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 앙상블 ‘그루브앤드’의 김하경씨, 손민주씨, 이상경씨(왼쪽부터). 김기림 미디어부 기자
타악 앙상블 ‘그루브앤드’의 김하경씨, 손민주씨, 이상경씨(왼쪽부터). 김기림 미디어부 기자

“타악 연주를 중심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없었어요. 우리가 한번 주인공이 돼서 무대를 꾸며보자 해서 모이게 됐어요.”

한국음악과 타악 전공 3명이 뭉쳤다. 장구, 꽹과리, 북과 같은 익숙한 악기부터 ◆양금, ◆운라, ◆바라까지. ‘그루브앤드’는 우리 고유의 타악기를 주축으로 연주하는 3인 여성 타악 앙상블(ensemble)이다.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루브앤드는 본지의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9월23일 문정동의 한 연습실에서 그루브앤드의 멤버 이상경(한국음악·15년졸), 손민주(한국음악·16년졸), 김하경(한국음악·16년졸)씨를 만났다.

그루브앤드는 흥을 뜻하는 영단어 groove와 그리고를 의미하는 &(and)가 합쳐진 이름이다. 손씨는 “타악기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흥을 만든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그루브라는 단어와 함께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를 붙여 그루브앤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청자들이 음악을 들으며 무한한 상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이에 담겼다.

그루브앤드는 어떻게 모이게 됐을까. 이씨는 이에 대해 “한국음악과는 학년 당 두명의 타악 전공자를 선발한다”며 “인원수가 적어 자연스레 친해지게 됐다”고 밝혔다. 학번은 다르지만 연습실에 자주 모이며 세 명은 점차 친해졌고, 음악적 고민도 나누는 사이가 됐다.

본격적인 팀 결성이 이뤄진 것은 2016년 크리스마스다. 당시 한창 마당놀이 공연을 진행중이던 이씨는 공연 초대권을 손씨, 김씨에게 선물했다. 이씨의 공연을 감상한 후 세 명은 함께 식사를 했고, 우연히 팀을 결성해보면 어떨까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팀하면 재밌겠다.”

타악이 중심이 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도 팀을 결성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씨는 “반주 장단을 위주로 연주하다보니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다양한 타악기를 다뤄보며 각 악기가 주는 소리가 참 다양하다고 느끼곤 했다”며 “3명이 오롯이 타악기로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앞섰다”고 밝혔다.

뜻을 모은 세 명은 ‘2017 청춘만발 공연’에서 데뷔 무대를 선보이며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청춘만발 이달의 아티스트’에 선정되는 영예를 얻으며 활동을 이어나갔으나, 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는 없었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과 연주자가 추구하는 음악의 간극을 조율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피드백을 들으며 고민해본 결과, 음악을 듣는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그때그때 끌리는 음악을 하자’는 결론이 나왔죠.”

그루브앤드의 연주곡 제작 역시 팀 결성을 이끈 이씨가 주로 전담한다. 그는 평소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계기로 영감을 얻어 곡을 구상한다. 샤워를 하며 머리 위로 떨어진 물줄기, 미술관에서 마주한 그림, 바다에 놀러가 눈에 담은 파도까지도 창작에 보탬이 됐다. 그는 “그래도 데드라인(deadline)만큼 확실한 영감은 없다”며 너털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가장 애착을 갖는 곡은 어떤 곡일까. 손씨는 2017년 ‘본음’ 공연에서 선보인‘EXIT’(2017)를 떠올렸다. 해당 곡에서 세 연주자는 모두 징이라는 같은 악기로 연주를 이끌어낸다. 손씨는 “같은 악기만을 사용해 연주를 한다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20년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대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긴 ‘Run,Ran, Run’(2020)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Run, Ran, Run’은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한 곡으로, 양금의 주선율 위에 실로폰으로 허망함을, 베이스기타로 불안한 정서를, 꽹과리로 즐거움과 희망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루브앤드는 현재 타악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씨는 “타악기는 두드리는 악기이기 때문에 연주 과정에서 소리가 쌓이지 않고 날아간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타를 추가해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대면 콘서트에 최적화된 타악 연주를 영상 매체에 적합하게 다듬는 것이 이들에게 남겨진 과제다.

연주 생활에 영향을 준 기억에 대해 이씨는 본교에서의 ‘국악 채플’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전공자로서 평소 매일 접했던 음악이 학우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와 큰 호응을 얻은 것이 기억에 크게 남는다”고 말했다.

그루브앤드의 목표는 세계적인 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씨는 ‘월드뮤직엑스포’ (World Music Exposition)에 참여해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서양 악기만이 주목받는 음악계에 한국 악기를 직접 소개하고 싶다고.

“다양한 음악과 콜라보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전세계의 악기와 한국의 악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무대를 올리는 실험도 해보고 싶고요.”

한편 그루브앤드는 7일(목)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연은 오후8시 서울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 홀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열띤 에너지의 그루브앤드, 영상으로 인터뷰를 더욱 생생하게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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