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재학생 10명 중 8명은 채플 운영 방식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2022년 2학기 기준 채플 운영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 학생은 78.1%였다. 매우 불만족하는 학생이 49.9%, 불만족하는 학생이  28.2%로 집계됐다. 불만족한 이유로는 8학기 필수(50.5%), 종교의 자유 침해(28.1%), 학점 미부여(14.4%) 등이 있었다. 

설문은 본지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했으며,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과 에브리타임(everytime.kr), 이대학보 공식 인스타그램(instagram.com/ewhaweekly), 카카오톡 학과 채팅방을 통해 배포했다. 8월18일부터 9월1일까지 15일간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403개의 응답을 수집했다.

현행 종교 교육 방식이 개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느낀 응답자는 전체의 58.2%였다. 고유민(교공·21)씨는 “채플이 필수라는 것만으로도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 같았다”며 “학교가 종교를 강요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씨도 “종교 행사를 강요받고 채플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불편했다”고 말했다.

조규빈(정외·22)씨는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된 만큼 채플은 이화의 정체성 중 하나고, 본교의 설립 취지와 의도를 배우는 시간도 중요하다"며 채플 유지의 필요성을 말했다. 양희수(화학신소재·20년졸)씨도 “전공에서는 이화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는데 채플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화 역사에 대해 배우고 관심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김다은(경영·19)씨는 “채플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했고, 대강당에서 벗들과 함께 채플을 듣는 것 자체가 소속감을 고양시켰다”고 말했다.

긍정적 경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양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고, 듣고 싶은 수업과 시간표가 겹치기도 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김씨는 현재 학기와 인재개발원 현장 실습 인턴을 병행하고 있다. 해당 활동은 대체 학점으로 인정돼 학기 병행이 필수적이다. 인턴 활동으로 채플을 듣기 어려워져 교목실에 연락한 그는 “일요일마다 대학교회에 가서 예배를 들으라”는 답변을 받았다. 김씨는 “일요일 아침마다 1시간 예배를 듣기 위해 왕복 3시간을 이동해야 해 힘들다”고 말했다. 

무용채플, 선배채플 등 채플이 종교적 색채 없이 인성 및 교양 함양 목적으로 시행될 경우 이수할 의향을 물었을 때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52.5%로 과반이었으며,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9.9%였다. 

최시원(심리·20)씨는 “채플의 내용과 상관없이 학교가 학업 교육 외에 종교를 내세우고 의무를 부과해 통제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하고 대학이 갖는 의미를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채플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반면 김씨는 “8학기 채플을 모두 수강할 생각은 없지만 여유로운 시기라면 이화의 오랜 전통을 경험해보기 위해 1학기 정도는 수강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6월 양씨는 졸업 전 8학기 채플을 이수하지 못해 대체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본교 교목실에 따르면 대체 과제는 채플 미이수로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학생을 위한 보강책이므로 해당 학생에게만 안내된다. 대체 과제는 지정도서를 읽거나 지정 콘텐츠 관람 후 레포트 작성, 성경책 필사 등이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과제의 종류는 미이수 학기에 따라 달라진다. 양씨에 따르면 대체과제 안내 파일에는 관련 내용 유출 금지에 대해 쓰여 있었다. 양씨는 교목실로부터 메일과 메시지, 전화로 대체 과제 안내를 받았다. 

본교는 대체 과제를 공개적으로 안내한 바가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 전 채플 8학기 이수를 채우지 못하면 대체과제가 주어진다는 사실만 알 뿐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 본지가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80% 이상이 대체 과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채플 대체 과제에 대해 ‘존재만 안다’는 응답이 58.6%로 가장 많았고 ‘아예 모른다’는 22.8%, ‘어느 정도 알고 있다’가 15.4%, ‘매우 잘 알고 있다’는 3.2%로 뒤를 이었다. 

서명삼 교수(기독교학과)는 대체 과제에 대해 “징벌적 측면이 있으나 학생을 벌주려는 의도보다는 채플 미이수로 학생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구제책의 기능이 크다”고 말했다. 채플 미이수로 졸업이 어려운 학생들을 무사히 졸업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설문 결과 입학 당시 채플 등 종교 교육 이수가 필수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재학생 비율은 51.1%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중 본교 공식 자료로 해당 내용에 대해 충분히 안내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10.5%에 그쳤다. 본교는 2022학년도까지 신입생 모집 요강이나 홍보책자에 채플 운영 방침을 명시하지 않아왔다. 2023학년도 부터는 신입생 모집 요강 목차란에 “매학기 채플 수업이 진행되며, 정해진 훈련 학점을 취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표기한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함승수 교수는 종립 대학이 종교 교육에 대해 충분한 안내를 제공하는 것이 “법적인 의무를 넘은 친절한 의무”라고 말한다. 대학에 사전 고지에 대한 법적 의무의 관점의 접근을 넘어 종교 교육 방침 등을 설명해 학생이 대학 선택 시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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