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전 총장 김영원 사진기자
이배용 전 총장 김영원 사진기자

본교 제13대 총장을 역임한 이배용 명예교수가 8월16일 ‘제5회 반기문 여성권익상’을 수상했다. 반기문 여성권익상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재임기간 동안 유엔여성기구 창설을 비롯,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한 반 전 총장의 업적을 기리는 상이다. 이는 미국 뉴욕의 국제 비정부기구 ‘아시아 이니셔티브(Asia Initiative)’에서 제정한 상으로 올해는 폴 폴먼(Paul Polman) 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와 이 교수가 받게 됐다.

이 교수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반기문 여성권익상을 수상했으며 제인 구달(Jane Goodall), 첼시 클린턴(Chelsea Clinton) 등이 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본지는 8일 서울 마포구 소재의 개인 사무실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소녀 이배용은 역사를 암기해 할머니께 들려주길 좋아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가져왔던 역사 교사의 꿈을 본교 사학과 교수로 이뤘다. 이 교수는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이화여중∙고∙대를 다니며 여성들이 자주적으로 목표를 이루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창 시절 느꼈던 자신감을 후배에게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여성 인재 양성에 대한 사명감을 가졌다.

이 교수는 본교 총장 재임 당시의 성과가 반기문 여성권익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본교에 국제교류처와 이화학술원, 스크랜튼 학부 등을 설치했다. 국제교류처를 통해 해외 대학들과 본교의 교류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이화학술원을 통해 국내외 석학들을 석좌교수로 데려왔다. 또 해외의 여성 공무원들이 본교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이화-코이카(Ewha-KOICA) 과정도 개설했다. 이 교수는 “원조를 받은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는 데에도 우리의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질적인 것뿐이 아닌 여성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직급에는 여성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여성들도 능력대로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세계에서도 한국 여성들이 능력을 펼칠 자리가 많아지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사를 전공한 이 교수는 여성연구원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역사 속의 여성에 주목해 여성사를 정립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여성사 박물관인 ‘어머니 박물관’을 구상해 초기 작업 중에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길 바란다”며 시대별 어머니상을 담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2020년 여성 최초 초헌관으로 임명되는 등 여성 최초의 역사를 이끌고 있다. 초헌관은 제례에서 첫 술잔을 올리고 제사 기간 동안 서원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그는 총장 임기가 끝난 뒤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한국의 산사와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진정성, 완전성을 둘 다 만족해야 하는 까다로운 심사 조건과 5개 도에 걸쳐 있는 9개의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산사와 서원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이 교수는 만장일치로 초헌관에 임명됐다. 

“누군가와 경쟁해서 초헌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서원을 문화유산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해 자연스럽게 여성이 금기시되던 곳의 벽을 깼다고 할 수 있죠. 햇볕이 얼음 녹이듯 ‘상생’이 저절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사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 온 이 교수는 “역사는 미래를 찾는 길이고 희망을 찾는 나침반”이라며 “크고 작은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역사 속에서 긍정의 힘을 찾고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화인들이 멘토로 삼았으면 하는 역사적인 인물은 어떤 사람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선덕여왕과 세종대왕을 꼽았다.

“한반도 최초의 여왕이자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선덕여왕에게서 통합의 리더로서의 자세를, 양반을 위해서가 아니라 약자를 위해 글을 만든 세종대왕에게서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현재 이 교수는 ‘전통 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단’ 단장을 맡아 산사와 서원에 이어 한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고자 노력중이다. 4월29일 전통 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발대식을 시작으로 6월25일엔 안동에서 1차 학술 포럼을, 오는 30일(목)에는 문경에서 제2차 학술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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