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판타지일까? 실제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자폐인들은 없을까? 디자이너계의 우영우가 있다면? 이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 자폐인 디자이너를 채용해 이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오티스타다. 본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오티스타 대표 이소현 교수(특수교육과)와 그 구성원들을 만나봤다.

 

오티스타 대표 이소현 교수  박성빈 사진기자
오티스타 대표 이소현 교수 박성빈 사진기자

 

자폐인 디자이너와 함께한 10년

자폐인의 특별한 재능 재활(Autism Special Talents And Rehabilitation)이라는 영문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기업 '오티스타'는 본교에 산학협력기반을 둔 연구(ESTAR) 과제로 출발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자폐인들이 장애로 인해 갖게 된 특성을 재능으로 보고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오티스타는 자폐인들의 시각적 학습 능력에 주목했다. 디자인 스쿨에서 교육받은 자폐인들 중 일부는 오티스타의 디자이너로 채용된다. 현재 오티스타의 자폐인 디자이너는 13명이다.

자폐인 디자이너를 고용한 오티스타의 경쟁력은 다른 기업 못지않다. "사람들이 오티스타의 디자인을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디자이너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에서 디자인이 나오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들이 그려내는 밝고 화려한 색채의 그림에는 저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

반복행동이 디자인 업무에 있어 강점이 되기도 한다. 세부적인 표현력이 뛰어나고 좋아하는 것에 깊이 몰입한다는 점은 빠른 디자인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좋아하는 공룡을 드로잉하는 자폐인 디자이너 정윤석씨 박성빈 사진기자
좋아하는 공룡을 드로잉하는 자폐인 디자이너 정윤석씨 박성빈 사진기자

오티스타의 디자이너는 모두 정규직이며 드로잉부터 트레이싱 등의 컴퓨터 작업까지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직무 만족도도 높다. 근무한 지 올해로 7년 차가 되는 김승태 디자이너는 "오티스타에서 일하며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각자의 모습 그대로 함께 어울려 사는 것

재능재활을 강조하는 오티스타의 지원 방식은 지금까지의 장애 복지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이전에는 시혜적이고 일회적인 의식주 지원이 주를 이뤘던 반면 오티스타는 자폐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복지의 시작은 모든 사람이 자기 모습 그대로, 자기 있는 자리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거예요. 그리고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입니다."

오티스타 매장 박성빈 사진기자
오티스타 매장 박성빈 사진기자

설립 때부터 함께한 박혜성 이사(특교·03년졸)는 자폐인들이 일상에서 많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 "사무실 주변 식당이나 가게들을 방문했을 때 자폐인들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 써 주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 디자이너들이 이 지역사회에 스며들어 생활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행복합니다."

오티스타는 대중들과 자폐 관련 연구와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오티스타가 사회적기업을 넘어 우리나라의 자폐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우산 같은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자폐인은 전 세계 인구의 약 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100명 중 2명은 자폐인이라는 의미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여과 없이 지속적으로 보여줬다면 사람들이 자폐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가 자폐라는 사실만을 너무 들여다보지 말고 자폐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를 봐달라"고 덧붙였다. 온전히 한 사람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오티스타 같은 기업이 더 많아지기를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그런 세상을 꿈꿔요."

오티스타의 비전을 묻자 이 교수는 "자폐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가며 그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오티스타의 디자이너들은 모두 일을 잘해내고 있다. 그는 "용감하게 자폐인들을 채용하는 회사들이 많아져서 오티스타의 비전을 같이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자폐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상품이 진열된 오티스타 매장 박성빈 사진기자
자폐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상품이 진열된 오티스타 매장 박성빈 사진기자

본교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돋보였다. 이 교수는 "이화여대의 우수한 인력과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에 오티스타가 지금까지 달려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학교가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모델을 많이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이사도 "이화여대가 없었다면 오티스타도 없었을 것"이라며 "교수님, 특수교육을 전공한 직원, 본교 디자인학부를 졸업한 디자이너까지 모두가 이뤄낸 성과"라고 전했다. 박 이사는 "동문이 세운 훌륭한 회사가 있음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학생들의 꾸준한 관심을 부탁했다.

 

 

◆ ESTAR: 자폐 범주성 장애학생(ASD : Autism Spectrum Disorders)이 보이는 특별한 재능을 발굴해 사회∙경제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 통합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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