딩한 ◆아두이노가 캔위성 양쪽에 장착된 프로펠러를 회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리온 팀의 또 다른 임무는 굴절률을 이용해 지상의 표면 물질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다른 행성의 표면 물질을 알아보는 것은 과학계의 오랜 관심사다. 하지만 직접 해당 행성에 도달해야만 알 수 있다면 연구 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다. 

안이령씨는 “보다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하던 중 편광판을 통해 물질의 굴절률을 구하는 방안을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편광판은 빛의 어느 한 방향만을 통과시키는 얇은 필름이다.

이리온 팀은 캔위성의 양쪽에 편광판을 부착해 회전하게 했다. 편광판이 회전하다 보면 빛이 특정한 각으로 입사할 때 어둡게 보이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의 특정한 각을 알면 ◆스넬의 법칙을 활용해 굴절률을 계산할 수 있다. 굴절률은 물질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에 굴절률 값을 구하면 위성이 포착한 물질이 무엇인지 특정할 수 있게 된다.

이리온 팀의 캔위성은 발사 장소인 고흥 항공센터 인근의 고흥호를 포착했는데, 이 호수로부터의 위성이 측정한 굴절률은 1.28이었다. 물의 실제 굴절률은 1.33이므로 캔위성이 실측한 값과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이령씨는 “해당 방식을 정교하게 구현해서 상용화하면 실제 미지 행성의 표면 물질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호 보완을 통해 얻은 성취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전공은 대회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상호 보완할 수 있었다. 물리학을 전공하는 안정우씨는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전공 이론을 바탕으로 위성의 운동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 가설을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로 입증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리온 팀은 위의 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위성의 운동 상황에 대한 데이터와 미지 물질의 굴절률을 얻고자 했다. 두 가지 임무를 설정했기에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다량의 데이터가 수집됐고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했다.  

안이령씨는 캔위성 설계 및 제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과거 캔위성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는 그는 위성이 상공을 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예방책을 마련했다. 

로켓에 탑재해 캔위성을 상공으로 쏘아 올리면, 캔위성이 로켓에서 분리돼 자유 낙하를 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상공 500m 이상의 높이까지 비행하기 때문에 위성이 받는 충격이 크고, 이 과정에서 부품이 파손돼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안이령씨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보완재를 부품 사이사이에 넣는 것은 물론, 부품이 일부 파손될 경우까지 고려한 대안도 마련했다.”며 “위성이 착지하는 과정에서 물이나 진흙에 빠질 경우를 대비해 중요 부품을 방수 처리하고, 바람이 많이 불 경우를 대비해 낙하산에 구멍을 뚫어 위성이 안정적으로 착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연구 과정 경험의 기회

크기가 작은 캔위성이라도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설계, 제작, 발사, 운용의 전 과정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해내야 했기에 이리온 팀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 안이령씨는 “실험을 위해 집 옥상에서 캔위성과 같은 규격의 물병에 낙하산을 매달아 던져 보기도 했다”며 “본선에서 위성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수많은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안정우씨 또한 본선을 위해 위성을 제작하고 발사하는 데만 여름 방학을 전부 할애했다. 그는 “위성을 발사하거나 발표하기 위해 매번 서울에서 대전, 전라남도 고흥까지 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힘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의미는 있었다. 안정우씨는 “어려웠지만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앞으로의 진로 설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 전건상 교수(물리학과)는 “직접 캔위성을 제작하고 창의적 아이디어까지 추가 구현하는 것은 과학적 연구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리온 팀의 캔위성에 대해 “학부생으로서 교과 과정 중에 배운 이론을 잘 활용해 위성의 임무를 설정하면서도, 돌발상황에서 위성을 아날로그 신호로 조작한다는 창의성이 돋보였다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리온 팀을 비롯한 본선 참가자들의 캔위성은 발전할 가능성을 인정받아 다가오는 항공우주학회 추계학술발표 캔위성 세션에서 발표할 기회를 가진다. 안이령씨는 “이리온 팀의 연구가 실제 위성 운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 태양풍 : 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양성자와 전자 등 미립자들이 포함돼 있으며 매초 약 100만 톤의 질량이 태양에서 방출됨

◆ 아두이노 : 디지털 장치를 감지•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 스넬의 법칙 : 빛의 굴절 현상을 정량적으로 정리한 물리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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