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C Valley 사이를 가로지르는 스케이트 보더, 쇼가 끝난 뒤 이화그린색 학교 잠바를 입고 나타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두 본교에서 진행된 패션쇼였기에 볼 수 있던 광경이다.

본지 1638호(2022년 5월2일자)에 따르면 4월30일 글로벌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의 ‘Christian Dior 2022 Fall Show’가 본교 ECC에서 진행됐다. 본교는 국내 대학 최초 디올의 패션쇼 무대로 선택받았다. 디올이 많은 장소 중 대학 캠퍼스, 그중에서도 본교를 선정했던 배경에는 앞서 두 기관이 체결한 파트너십이 있었다.

 

이화와 디올, 함께 달려가는 파트너로

4월29일 본교 김은미 총장과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 디올 회장은 공식 파트너십 협약식을 진행했다. 협약 이유에 대해 베카리 회장은 “젊은 세대 여성들이 미래의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때”라며 “이화여대는 목표 달성에 동행할 최적의 파트너”라고 밝힌 바 있다.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진 두 기관의 첫 협업이 4월 진행된 패션쇼다.

본교 구성원들은 해당 쇼를 통해 산학협력의 영향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학생 대표로 패션쇼 기획 영상 제작에 참여한 이예지(패디·19)씨는 6시간 동안 쇼 참석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카메라로 현장을 담아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 중인 이씨는 “패션계의 길로 이끌어준 본교와 여성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디올의 파트너십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백스테이지에서 글로벌 콘텐츠 촬영을 진행한 조희영(국제사무·17)씨는 디올 관계자, 모델 및 행사 관계자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씨는 “추가학기를 다니며 진로를 결정하는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백스테이지 현장을 직접 경험한 것은 커리어를 결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패션쇼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무대 뒤에는 재학생 헬퍼(helper)도 동원됐다. 본교 패션디자인 전공생 75명으로 구성된 헬퍼는 백스테이지 드레서(dresser)로서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담당 모델의 착장을 책임졌다. 헬퍼로 참여한 박지영(패션디자인 전공 석사과정)씨는 “전원 본교 학생으로 구성된 헬퍼를 포함해 모델 담당 직원들도 여성 중심으로 구성된 점에서 여성성을 강조한 산학협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본 행사만이 선사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디올 패션쇼의 헬퍼로 참여한 남한솔(패디·19)씨(왼쪽)와 박지영씨 <strong>김나은 사진기자
디올 패션쇼의 헬퍼로 참여한 남한솔(패디·19)씨(왼쪽)와 박지영씨 김나은 사진기자

한편 무대에 사용된 목조 조형물은 폐기되지 않고 조소과 학생들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디올 측으로부터 제안받은 손정은 교수(조소 전공)는 “패션쇼 이후 버려지는 나무가 많은데 이를 재사용하는 것, 즉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는 움직임이 여성 리더십에도 직결되는 산학협력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인영(조소·18)씨는 “디올과 본교의 철학인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여성 리더십에 걸맞은 작업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큰 경험이 될 것 같다”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본교 조소과는 디올 패션쇼 무대에 사용된 목조 조형물의 재사용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 사진은 조소과 학생들과 손정은 교수(조소과)(맨 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이상윤 교수(조소과)(맨 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strong>이주연 사진기자
본교 조소과는 디올 패션쇼 무대에 사용된 목조 조형물의 재사용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 사진은 조소과 학생들과 손정은 교수(조소과)(맨 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이상윤 교수(조소과)(맨 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이주연 사진기자

 

디올과의 산학협력, 앞으로의 행보는

패션쇼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이화인은 향후 진행될 산학협력 활동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총장은 4월29일 디올과의 협약식에서 “인턴십을 포함해 디올과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이 언급한 ‘Women@Dior’(우먼 앳 디올) 인턴십은 디올이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해 주관하는 글로벌 멘토링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현재 본교 재학생 6명을 참가자로 선발한 상태다. 김 총장은 1일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씨와 진행한 대담에서 “학생들이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현실적 아이디어를 얻고 세계적 감각을 기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인턴십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산학협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ㄱ(경제·22)씨는 “디올이 패션쇼를 통해 ‘여성성은 함정이다’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워왔던 만큼 이 가치가 외면받지 않고 대중의 눈앞에서도 당당히 조명됐으면 좋겠다”며 “디올과 체결한 파트너십으로 인해 오히려 학교 가치가 왜곡되지 않고 본 모습 그대로 인정받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