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곰툰 에피소드 12화 벚꽃놀이 중 일부 제공=최몽몽씨
몽곰툰 에피소드 12화 벚꽃놀이의 한 장면 제공=최몽몽씨

갈색 강아지 ‘몽몽이’와 분홍곰 ‘곰곰이’의 이야기를 담은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이 있다. 봄을 맞아 벚꽃놀이를 다녀온 이야기,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들으며 공부했던 이야기, 점심을 먹으며 터무니없는 대화를 나눴던 이야기까지. 계정에는 귀여운 두 동물 캐릭터의 일상이 담긴 만화가 있다. 퀴어 커플의 연애 일화를 담은 인스타툰 ‘몽곰툰’이다.

여느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만화의 주인공은 본교에 재학 중인 캠퍼스 커플 김몽몽(가명)씨와 최곰곰(가명)씨. 본지는 커플 가디건을 입고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을 본교 앞 카페에서 만났다.

 

우연한 계기로 탄생한 퀴어 인스타툰

몽몽이와 곰곰이 캐릭터는 최씨와 김씨가 커플 핸드폰 케이스를 주문제작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키링, 스티커 등 두 사람만을 위한 커플 소품 만들기를 좋아하는 최씨는 커플 핸드폰 케이스에 넣을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두 사람을 상징할 수 있는 캐릭터를 구상하던 최씨는 강아지를 닮은 애인을 본떠 몽몽이를, 주변에서 곰을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 자신을 본떠 곰곰이를 만들었다.

“다크써클이 진한 애인을 보고 몽몽이 눈 밑에 그림자를 그렸어요. 제가 속눈썹이 길 어서 곰곰이는 속눈썹에 포인트를 주죠.” 캐릭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입꼬리와 눈썹까지 두 사람만이 지닌 특징들이 세심하게 표현돼 있다.

이후 최씨는 심심할 때마다 ‘몽곰이의 대모험’이라는 네 컷 만화를 그렸다. 최씨가 아이패드에 끄적인 만화를 감상하던 김씨는 일상을 만화로 그려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해보자는 제안을 건넸고, 그렇게 지금의 몽곰툰이 탄생했다.

2021년 2월에 게시한 첫 화는 연애한 지 500일을 맞아 약혼반지를 주고받은 일화다. 김씨가 소재를 잡아 내용을 구성하면 최씨는 그에 맞춰 컷을 구성하고 그림을 그린다. 연재 주기는 일정하지 않지만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 편씩 꾸준히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스타툰을 시작할 때 주변의 반응이 걱정 되지 않았냐는 물음에 두 사람은 “기대밖에 없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친구들이 동성연애를 하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너무 유명해지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인스타툰을 시작한 후 친한 퀴어 친구들의 응원과 지지도 많이 받았다. “친구들이 재미 있다고 더 자주 연재해달라고 했어요. 연애 소재의 만화는 많지만 아무래도 퀴어 커플의 이야기는 많지 않으니까 친구들이 많이 공감해 줬죠.”

 

인스타툰을 넘어 고민 상담까지, 목표는 “장벽 낮추기”

두 사람이 함께한 크고 작은 일상은 모두 몽곰툰의 소재가 된다. “특별한 데이트, 웃겼던 일, 함께 있는 일상까지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요. 특별한 일도 재미있는 소재지만 평범한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아요.” 함께한 제주도 여행이나 커플 타투 일화처럼 특별한 소재도 있지만 밥 먹으며 대화를 나눈 이야기, 싸우고 화해한 이야기 등 몽곰툰에는 두 사람의 소박한 하루하루가 담겨 있다.

김씨는 몽곰툰을 계기로 사람들이 퀴어의 연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몽곰툰을 퀴어 인스타툰으로 홍보하지만 만화 내에 직접적으로 퀴어임을 강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퀴어 연애가 이성 연애와 다르지 않다는 걸 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다는 것이다.

“몽곰툰이 연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인스타툰이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퀴어 연애라고 특이한 게 아니에요. 여느 연인처럼 사랑하고 다투기도 하는 거죠. 퀴어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게 궁극적 목표예요.”

두 사람은 2022년 2월부터 몽곰툰 인스타그램에서 ‘몽몽상담소’라는 코너도 진행하고 있다. 평소 퀴어 친구들의 연애 고민을 자주 들어줬던 김씨는 “퀴어인 친구가 없거나 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안 한 사람들은 고민을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며 몽몽상담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사연 신청자가 몽곰툰 계정에 올라온 구글 폼에 고민을 적어 보내면 두 사람은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만화로 그려 올린다.

몽몽상담소의 첫 사연은 비건식을 지향하는 사연자와 채소를 싫어하는 사연자 애인의 고민이다. 이에 몽몽이는 자신 역시 애인과 함께 비건식에 대해 고민한 경험이 있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어 사연자에게 비건식 옵션이 있는 식당에 가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씨는 “아직 사연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몽몽상담소를 통해 사소한 고민부터 주변에 쉽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들까지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몽곰툰 캐릭터로 만든 김씨와 최씨의 결혼식 식권 제공=최몽몽씨
몽곰툰 캐릭터로 만든 김씨와 최씨의 결혼식 식권 제공=최몽몽씨

 

몽곰툰과 함께 두 사람이 그리는 미래는

함께 만든 이야기를 꾸준히 올리다 보니 어느덧 몽곰툰은 35화까지 연재를 마쳤다. 두 사람은 종종 투덕거릴 때도 있지만 몽곰툰을 연재하며 서로 더 돈독해질 수 있었음을 입맞춰 이야기했다. 최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만화를 연재하며 소재를 만들기 위해 더 자주 만나기도 하고 의사소통도 늘었다”며 “늘 옆에 있어주는 몽몽이가 고맙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몽곰툰을 캐릭터 사업까지 확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두 사람은 이미 핸드폰 케이스, 키링, 달력,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까지 몽몽이와 곰곰이 캐릭터로 여러 상품을 만들었다. 2021년에는 국내 최대 성소수자 아트페어인 ‘2021 프라이드 엑스포’와 본교 온라인 대동제에서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현재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최씨는 몽곰툰 캐릭터로 미래에 있을 두 사람의 결혼식 식권까지 만든 상태. 졸업 후 마주할 세상이 두려울 때도 있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나아갈 예정이다.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망원이나 합정 근처에서 동거하자고 이야기했어요. 파란 벽이 포인트인 집에서 몽몽이가 키우는 고양이 세 마리랑 같이요. 독자분들도 저희 결혼식에 와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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