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희 한국지구과학회장. 신 학회장은 본교 과학교육과 교수이며 입학처장을 맡고 있다. 김영원 사진기자
신동희 한국지구과학회장. 신 학회장은 본교 과학교육과 교수이며 입학처장을 맡고 있다. 김영원 사진기자

본교는 또 한 번 ‘최초의 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지구과학회에서 본교 신동희 교수(과학교육과)가 학회장으로 선출돼 한국지구과학회 창설 이래 처음으로 여성 학회장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10월22일 한국지구과학회의 제57차 정기총회에서 제31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1965년 발족한 한국지구과학회는 정기적으로 학술지를 발간하고 학술대회를 개최해 지구과학 학문과 교과교육 발전에 공헌한다. 57년째 지구과학과 교수법 연구를 통해 중, 고등학교 교육 현장의 질적 제고와 과학의 대중화를 목표하는 한국지구과학회는 역대 30명의 학회장 모두 남성이었다. 따라서 이번 학회장 임명은 한국지구과학회의 첫 여성 학회장이 선출됐다는 의의를 지닌다. 본지는 신 교수와 3일 만나 한국지구과학회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한국의 과학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지구과학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을 듣고 싶다

한국지구과학회장으로 선출돼 기쁘기보다 어깨가 무겁다. 학회장이라는 자리는 명예직이고 봉사직이다. 학회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며 성인들이 갖는 모임 중에 가장 순수한 학술 모임이다. 사람들끼리 열띠게 토론하고 반박하는 곳이 바로 학회이므로 이런 열린 학문 활동을 이어나가도록 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한국지구과학회는 1965년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오랫동안 유지된 큰 학회이기 때문에 잘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국지구과학회의 첫 여성 학회장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대하고 있지만 걱정도 된다. ‘여성 최초’, ‘최고’ 이런 수식어를 사용했을 때 본교 학생들은 이제 무덤덤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하나가 소중한 일이다. 아직 여성이 최초가 되는 분야가 남아있다.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로 인해 많은 책임을 짊어졌다. 학회원들이 최초의 여학회장이라는 사실에 나를 색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해저드 리터러시 융합 교육 연구소장과 본교 입학처장을 역임하고 있는데 한국지구과학회장 역임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직책을 역임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관리와 적응 능력이 필수적이다. 해저드 리터러시 융합 교육 연구소는 2020년 5월에 신설됐다. 연구소의 이름대로 자연재해 위험과 소양 함양에 대해 연구한다. 재난재해 관련 연구소는 있을지 몰라도 재난재해 교육 방향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은 없었을 것이다. 신설된 연구소인 만큼 바쁜 일이 많았다. 또한 본교 입학처장으로서도 일이 많아 학회장 지원을 고민했다. 특히 10월과 11월, 1월이 대학 입시로 가장 바쁜 달이다. 그럼에도 시간 관리와 일정 분배를 통해 학회장으로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지원을 결정했다.

 

한국지구과학회장으로서 바라는 학회의 모습은 무엇인가

첫째는 교사들의 많은 참여이며, 둘째는 대중과 연구자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지구과학은 천문학, 지질학, 대기 과학, 해양학으로 구성된다. 다른 자연과학 분야와 달리 지구과학 내의 학문 분야가 매우 이질적이다. 게다가 한국지구과학회에서는 과학교육 분야도 다루기 때문에 사회과학 분야도 포함된다. 지구과학과 과학교육 자체가 융합적 성격을 띤다. 또한 지구과학은 융합 학문이라는 특성에 더해 학교 교과목으로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초등, 중등, 고등 과학 교육과정의 효율성을 위해 지구와 우주 관련 학문을 하나로 묶은 만큼 한국지구과학회에는 학자들의 참여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의 참여도 매우 중요하다. 학자 사이에서 효과적인 과학교육 방식을 교류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효과적인 교육법을 제시하면 이를 현장의 과학교사가 적용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학회는 연구자와 대중 사이의 과학 지식 장벽을 없애야 한다. 학회 발표나 논문 속 과학 용어는 일반 대중이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대중이 과학적 소양을 쌓기 힘들어진다. 인간이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거나 심각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만큼 시민들의 과학 소양 함양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시민들도 과학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과학적 용어와 시민들의 언어 사이에 차이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지구과학회에서 구상 중인 사업은 무엇인가

시민들의 지구과학 소양을 키우기 위해 학회에서 이룬 과학적 업적을 학자들만의 언어가 아닌 시민들의 언어로 풀어서 전달해야 한다. 학술 이론과 교육 현장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학회에서 노력할 것이다.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지구과학 단행본 시리즈를 발간해 시민들이 과학 지식에 쉽게 접근해 정확한 정보를 얻도록 만들 것이다. 

또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과학 지식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잘못된 지구과학 지식을 바로잡고 최근 심각해진 자연재해에 대해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대학과 고등 교육과정의 과학교육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아인슈타인이 유치원생에게 과학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유치원 선생님이 더 잘 가르칠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과학교육은 교육의 대상을 고려해 학생의 공감 능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과학을 잘 안다고 해서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학생 대상 교육은 강의라고 칭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수업이라고 말한다. 강의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일방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학교에서는 각자 일방향 수업을 듣고 두꺼운 책을 읽어 스스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반면, 고등학교는 더 적은 범위를 가르치면서 선생님이 학생들의 개념 이해도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의 수학, 과학 교육에 제안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대학 진학 이전에 수학과 과학에 많은 학습량을 투자해야 한다. 수학과 과학은 학습의 위계성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초등학교 수학을 모르면 중학교 수학을 공부하기 어렵고, 중학교 수학을 모르면 고등학교 수학을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로스쿨 학생이 뒤늦게 의대에 들어가는 것보다 의대 학생이 뒤늦게 로스쿨 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전 교육과정의 수학, 과학 지식이 없다면 다음 교육과정을 소화할 수 없다. 이러한 위계성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어려워한다. 

수학과 과학을 학습할 때에는 선생님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혼자서 책을 읽거나 개념을 읽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학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을 옆에서 도와줄 선생님이 있는 초, 중, 고등학교 시기에 수학과 과학을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강의는 보통 일방향적이기 때문에 쌍방향 소통이 원활한 초, 중, 고등학교 교육제도 안에서 수학과 과학 학습에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화인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지진, 미세먼지, 이상 기후 등 최근에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어 지구과학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본교 과학교육과 학생들에게 지구과학이 인기가 많아졌음을 실감한다. 과학교육과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본교 학생들이 지구과학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나 국립공원에 가는 것만으로도 지질학 소양을 쌓을 수 있다.

지구과학 소양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전공 외에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데 신경써야 한다. 학교의 자원을 활용해 도서관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빌려 보며 지식과 소양을 함양해야 한다. 경험과 지식을 넓히면 삶 속 여러 판단의 순간에 정확한 귀납적 추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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