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슬씨가 직접 제작한 법 조문 필기노트. 김지원 사진기자
최한슬씨가 직접 제작한 법 조문 필기노트. 김지원 사진기자

본교는 2021년 국가공무원 5급 공채(구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서 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특히 최한슬(보건관리·21년졸)씨는 5급 출입국 관리직과 입법고시 법제직을 동시에 합격하는 영예를 안으며 국가고시 합격자 배출 최우수 대학이라는 본교의 위상을 다시금 입증해냈다. 이에 본지는 21일 ECC B215에서 최씨를 만나 합격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현재 국회 사무처에서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한 지 약 한달차인 최씨는 동시 합격 소감을 묻자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상기했다. 오후6시, 최종 합격 문자를 받자 최씨는 눈물이 흐를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드디어 제가 준비하던 시험들이 다 끝났다, 이제 진짜 끝이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기뻤어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시험에 응시하며 마침내 동시 합격이라는 결과를 거머쥔 최씨. 짧지 않은 기간을 감내한 그는 사실 ‘고시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과 대표부터 창업 수업, 각종 동아리 활동까지 대학 시절 최씨의 하루는 다양한 활동과 일정으로 가득했다. 특히 과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그는 학생회 생활을 하며 처음 공무원의 길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계속 학생회 활동을 했고, 특히 3학년땐 과 학생회 대표를 맡으며 작은 조직이지만 공익적인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 국가에 기여하는 공무원의 꿈을 갖게 됐습니다.”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험생활을 시작하며 최씨는 학비를 부담하기 위해 독서실 총무, 과외 등 아르바이트와 5급 공채 시험 준비를 병행했지만 쉽지 않았다. 반복되는 불합격으로 집중이 어려웠고, 갑작스레 찾아온 가정의 우환도 그에게 큰 부담이 됐다. 최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차 시험에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럼에도 최씨는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이어나갔다. 2017년 도입된 헌법 과목이 그에게 기회로 찾아왔다. 최씨는 당시 법학에 흥미를 느껴 일반 행정에서 출입국 관리로 5급 공채시험 직렬을 바꿨고, 2018년 1차 시험에서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2019년에는 입법고시 준비도 시작했다.

2차 시험 준비가 한창이었던 2018년부터 최씨의 하루는 자습과 스터디의 반복이었다. 오전 6시50분까지 출석 체크 스터디에서 출석을 마치면 고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7시40분까지 독서실에 입실했다. 학원 수업이 있는 날에는 수업에, 없는 날에는 스터디 장소나 학원 자습실로 향했다. 오후11시까지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면 잠에 들었고, 다음날 역시 똑같은 일정이 반복됐다. 주말도 휴식 시간을 갖되 일요일 오후부터는 공부에 집중했다.

그러나 고난은 다시 찾아왔다. 2020년 최씨는 5급 시험과 입법고시 모두 최종 관문인 3차 시험에서 탈락했다. 수험생활의 끝을 예상했던 그였기에 불합격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무리 좌절을 했어도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1년 더 공부해) 올해 입법고시, 행정고시를 재응시했고 두 시험 모두 최종합격하게 됐습니다.”

긴 시간 동안 실패를 극복하고 재도전해 결국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최씨. 그는 거듭 “운이 좋았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합격 비결을 묻자 곰곰이 숙고하던 최씨는 “자신을 잘 아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시로 들었다. 

“과목별로 스터디를 애용하기도 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 직접 형법 조문 노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본인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환경에서 공부가 잘 되는지 빨리 파악한다면 보다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씨는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주 3회 정도 수영과 GX(Group Exercise) 수업을 듣고 종종 도림천 주변을 뛰기도 했다”며 “생각을 비우고 불면증을 극복하는데 운동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초심을 잃지 않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한 공무원이 되는 것’이 최씨의 목표다. 또 그는 뮤지컬 애호가인 만큼 수험 생활 동안 즐길 수 없었던 문화생활을 실컷 즐기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씨는 고시 진입을 앞두고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화인들이 보다 큰 꿈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는 제게 (꿈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 것 같습니다. 이화라는 환경 덕분에 저 또한 큰 꿈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뤄낸만큼 후배님들 또한 당연히 도전하실 수 있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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