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채플을 들으러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재학생들의 모습으로 가득 찼던 대강당이지만 팬데믹 이후 그 발걸음이 끊겼다. 하지만 약 3년 뒤 홀로 자리를 지키던 대강당이 활기를 되찾았다. 그 배경은 4월30일 본교에서 진행된 디올(Dior)의 글로벌 패션쇼에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올의 첫 오프라인 패션쇼가 본교 ECC에서 개최된 것이다.

패션쇼의 명칭은 ‘Christian Dior 2022 Fall Show’. 디올의 역사와 변화하는 현대세계에 대한 시각적 서사를 주제로 가을 여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본 행사에는 디올 관계자 및 초청객 약 300명이 참석했다. 재학생들은 현장에서 쇼를 즐기진 못했으나 본교는 대강당에서 재학생만을 위한 ‘DIOR FALL 2022 SHOW-이화 익스클루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개최해 유튜브(YouTube) 생중계 영상을 시청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고자 기자가 직접 행사에 참여해봤다.

행사 당일 대강당 입구는 입장을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특히 ‘이화여자대학교’와 ‘DIOR’이 적힌 포토월에선 학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현관부터 무대 앞까지 줄을 길게 늘어선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대강당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마련된 포토월에서 추억을 남겼다. <strong>김지원 사진기자
대강당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마련된 포토월에서 추억을 남겼다. 김지원 사진기자

행사를 기념하기 위한 방법도 다양했다. 예컨대 본교를 상징하는 이화그린색 마스크나 야구잠바를 착용한 학생들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었다. 한복을 입고 온 이화인들도 시선을 끌었다. 윤상지(사학·22)씨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친구들과 한복을 입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윤상지(왼쪽에서 세 번째)씨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친구들과 한복을 입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strong>김지원 사진기자
윤상지(왼쪽에서 세 번째)씨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친구들과 한복을 입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김지원 사진기자

대강당에 모인 이화인들은 함성을 외치며 결속된 모습을 보였다. 개막 전 김은미 총장이 무대에 올라서자 학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쇼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ECC의 전경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마다 학생들은 환호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던 순간은 본 행사를 기획한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씨가 본교 야구잠바를 입고 화면에 등장했을 때다.

 

사진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본교 ‘학잠’을 입고 등장한 순간의 대강당 행사 현장 모습 <strong>김지원 사진기자
사진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본교 ‘학잠’을 입고 등장한 순간의 대강당 행사 현장 모습 김지원 사진기자

대강당 행사에 참여한 서채한(경영·19)씨는 ‘오프닝 스케이트보드 퍼포먼스’를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았다. 서씨는 “일렁이는 파도의 형상을 띤 무대와 ECC의 푸른 빛이 어우러져 바다에서 서핑보드를 타는 모습이 연상됐다”며 “거침없이 경사로를 내려오는 보더분들을 보니 어떤 장애물이라도 뛰어넘을 수 있는 ‘이화DNA’가 떠올랐다”는 감상평을 전했다.

행사를 찾은 학생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제주도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으며 학교 생활을 한 한정민(경제·20)씨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대강당에 처음 입성했다. 한씨는 “대강당의 외관만 봤지 내부 모습은 전혀 알지 못했는데 궁금증이 해결됐다”며 “이전까지는 학교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이화인임을 실감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비로소 소속감을 제대로 느끼게 됐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본 행사를 통해 새로운 감회를 느낀 것은 캠퍼스 생활을 경험해본 이화인도 마찬가지다. 비대면 수업 전환 이후 학교를 자주 방문하지 않았던 진선아(과교·17)씨는 행사 참석을 위해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진씨는 “채플 비대면 전환 이후 처음 대강당을 방문해보니 새내기 때 제시간에 채플을 듣기 위해 계단을 뛰어올랐던 경험이 생각난다”며 “재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인 만큼 다 같이 활기찬 놀이공원에 온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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