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같이 3번 말해볼게요. I’m content with it, I’m content with it, I’m content with it. 여러분 ‘content’ 이거 수능 단어로 외웠었죠? 그런데 실제로 네이티브들이 만족스러움을 말하는 상황에서 이 표현을 많이 써요. 비슷한 뉘앙스인 ‘That’s good enough for me’도 정말 활용도 높으니 꼭 알아두세요! ‘good enough’ 부분 연음 발음 주의하며 따라 해 볼까요?”

 

약속한 인터뷰 시간인 오후9시에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켜자 화면 너머로 제일 먼저 비친 것은 죽 늘어선 운동 기구였다. 이윽고 머리를 질끈 묶고 어깨에 수건을 걸친 여성이 얼굴을 비췄다.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점이 너무 좋아요. 요즘 감사하게도 저를 불러주시는 곳이 많아요. 그런데 체력이 안 돼서 이런 좋은 기회들을 놓친다면 아쉬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모든 일을 즐기면서 하고 싶어서 운동하는 거죠.”

촬영과 수업, 서적 집필 등 바쁜 일정 중에도 헬스장에 간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누구보다 부지런한 일상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바로 영어와 스피치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동문 박윤진(영문·19년졸)씨다. 그의 대학 시절부터 졸업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열정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윤진씨 프로필 사진 <strong>제공=박윤진씨
박윤진씨 프로필 사진 제공=박윤진씨

만족도 200%, 프리랜서의 삶

‘지나쌤’으로 잘 알려진 박씨는 영어 강사이자 아나운서라는 독특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 유명 영어 앱 ‘Cake 영어 회화’와 영어 회화 사이트 ‘시원스쿨’의 강사로 활동 중인 그는 특별히 후배들에게는 동문 할인가로 ‘이화인들과 영어 회화 마스터해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워너원과 인피니트 등 인기 연예인들의 영어 선생님이기도 하다.

외국 귀빈들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에서 영어 아나운서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몽골 금융협력포럼’에서 사회를 맡았다. 회화 표현 관련 도서도 틈틈이 쓰며 유튜브(YouTube)에는 유용한 실생활 영어 콘텐츠도 올리곤 한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어떤지 묻자마자 박씨는 웃으며 답했다. “완전 높죠. 진짜 200%예요!” 한 곳에만 속해 있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그의 성향에 잘 맞았다. 영어 아나운서는 금융권, 연예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열심히 만든 강의를 시공간 제약 없이 많은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박씨는 촬영과 수업을 모두 하는 날에 최소 6시간, 많게는 10시간까지 일한다. 대본 작성과 책 집필 등을 하면서도 영어 영상 자료를 틀어두고 수업에 쓸 예시를 떠올린다. “이동할 때도, 샤워할 때도 ‘이걸 어떻게 더 쉽게 설명하지? 어떤 예시를 들어야 기억에 오래 남을까?’ 항상 고민해요.” 사실상 그의 일은 일상 전반에 걸쳐 매 순간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지나쌤을 있게 해준 이화

“‘난 무조건 이대를 가야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 학교에 오고 싶었어요. 오고 나니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더라고요. 이화에서의 4년은 생각하는 방법과 세상을 보는 법을 일깨워준 시기였어요.”

박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대로 본교에 입학했고 행복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 본교에 대한 애정을 묻자 그는 높아진 톤의 목소리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똑똑한 학우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자극을 받았다. 취업시장에 나가니 대학 생활 4년 동안 자신이 매우 성장했음을 실감했다.

특히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한 것도 그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영어 자체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리고 영어는 순수 학문이기 때문에 국제무대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하든 접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영문학을 공부했기에 영어의 근본을 이해하고 접근해 가르칠 수 있었다. 영어를 가르칠 때 언어와 문화의 관련성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본인의 유학 생활과 더불어 본교 영문과에서 영어를 깊이 있게 공부한 경험이 영어 회화 교육에 자신감과 경쟁력을 준다고 확신했다. ‘이대 영문’이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자부심의 원천이다. “사회에 나와서도 큰 회사와 미팅을 할 때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라고 하면, 모두가 좋아하시고 인정해 주시더라고요. 이화의 저력은 졸업하면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을 몸소 체감했어요.”

한편 박씨는 언론정보학과(현재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복수 전공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국과 언론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본교 방송국 EUBS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Girls Be Ambitious, Ewha Is Everywhere

“저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Boys Be Ambitious(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이화의 후배님들이 더 큰 꿈과 야망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Girls Be Ambitious!”

한층 높아진 톤의 목소리로 박씨는 후배들을 향한 진심 어린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막연하더라도 큰 꿈을 여세우고 하나씩 이뤄나가는 과정을 거치면 생각지 못한 길이 열린다는 것이 그가 경험을 통해 키운 신념이다.

“여러분은 한 명 한 명 다 똑똑하고 잠재력 있는 분들이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확신을 갖고 커리어를 쌓아나가세요. ‘문송합니다’와 같은 말에 주눅 들지 말고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 장점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하면 돼요.”

박씨는 영문과 선배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학부생일 때 영문인의 밤에서 프리랜서로 멋있게 일하고 계신 영문과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그 길을 처음 알고 자극을 받았는데, 이제 제가 선배님을 따라서 영어 계열 프리랜서의 길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어서 뿌듯해요.” 그의 선배가 귀감이 돼 지금의 그를 만들었듯 박씨는 자신을 든든한 버팀목 삼아 후배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빛나길 소망한다.

“네이버에 ‘지나쌤’이 검색되는 것,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 작년 목표였는데 감사하게도 모두 이루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혼자 힘으로 독립 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들뜬 목소리로 그는 덧붙였다.

“열심히 노력해 이뤄낸 결과에 만족하되,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UN과 같은 더 큰 국제무대에 진행자로 서는 것도 하나의 꿈이에요. 계속 성장할 저처럼 후배님들도 끊임없이 성장해 각자의 분야에서 빛나길 바라요. ‘Ewha is everywher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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