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배구 동아리 '배꽃'. 사진은 부원 박서연씨, 서은빈씨, 안예진씨(왼쪽부터). 김영원 사진기자
본교 배구 동아리 '배꽃'. 사진은 부원 박서연씨, 서은빈씨, 안예진씨(왼쪽부터). 김영원 사진기자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의 4강 진출은 ‘원 팀’(one team)의 단결이 일궈낸 기적이었다. 약체라는 우려를 딛고 강호 팀들을 잇따라 꺾은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감동의 물결을 선사했다. 

본교에도 부족한 지원과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배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운 이들이 있다. 본교 배구 동아리 ‘배꽃’ 부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들은 “배구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2016년 1학기, 배꽃은 ‘배구에 꽃을 피워보자’는 포부로 배구를 좋아하는 이화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6년 차 동아리다. 누구나 배구를 자유롭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동아리 신설 당시 목표에 따라 배꽃은 비체대 부원들로 구성돼 있다.

안예진(뇌인지·20)씨는 “중학생 때 배구 동아리를 하면서 배구에 흥미가 생겼다”며 “배구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부장 서은빈(정외·20)씨도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을 배구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서씨는 “배구는 서로를 믿고 공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들 간 신뢰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꽃’은 여성들이 온전히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서씨는 “중학생 때는 체육관에 가면 항상 남학생들이 진을 치고 있어 연습할 기회가 부족했는데 이제는 오롯이 우리만의 장이 생겨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여러 운동을 해왔었는데, 주변에서 ‘여자인데 왜 운동을 하냐, 조신하지 못하다’라고 말해 속상했었다”면서 “하지만 이화에 와서 여성도 자유롭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주체임을 느껴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동아리

배꽃은 부원, 코치 그리고 매니저로 구성돼 있다. 모두 본교 재학생들로, 실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코치는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돕는다. 매니저는 오프라인 훈련 시 선수들의 훈련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선수들이 훈련 때 받은 피드백들을 정리해 전달한다. 

배꽃은 대부분 초보자들로 구성돼 있어, 프로 선수처럼 6인이 아닌 9인제로 연습한다. 아마추어식 구성인 9인제 배구는 전위(네트 앞에서 공격과 블로킹이 주로 이뤄지는 곳)와 후위(수비 중심)로 나뉜 프로 방식과 달리, 전위와 후위 사이에 공격과 수비를 병행하는 ‘앞차’와 ‘백차’라는 포지션이 추가된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에 비해 공을 원활히 주고받기 어렵다 보니 전위와 후위 사이 연결이 매끄럽도록 돕는 역할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한 팀에 9명, 상대팀까지 총 18명이 모이는 게 어려워져 현재는 포지션을 따로 두지 않고 기본 연습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기가 기존의 5전 3선승제가 아닌 3전 2선승제로 운영되고, 한 세트당 25점이 아닌 21점을 먼저 획득하는 팀이 이기게 된다. 학기 초반에는 3전 2선승제와 같이 세트 수를 정해두지 않고 제한 시간 안에 더 많은 세트(선 21점 획득)를 가져가는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 부장 박서연(휴기바·18)씨는 “초반에는 신입 부원들이 경기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이러한 비공식적인 게임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시련 속 피어나는 꽃

배꽃은 교내 일반 동아리로 분류돼 교내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매 학기 3만 원씩 회비를 걷어 훈련 장소를 대관하거나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고 있다. 현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중앙 동아리가 되기 위해 등록 심사를 거치는 중이며, 심사 절차 중 하나인 가동아리로 승인된 상태다. 

지원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연습 환경도 열악하다. 이전에는 본교 학관 레크리에이션 홀에서 연습했지만 학관 공사로 실내 연습 공간이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체육 시설 대관도 어려워지자 이들은 올림픽공원을 찾기도 했다. 서씨는 “올림픽공원에서 비어있는 공터를 찾아 훈련하기도 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도 많고 공원에 임시 선별 진료소가 들어서면서 훈련을 강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훈련 장소들이 잇따라 폐쇄되자 이들은 결국 방학 중 온라인 훈련에 돌입했다.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배구 경기 룰을 학습하고, 함께 체력 훈련을 했다. 부원들의 기초 체력 훈련을 위해 서씨는 자신이 다니는 체육관에서 배구공을 이용한 훈련 영상을 직접 촬영했다. 서씨는 “부원들이 조금이라도 배구와 친해질 수 있도록 시범 영상을 찍어봤다”며 “기존의 플랭크나 스쾃 자세를 어떻게 하면 배구와 접목시킬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수줍게 소감을 전했다. 

배구공을 활용한 기초 체력 훈련 영상을 제작한 서씨 제공=서은빈씨
배구공을 활용한 기초 체력 훈련 영상을 제작한 서씨 제공=서은빈씨

현재는 온라인이 아닌 ‘지역별 소모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서씨는 “코로나19가 완화되고 있지 않아 최대한 안전하게 훈련하고자 택한 방식”이라며 “지역별로 가까운 부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그 주의 커리큘럼을 따라 훈련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다음 달부터는 방역 지침 준수 하에 대관 활동도 예정돼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경기를 뛸 수 있는 환경과 실력 모두 갖추는 게 목표

이들의 목표는 경기를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과 더불어 이에 걸맞은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박씨는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웠던 2019년이 배꽃의 전성기였다고 밝혔다. 2019년, 당시 배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려대 체육교육과 여자 배구 동아리와의 친선 경기를 가져 2 대 2로 비겼다. 박씨는 “첫 외부 출전인데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걱정했지만, 모두가 똘똘 뭉쳐 평소보다 실력을 잘 발휘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그때처럼 다시 경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코로나19로 외부 경기뿐만 아니라 부원들끼리의 경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이 어려움을 ‘기초 다지기’로 극복하고 있다. 박씨는 “보통 1~2달 안에 기본 동작들을 익힌 다음 부원들끼리 미니 게임을 진행하는데, 지금은 신입 부원들이 많아 기초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배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존 부원들이 졸업하고, 새 부원들이 대거 투입되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들은 처음으로 유니폼도 맞추며 다시 코트 위에 설 날을 고대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이 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통해 여성과 배구에 대한 장벽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졌으면 좋겠어요.”

날아오는 배구공을 받으려 준비하는 박씨 김영원 사진기자
날아오는 배구공을 받으려 준비하는 박씨 김영원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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