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집단폭행 사건’과 같은 청소년 흉악 범죄가 여론의 주목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논의가 있다. 바로 ‘소년법 폐지'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다. 소년법 폐지에 대한 요구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주제 중 하나로 약 390만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낸 바 있다.

2020년 11월 <서울신문>은 ’소년범-죄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5회에 걸쳐 소년범에 대한 심층 취재 기사를 연재했다. 김정화 기자(중문·17년졸), 이근아 기자(30·여·서울), 진선민 기자(28·여·서울)가 약 1년간 100명 이상의 소년범을 취재하며 작성한 이 기사는 소년범에 대한 현실과 오해, 이들이 범죄의 굴레에 갇히는 과정을 다뤘다. 

이들이 2021년 12월에 발매한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보다 자세한 소년범 취재 과정을 담았다. 해당 책은 4월 개최된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도서전에서 한국 대표 도서 10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16일 김 기자가 본교에서 해당 취재 과정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본지는 그를 만나 못다 한 얘기를 나눴다. 

 

서울신문 김정화 기자는 소년범 취재 과정을 담은 책 ‘우리가 만난 아이들’을 공동집필했다. <strong>김나은 사진기자
서울신문 김정화 기자는 소년범 취재 과정을 담은 책 ‘우리가 만난 아이들’을 공동집필했다. 김나은 사진기자

 

소년범의 죄는 곧 우리 사회의 죄

2020년 기준 소년범죄 중 살인, 집단폭행, 성폭행 등 강력범죄의 비율은 5.3%에 불과하다. 김 기자는 이 5.3%에 해당하지 않는 소년들에게 집중했다. 극악무도한 범죄가 아닌 비행과 범죄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아이들, 이대로 뒀다가는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 말이다. 

“소년범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김 기자는 소년범들이 가해자이기 전에 피해자고,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피해 경험이 있고,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치유가 이뤄지지 않아 비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환경이 문제라고, 피해 경험이 있다고 무조건 가해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잡아주는 사람이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비행이 범죄가 될 확률이 높아요.”

김 기자는 범죄에는 환경의 영향이 지대함을 언급하며 “소년범들은 교화 가능성이 충분하기에 처벌보다 재범 방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난 아이들’에서도 “미성년자인 이들을 평생 사회에서 격리할 수 없기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사회에 적응시켜 자립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다.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소년범들은 보호소나 소년원 처분을 받는 순간 정규교육에서 완전히 이탈하게 돼요.” 보호소와 소년원에서는 국어, 수학 같은 정규 교육을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바리스타, 베이킹과 같은 직업 교육을 받게 된다. 김 기자는 기본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건 소년들을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교육에서의 이탈은 복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여론에 대해 김 기자는 “강한 처벌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년들이 처분을 받으며 교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소년원이나 보호소에서 오히려 서로의 범죄 수법을 학습하기도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경범죄를 저지른 소년이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우범소년으로 송치된 소년들은 보호처분 후 점점 높은 수위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년법을 폐지하고 소년의 형사 처벌을 강화하면 소년들에게 주어지는 갱생 기회는 사라진다.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소년법이 폐지돼서 현재 소년범 최대 형량인 15년보다 높은 20년 형을 받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출소할 수밖에 없어요. 이때 정규 교육도 받지 못한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결국 또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들어올걸요.”  

 

소년범 취재 과정을 담은 책 '우리가 만난 아이들' <strong>김나은 사진기자
소년범 취재 과정을 담은 책 '우리가 만난 아이들' 김나은 사진기자

하루 이틀 만에 생긴 일도, 해결될 일도 아니기에

김 기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시류를 거스르는 것이었다. 소년범에 대한 분노가 만연한 사회에서 소년범 포용에 목소리를 내는 게 두렵지 않았냐 묻자 그는 “회사를 설득하는 데 오래 걸렸지만 두렵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보다는 취재했던 소년범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걸 보고 어른들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하고 저희를 원망할까 봐 두려웠던 것 같아요.”

책과 기사에서 그들은 소년범들이 가해자라는 것을 지우려는 게 아님을 강조한다.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은 논외라는 견해도 여러 차례 밝힌다. 그들의 요점은 제도가 소년범을 사회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소년범들은 반성해야 해요. 하지만 제도가 이들을 낭떠러지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반성하고 사과하고 그 이후에는 사회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해요.”

1년간의 취재 끝에 기사가 발행됐을 때, 노력이 무색하게도 사회에는 변화가 없는 듯 보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소년범에게 분노했고 소년법 폐지를 외쳤다. 그러나 그 간극을 미디어가 채웠다. “계속 촉법소년 연령 하향 같은 소모적 논의만 나와서 진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소년심판’(2022)이라는 드라마가 나와서 좋았죠. 사람들이 기사는 안 봐도 드라마는 보니까요.”

그는 ‘소년심판’(2022)이 이제까지 소년범을 다룬 미디어 중 가장 현실과 가까운 재현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그린 에피소드가 놀라울 정도로 현실과 닮아있다”고 말했다. 

아직 별다른 제도적 변화가 없는 상황임에도 김 기자는 “대표되지 않는 목소리를 사람들이 주목했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소년범 문제는 모두가 남 일이라고 생각하는 문제다. 자식을 가진 부모마저도 피해자의 입장에 대입하지, 가해자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소년범 문제를 대하는 전형적인 시각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선택이 온전히 아이들 탓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범죄는 물드는 거고, 아이들은 환경에 너무 쉽게 흔들립니다. 사회가 소년범들을 포기하지 않아야 해요.”

 

◆우범소년: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소년. 현행법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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