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SBS Sports 홍재경 아나운서, 싱글 골퍼 '부캐' 얻기까지

싱글 골퍼가 된 홍재경 아나운서. 김나은 사진기자
싱글 골퍼가 된 홍재경 아나운서. 김나은 사진기자

“저, 싱글 골퍼 됐어요!”

언론에 실린 기사에 대해 “골퍼로 전향한 게 아니라 아마추어 정도인데 제목이 와전됐다”고 웃으며, 이를 해명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는 홍재경 아나운서(법학·12년졸). 7년간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쌓은 그는 최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78타를 기록하며 수준급의 골프 실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골프 대회 진행, 골프 관련 여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골프’를 매개로, 아나운서라는 본 직업 외에 ‘싱글 골퍼’라는 부캐를 지니게 됐다.

 

스포츠와 함께 성장하다 

홍 아나운서는 2013년 JTBC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다 2014년 SBS Sports에 합격해 7년간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매일 날씨를 전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며 방송에 갈증을 느낀 그녀는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어, 골프, 배구, 야구, 축구 등 현장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누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종목을 묻자 그는 ‘야구’를 꼽으며 “가장 재미있었던 동시에 힘들었던 종목”이었다며, 야구를 통한 그의 성장기를 떠올렸다.

신입 시절,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방송에 투입됐던 그는 규칙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현장 리포팅을 할 때마다 수많은 관중들의 시선에 따른 부담감, 그리고 생방송이 주는 압박감에 대사를 잊는 실수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스스로 더 떨리는 상황을 만들려 대본을 모두 외웠고, 특유의 장점인 순발력과 친화력을 발휘해 다소 획일화된 리포팅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구성했다. 즉석에서 관중들을 섭외하거나 이들의 소품을 활용해 소식을 전하고, 선수나 감독의 인터뷰 자료를 꼼꼼히 살피며 이들을 성대모사하는 등 재미있는 방송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숱한 노력을 통해 암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그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점차 성장하는 스스로가 너무나 뿌듯했다”며 동시에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야구 리포팅을 준비하고 있는 홍 아나운서. 제공=본인
야구 리포팅을 준비하고 있는 홍 아나운서. 제공=본인

'골프'라는 개성 살려 아나운서 내공 쌓다

동시에 SBS 골프 채널 등에서 골프 방송을 진행하며 탄탄히 경력을 쌓아온 홍 아나운서는 어느덧 스포츠계의 베테랑 아나운서가 되어, 2021년 초 SBS Sports를 퇴사하고 프리랜서가 됐다. 그간 최선을 다해 스포츠국에서 열정을 쏟았던 만큼 그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마음껏 하고 싶었던 일은 ‘골프’였다. 대학교 3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골프는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그에게 업이 됐고, 이제는 전부이자 무기가 됐다. 퇴사 후 야마하골프의 앰배서더로 발탁돼 골프 방송, 골프 대회 인터뷰를 겸하며 이른바 ‘골프 전문 아나운서’가 된 그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특화돼 일할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또 홍 아나운서는 “아마추어 골퍼가 돼 보니 인터뷰할 때 선수들에게 더 깊이 공감해 인터뷰할 수 있어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활동해보니 한 동작을 위해 밤낮으로 연습하는 선수들의 기쁨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며 “선수들의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며 이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뿌듯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2017년 당시 생애 최초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사상 최초 신인 신분으로 개막전을 제패한 최혜진 선수와의 인터뷰를 가장 인상적인 인터뷰로 꼽았다. 그는 “첫 우승의 감격에 펑펑 우는 최 선수의 모습을 보니 같이 뭉클해졌다”며 “대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잘 알기에 그 감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골프를 치고 있는 홍 아나운서. 제공=본인
골프를 치고 있는 홍 아나운서. 제공=본인

무수한 대외활동을 통해 진정한 '나'를 알다

홍 아나운서의 대학 생활은 대외활동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사진 동아리부터 기업 홍보대사, 인도 현지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봉사활동까지 10개 남짓의 대외활동을 경험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잘 알게 됐다. 특히 그는 자신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전공을 살려 전문직으로 나아가기보다 ‘하고 싶은 것’을 택했다. 그는 “하기 싫은 공부도 해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대학에서만큼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감하게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졸업반 때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준비에 돌입한 그는 30번의 시험 끝에 합격의 쾌거를 이뤘다. 합격 비결에 대해 그는 ‘일단 준비해보고, 안 되면 나랑 안 맞나 보다’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이화인들에게 ‘학생이고, 경험이 없으니 안 될거야’라는 생각보다는 ‘일단 해보자’라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나는 이런 쪽만 할거야’라고 한계짓기 보다는 어떤 것이든 다 경험해보며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아나운서는 “경험을 하다 보면 실력이 쌓이고, 실력을 쌓아 스스로를 발전시키면 언젠간 기회가 온다”며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이 진정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나운서 지망생이던 시절, 저는 ‘버틴 사람이 승자다’라는 문구를 방에 붙이며 항상 마음을 다잡았어요. 하고 싶은 것만 고르기 보다는 일단 다 도전해보고, 하기 싫은 것도 해내야 결국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몰랐던 스포츠도 배워나가며 노력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골프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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