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지씨와 엄서현씨(왼쪽부터)를 본교 이대서울병원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박성빈 사진기자
강승지씨와 엄서현씨(왼쪽부터)를 본교 이대서울병원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박성빈 사진기자

 

강승지(의학·18)씨와 엄서현(의학·18)씨가 집필한 연구논문이 ◆SCIE급 학술지 <BMJ open>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1990년부터 2019년까지의 아시아 신경계 질병 부담: 글로벌 질병 부담 연구 데이터를 사용한 분석(Burden of neurological diseases in Asia from 1990 to 2019: A systematic analysis using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data)’이다. 학업 부담이 높은 의과대학 학부생이 논문을 집필한 것은 이례적이다. 방학을 반납하고 연구에 참여한 강씨와 엄씨를 12일 화상 회의 프로그램 구글 미트(Google Meet)로 만났다.

동기인 강씨와 엄씨는 본교 랩 로테이션(Lab Rot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를 시작했다. 랩 로테이션은 방학 동안 자율적으로 특정 교수의 지도를 받아 100시간 이상 연구에 참여하고 수료증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본과 2학년 시절, 짜인 커리큘럼을 따라 공부한 두 사람은 방학 동안 관심 분야를 자율적으로 탐구해보고자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는 신경계 질환이었다. 연구 주제를 정하던 중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아시아에서는 신경계 질병 부담 차이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1990년과 2019년 아시아 국가의 신경계 질환 질병 부담 차이를 분석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변화되는 질병 부담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국가별로 효과적인 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신경계 질환의 집중 치료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매년 뇌졸중과 치매 같은 신경계 질환을 앓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아직 많은 신경계 질환의 원인과 작용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러한 연구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환자의 질병 부담을 낮추고 삶의 질을 증진하는 의학 과제를 해결하고자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WHO 지역 분류에 따라 아시아 54개국을 서태평양 지역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구분해 1990년과 2019년의 질병 부담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1990년에 비해 두 지역 모두 감염성 질환에 대한 장애보정생존연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s) 값이 2019년 감소했다.

반면 2019년에는 치매와 편두통, 긴장형 두통과 같은 신경계 질환의 장애보정생존연수 값이 두 지역 모두 늘었다. 장애보정생존연수란 질병으로 조기 사망해 손실된 수명과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기간을 합한 것으로 산출 값이 클수록 질병 부담이 크다.

즉,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을 진단받는 고령 환자 수가 늘었고 그들의 질병 보유 기간도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예방적 처치의 발달과 위생 증가의 영향으로 파상풍이나 뇌수막염, 뇌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대한 장애보정생존연수는 감소했다.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계 질환은 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연장돼 고령 인구가 많아졌고, 그만큼 신경계 질환 보유자도 증가했습니다. 의료 발달로 인해 그런 신경계 질환을 앓고도 오래 사는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질병 부담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연구가 있냐는 질문에 “코로나 이후의 자료를 분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는 “2022년 네이처 메디슨 2월호를 보면 코로나 감염 이후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했다고 나와 있다”며 “현재의 연구 자료와 코로나 이후의 신경계 질병 부담 증가 지표를 분석해보고 싶다”고 했다.

엄씨는 “이번 연구와 마찬가지로 의학 연구는 결론적으로 환자들을 더 수월하게 치료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 신경계 질환이 질병 부담으로 다가왔을 때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담을 지는 환자들의 심경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미국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구축한 국제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SCIE의 등록 여부는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술지 평가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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