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제공=본교 학군단
제공=본교 학군단

군복 차림의 두 20대 여성이 언덕을 오른다. 높이와 경사가 에베레스트산에 준한다고 해 충북 괴산의 에베레스트, 일명 ‘괴베레스트’라고 이름 붙은 언덕이다. 동계 입영 훈련이 한창인 1월18일, 바쁜 일과 속에서도 기자에게로 걸음 하는 두 사람은 지친 기색 없이 즐거워 보였다. “충성!” 경례로 인사를 건넨 이들은 본교 학군단 60기 소속 김유진 소위, 이규리 소위다.

김 소위는 본교 정치외교학과 18학번으로 올해 소위로 임관했다. 사회로부터,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아온 것들을 환원하기 위해 학군단 후보생이 되기로 마음 먹은 김 소위다. 학군단 활동이 여성으로서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같은 과 동기 이 소위의 마음가짐도 비슷했다. “여성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분야잖아요. 스스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죠.” 그 말에서 학군단 후보생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군사학 수강부터 입영 훈련까지, 학군단 후보생의 일상

“학군단 후보생이라고 그렇게까지 바쁜 건 아니에요.” 후보생 생활을 소화하기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김 소위가 웃으며 답했다. 학군단 생활이 정신없이 바쁘기보단 조금 부지런해지는 느낌이라는 그의 말처럼, 후보생의 일상은 여타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기 동안 군사학 과목을 추가 수강하며 학군단 행사 일정에 참여하고, 방학 중에는 4주간 입영 훈련을 받을 뿐이다. 일과 외 시간은 자유롭다. 김 소위는 “평소에는 혼자 등산을 가서 ‘멍을 때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친구들과 나가 놀기도 한다”고 전했다.

경례 중인 이규리 소위 <strong>제공=본교 학군단
경례 중인 이규리 소위 제공=본교 학군단

방학 4주간의 훈련기 동안 후보생들은 괴산읍에 위치한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생활하며 육군표준일과표에 따라 군사훈련을 이수한다. 오전6시30분에 기상해 오후5시까지 교육과 훈련을 수행하는 식이다. 일과 후의 선행 학습과 가끔 있는 야간 훈련까지 생각하면 4주 동안 후보생들이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정이지만, 김 소위와 이 소위는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게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느끼고 있어요.” 입영 훈련을 ‘동기들과 생활하며 즐겁게 보내는 한 달’이라고 생각하면 보다 행복하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김 소위의 말에 이 소위도 고개를 끄덕였다.

교환학생 파견이나 복수전공 이수, 대외활동을 학군단 생활과 병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일례로 이 소위는 학군단 후보생으로 생활하며 주전공인 정치외교학 외 2개의 복수전공을 이수했고 조기졸업까지 이뤘다. 이 소위는 “함께 생활하는 후보생 동기들에게 자극받아 부지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 평등 향한 학군단의 노력, 긍정적 변화 이끌어내

전국 109개 대학 학군단에서 여성 후보생을 선발한 지 11년이 지난 현재, 소위로 임관한 후보생 중 여성의 비율은 2013년 약 4%에서 2021년 약 10%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학군단 내 분위기도 성 평등에 한 발 가까워진 모습이다. 김 소위는 “성평등 의식, 관련 교육이 점점 더 발전한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실제로 후보생과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은 기존 연 1회에서 연 2회로 증가했다. 계급별 교육 등 수시 교육도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김 소위의 말에 따르면 후보생들 사이의 성차별 또한 거의 존재하지 않는 분위기다. 군 조직 특성상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만연할 것이라는 외부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후보생들은 서로의 성별에 연연하지 않고 동료로서 함께 훈련해 나가고 있었다.

이 소위 또한 학군단 내 변화를 부쩍 체감했다. 첫 훈련을 받았던 2년 전과 달리 요 근래 이 소위는 훈련 지도 교관들 사이에서 여성 군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군인은 당연히 남성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여성 군인을 많이 마주하다 보니 여성이 군복을 입은 모습도 당연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소위의 말처럼, 학군단은 조금씩 시야를 넓혀가는 중이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학군단 내 여성 후보생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 후보생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한다. 선발 방법과 절차에 있어서도 성별 균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김 소위는 “2년 만에 이렇게 많이 바뀌었으니 계속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본교와 학군단 후보생 ‘발맞춰 함께 성장 중’

본교는 국방부가 실시하는 학군단 설치대학 평가에서 5년 연속 ‘최우수 대학’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2016년 창설 이래로 ‘최우수’ 타이틀을 놓쳐본 적 없는 셈이다. 본교 학군단 또한 2018년, 2020년 육군 교육사령부 ‘최우수 학군단’ 선정, 2019년 국방부 ‘최우수’ 평가에 이어 2021년 육군학생군사학교 ‘최우수 학군단’에 선정됐다. 본교 학군단이이와 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시너지(synergy)라는 표현이 정확한 것같아요.”

김 소위는 모든 성과가 본교와 학군단 후보생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답했다. 이 소위 또한 “교육 기간 전액 장학금, 기숙사 입주 보장 등 본교의 혜택을 부러워하는 타교 후보생들도 있을 정도”라며 학군단을 향한 본교의 열성적인 지원을 짚었다. 본교의 응원에 힘입어 후보생들은 입영 훈련 기간 외에도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결속력을 쌓아갔고, 훈련 성과도 차츰 좋아졌다.

선순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학군단 생활을 이어가며 후보생들은 동기애뿐만 아니라 ‘이화’에 대한 애정도 한껏 갖추게 됐다.

“훈련하면서 누가 약한 소리를 하면 저희끼리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야, 넌 이화인이야. 할 수 있어’ 하거든요. 그만큼 본교 학군단 후보생들 모두가 ‘이화’라는 정체성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어요.”

김 소위에 이어 이 소위는 “(본교 학군단) 창단 때부터 선배님들이 좋은 성과를 내오셨다는 걸 알기에 ‘그분들이 쌓은 것들을 무너뜨리지 말자, 이화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하는 의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군단 내 분위기는 점점 끈끈해졌고, 그 끝에 본교 학군단만의 일명 ‘똥군기’ 없는 선후배 및 동기 문화가 조성될 수 있었다. 본교의 지지에 더해 학군단 후보생들의 의지와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뤄내지 못했을 성과다. 김 소위는 “지원을 받는 만큼 후보생들도 ‘이화’라는 이름의 가치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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