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문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30% 이상이 종립 대학이다. 한국 대학 전체의 80%가 사립대학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다. 이들은 저마다의 종교적 전통과 이념에 따라 종교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본 호수의 펼침기획은 개인 종교의 자유와 사립대학 종교 교육의 자유, 두 권리의 충돌로 활발히 논의되는 “채플”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채플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더 나은 채플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전문가에 자문했다. 채플 관련 논쟁의 역사를 타임라인을 통해 제시하고, 사건들을 소개한다. 이제껏 있었던 채플 관련 판결의 법률적 측면을 살펴보고, 전문가의 시각을 빌려 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채플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설문조사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어떠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여기에 더해 타교의 채플과 종교 교육 운영 사례를 분석했다. 

 

“채플을 왜 들어야 하나요?” 수강신청 시기만 되면 학생들 사이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다. 본지는 채플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8월18일부터 9월1일까지 재학생 403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채플 운영 방식에 만족하는 학생은 9.7%, 만족하지 않는 학생은 78.1%였다. 불만족의 이유로는 8학기 필수(50.5%), 종교의 자유 침해(28.1%), 학점 미부여(14.4%) 등이 있었다.

본교는 8학기 채플 이수를 졸업 요건으로 설정해 학생들은 이를 충족하지 못할 시 졸업이 불가하다. 채플은 학교 설립의 취지 및 정체성과 연관돼 있어 기독교 학교의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교육과정으로 꼽히며, 단순히 예배의 기능을 넘어 교내 소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종립대학은 종교 교육의 자유에 근거해 채플을 운영할 수 있다.  

채플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부터 지속됐다. 본교와 숭실대를 비롯한 많은 종립대학에서 학생들이 채플 강제에 대해 헌법소원, 소송 등의 방법으로 항의했다. 특히 본교의 경우 타교에 비해 채플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학기 수가 많아 채플 축소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채플이 시작된 1888년부터 본교는 변함없이 채플을 기독교적 건학 이념을 구현하는 통로로 운영하고 있다. 

2021년 5월과 2022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대학의 채플 수업이 학생 개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채플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 해당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을 마련하는 등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학생이 입학 전에 채플 이수가 의무임을 인지했더라도 이는 대학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대학이 특정 과를 제외하면 종파 교육과 연관이 없는 일반 학과로 구성됐다는 점 등을 들어 “학생이 종립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을 곧바로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로 간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총연합과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는 인권위의 권고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지만, 기독교 내에서도 입장은 다양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박경양 목사 “종립대학에는 종교 교육을 통해 건학 이념을 실현할 권리가 있지만, 해당 권리가 학생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인권위 권고에 동의했다.

학교의 채플 강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서울대 이성청 교수는 “학생과 학교의 입장 차이를 줄이려면 대화와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독교 교육 방식에 대한 안내를 분명히 하지 않는 대학의 자세를 꼬집었다. 그는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이를 학생에게 투명히 밝혀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안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서명삼 교수(기독교학과)는 “학생들이 환영하지도, 능동적으로 참여하지도 않는 채플이 이들에게 과연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채플에 반감을 가지지 않게 하려면 “학교가 본교의 기독교 정신과 채플을 통해 무엇을 이뤄내고 싶은 것인지를 밝혀 학생들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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