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토치는 긴급 수혈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헌혈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이화토치는 긴급 수혈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헌혈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지정헌혈이 필요한 동문 선배님이 계셔서 벗들에게 요청 드립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헌혈자를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원자는 글에 연결된 링크를 눌러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정보를 등록했다. 10월24일 링크에 들어갔을 땐 11월까지 이미 헌혈자로 가득 찬 지원자 목록을 볼 수 있었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단체는 ‘헌혈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는 교내 크리스천 봉사동아리 ‘이화토치(Ewha Torch, 재학생횃불회)’.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날씨가 무색하게, 어려운 이들을 위해 힘쓰는 이화토치 부원들의 마음은 따뜻했다.

이화토치는 1962년 이혜숙(영문·61년졸)씨의 농촌 교육봉사 활동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이화 동창 횃불회’를 계승한 교내 크리스천 봉사 동아리다. 대표 이윤정(국제사무·19)씨는 “진리의 빛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며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크리스천 리더십 봉사자들의 모임”이라며 동아리명을 설명했다. 부원들은 본교 유학생, 탈북민, 다문화 및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하고 매년 겨울에는 연탄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헌혈 챌린지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로 기획된 봉사다.

각 지역 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봉사를 진행하던 이화토치는 코로나19로 기관 방문이 어려워졌다. 이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다른 봉사활동을 찾아 헤매던 중, 대한적십자사에서 헌혈 수급량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이화토치의 간사 이수진(조소 석사·10년졸)씨는 “코로나19로 2020년에 전년 대비 헌혈자 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의료기관에 혈액이 부족해 위급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아리 부원들의 헌혈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현 상황을 주변인들에게 알려 참여를 독려하고, 나아가 정기적인 헌혈 참여자를 찾고자 했다”며 헌혈 챌린지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대학적십자사가 지정한 적정 혈액 보유량은 26.000unit로 5일 분량이다. 의료기관에 공급할 혈액과 공급 전 비축된 여분의 혈액이 총 5일분은 확보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2020년 5월 기준 국내 혈액 보유량은 14.119unit인 3일 분량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윤정씨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여분의 혈액은 항상 필요한데, 현재 인류 공통의 윤리에 기반해 정부는 혈액의 상업적 유통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고 그렇다고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축적혈구는 35일, 혈소판은 5일이 유통기한으로 헌혈한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며 정기적인 헌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화토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윤정씨 이주연 사진기자
이화토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윤정씨 이주연 사진기자

1차 헌혈챌린지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 7개월간 진행됐다. 부원들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헌혈 참여자들의 사진을 올리고 해시태그를 통해 챌린지 참여를 도모했다. 또 관련 기사와 인터뷰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Youtube)에 올려 챌린지를 홍보했다. 이를 계기로 본교 재학생뿐 아니라 타교 재학생, 외국인 유학생, 직장인, 심지어 홍콩 등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챌린지에 참여했고 헌혈횟수 총 206회로 초기 목표했던 200회를 넘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기세를 몰아 2차 헌혈챌린지가 시작됐다. 이윤정씨는 “현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헌혈 참여자가 급감해 지속적인 헌혈이 필요하다”며 “이번 챌린지 목표 역시 200회”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

박예슬(음악치료학 석사·15년졸)씨는 음악치료사로 활동하던 중 갑작스럽게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매일 2팩의 혈액을 수혈받아야 하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혈액량 부족으로 수혈을 할 수 없었다. 해당 소식을 들은 동아리 부원들은 급히 가족과 친척, 지인들에게 알려 필요한 혈액을 구했고, 박씨는 헌혈챌린지로 지정헌혈 지원자들이 모집돼 안정적으로 수혈을 받을 수 있었다.  정은득(법학·63년졸)씨 역시 교통사고로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화토치의 도움을 받았다. 수혈을 받아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혈액량 부족으로 4일째 수혈을 받지 못하는 정씨의 소식을 듣고, 이화토치는 혈액을 구하는 지정헌혈 공지 글을 커뮤니티와 SNS에 올려야 했다. 동아리 부원들은 입을 모아 “이러한 경험을 통해 헌혈의 필요성을 더욱 체감하게 됐다”며 주변인에게 더 열심히 챌린지를 홍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헌혈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이화토치 부원들 제공=이화토치
헌혈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이화토치 부원들 제공=이화토치

이화토치의 2차 헌혈 챌린지는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된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운 헌혈의 집에서 헌혈하는 사진을 찍은 뒤 해당 사진을 인스타그램 ‘이화재학생횃불회헌혈’ 해시태그와 게시하면 된다.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지원자의 경우, 담당자에게 사진을 보내 이화토치 계정에 올리는 방식으로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지정헌혈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커뮤니티나 이화토치 인스타그램에 안내돼 있는 담당자에게 신청을 한 후, 헌혈의 집에 가 지정헌혈자의 이름을 언급 후 헌혈을 하면 된다.

이윤정씨는 “감사하게도 이화토치가 대한적십자사의 ‘생명나눔단체’로 임명돼 11월 중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할 예정”이라며 동아리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것을 기대했다. 이씨는 “3차 챌린지에서도 지정헌혈 요청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며 혈액 수급량이 안정세가 될 때까지 챌린지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농축적혈구: 수혈된 혈액을 원심분리한 뒤 혈장과 혈소판을 제거하여 만든 것으로 원래의 혈액과 같은 양의 적혈구를 함유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정식계약 전 당사 간 투자에 관해 합의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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