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공을 넘어선 감상의 경험 마련, 노은희 기획이사와 함께 읽는 모모의 비전

1일 오후2시 경 ECC 내 아트하우스 모모 직원이 영화 포스터를 게시하고 있다. 김영원 사진기자
1일 오후2시 경 ECC 내 아트하우스 모모 직원이 영화 포스터를 게시하고 있다. 김영원 사진기자

 

굳게 닫혀있던 예술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의 문이 열렸다. 12월 공지한 긴급 휴관 이후 장장 212일 만이다.

재개관이 공지된 7월, 극장의 정규 프로그램 편성과 부대 행사 큐레이팅을 맡은 노은희 기획이사를 만났다. 급변하는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도 아트하우스 모모가 문을 연 이유와 예술영화관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충, 그리고 앞으로 극장이 나아갈 미래까지. 그가 그려내는 비전은 누구보다 선명했다.

 

대학 내 위치한 영화관, 방역 더욱 힘쓰게 만들어

ECC 지하 4층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모모)는 예술영화전용관으로, 2008년 8월 대학 내 최초 상설 영화관 타이틀과 함께 본교에 입주했다. 노 이사의 말에 따르면 오래된 영화관이기에 ‘고정된 팬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위기는 피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2020년 초에 저희가 제일 먼저 휴관 했을 거예요. 처음에는 해외 유입에 대한 두려움이 컸잖아요? 워낙 유학생이나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신촌에 위치하다 보니 좀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금방 지나갈 것 같던 2020년 2월의 임시휴관은 새로운 공지와 함께 2차, 3차 임시휴관으로 연장됐다. 외부인 유입이 활발한 극장이라는 공간적 성격과 학교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모모는 더욱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노 이사는 “기숙사에 사는 신입생, 재학생 이외에도 한창 입시 철에는 시험을 보러 오는 수험생들을 위해 휴관을 유지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ECC에 입주한 모든 업장이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년 동안 모모는 총 6차례 휴관을 결정했으며 초기 임시휴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70일 이상의 장기 휴관이었다. 이화여대 반경 1.5km 내 타 영화관들이 코로나 19 발생 초기 이외에는 휴관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트하우스 모모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매우 엄격했다. 노 이사의 말에 따르면 모모는 이뿐만 아니라 정부 방역지침마저 상향 준수하고 있다.

“원래 저희가 생수는 팔았었거든요. 근데 이제 생수도 안 팔아요. 마시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까. 교육기관 내에 있어서 정부가 100을 원하면 저희는 최소 120, 130까지는 하는 것 같아요”

휴관과 휴관 사이 한 달 남짓한 재개관 시기들이 종종 있었지만, 방역을 위해 극장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관객 수는 90% 정도 감소했고 좌석 제한으로 인해 모모는 134석 중 49석만 운영할 수 있었다. 이미 매출의 65%를 잃고 시작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노 이사는 정문 통제나 엄격한 방역 지침 등 다양한 요인들마저 관객들의 관람 욕구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상향되면 학교 정문에서는 외부인 출입 통제를 하잖아요. 그러면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러왔다고 말하고 들어오시면 되는데 그 과정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시기도 해요.” 

 

그래도 극장을 찾는 사람들, 그래도 계속되는 아트하우스 모모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1일 모모가 재개관을 결정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라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 이사는 이전부터 극장의 위기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제기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확장으로 인한 극장의 위기는 이미 5년 전부터 얘기되고 있었다"며 “코로나로 인해 우려가 폭발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거의 모든 영역에서 대면의 의미가 재고되는 거 같아요. 과연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는 걸까? 영화를 꼭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봐야 하나? 생활 방식 자체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거죠.”

노 이사의 말에 따르면 비대면의 시대가 부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7월 모모에서 개최됐던 ‘아랍 영화제’는 60석 모두 만석이었다. 마찬가지로 11월에 열렸던 ‘스웨덴 영화제’ 또한 49석 전부 매진을 기록했다.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리라 생각했던 영화제가 개최되고, 이를 방문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극장이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시국에도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오고 있어요.” 재개관 이후 열린 퀴어 기획전에서 ‘캐롤'(Carol)(2015)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2019)을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노 이사는 이렇게 물었다. “OTT 서비스에도 올라가 있고 개봉한 지 2년 이상 지난 영화를 사람들은 모모에 와서 보고 있어요. 여기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이번 기획전에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관람한 이선재(국문·21)씨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여성 대학 내에서 볼 수 있다는게 좋았다"며 모모를 선택한 이유로 접근성과 의의를 꼽았다. 이씨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감각적인 영화라고 들었던 것만큼 OTT보다 사운드와 영상미를 잘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혼자 갔어도 옆 사람이 울면 왠지 누군가가 공감해준 것 같고, 내가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좋은 사람과 함께 갔다면 영화를 얘기하며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는 거고요.”

단순한 상영 또는 콘텐츠의 제공을 뛰어넘는 무언가, 노 이사는 모모와 같은 예술영화 전용관이 나아가야 할 지점이 여기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소비가 아닌 “영화를 관람하는 그 순간 감각의 총체, 다 함께 모여 극장 안에서 같이 울고 웃고 하는 일종의 제의적인 체험이 바로 핵심이다"라며 노 이사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노 이사는 “강연이나 토론회와 결합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의 무대 행사를 실험해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단순한 상영 프로그램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지만 다행히 저희를 믿고 찾아주시는 충성 고객분들이 있으셔서 이런 시도가 가능하죠.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기 위한 영화, 함께 나누는 그 방법을 찾아가는 게 극장의 역할인 것 같아요.”

재개관 이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주 6일, 1일 3회 상영을 기준으로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있다. 2021년 극장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스웨덴 영화제’와 ‘아랍 영화제’도 모두 정상 개최됐다. ‘아랍 영화제’는 4단계 발표 이후 일정이 변경돼 2일에, '스웨덴 영화제’는 예정대로 9일에 개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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