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22년 수시 모집이 한창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수험생활을 보내고 있는 고3 학생들의 긴 여정도 끝을 향하고 있다. 그간의 여정에는 학생들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받쳐주던 선생님이 있었다. 제자들의 노력과 결실을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라고 있을 사람 또한 선생님이다. 본지는 교실을 넘어 수많은 랜선 제자들과 함께 달리는 동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봤다.

 

연구소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시연하는 이하영 강사 김지원 사진기자
연구소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시연하는 이하영 강사 김지원 사진기자

‘수포자를 위한 강의를 표방한다’는 일념으로 2005년 임용고시에 합격한 후 교사, EBS 강사에 이어 이투스 입성까지. 이하영 강사(수교·03년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40살이 되면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과거 발언에 따라 만 40세가 되던 2020년, 학교에 사표를 냈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본격적으로 인터넷 강의 시장에 뛰어든 그는 현재 EBS와 이투스에서 수능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꼼꼼한 강의뿐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그는 ‘진정한 스승’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공립 고등학교 교사 시절 줄곧 고3 담임을 맡은 그는 학생들에게 단순 강의뿐 아니라 학습 코칭을 병행했다. 이 강사는 “수학 인강 패스를 다 구매해 거의 모든 선생님들의 강의를 모니터링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습관에 맞춰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각 학생들의 성향에 걸맞은 학습 방법 코칭을 통해 이들의 성적이 오르자 크나큰 뿌듯함을 느꼈다. 

학습뿐만 아니라 대학 시절 부전공으로 선택했던 교육학 수업이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교육사회학, 교육심리학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학생들의 심리를 이해하며 이들과 친밀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교사 생활을 한 지 5년, 전근을 가야 하는 시점이 되자 매너리즘에 빠졌다. 고착화된 교수법에서 벗어나 다른 강사들의 열정을 보고 배우고자 그가 찾은 돌파구는 EBS였다. ‘수포자를 위한 강의를 개설하겠다’는 목표로 EBS에 입성해 그가 맡은 첫 강의는 ‘왕초보 수학 강의’. 하지만 당시 EBS에는 하위권을 위한 강의가 없어, 결국 첫 발령지에서 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제작했던 학습지를 발전시켜 교재와 강의를 제작했다. ‘맨 땅에 헤딩’ 식으로 120강을 찍어내며 완강할 즈음에는 눈물이 났다. 그는 “하위권 아이들은 마음만으로는 잘 하고 싶고 간절하지만 교육의 기회가 없어, 이들을 돕고자 정말 열심히 강의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교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직접 만날 수 있는 제자들은 줄었지만, 그는 ‘랜선 제자’들을 위해 다방면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EBS에서는 학생들의 수강 후기를 원동력으로 삼아, 모두가 동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강의를 구성한다. 그는 “교육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내 강의를 통해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기쁘다”며 “이게 바로 EBS 강사만이 느낄 수 있는 사명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해 직접 손글씨로 작성한 강의 노트를 매시간 올린다. 

얼마 전 유튜브(Youtube) 채널을 개설했다는 그는 “단순 성적 컨설팅이 아닌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관리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었다”고 동기를 밝혔다. 공부 외적인 요소들을 부모와 학생이 함께 잘 관리하면 성적 향상과 더불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학생 뿐 아니라 부모도 공부가 필요하다”며 “아이의 나이에 맞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교사와 강사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화인들에게 “내 삶의 지향점을 생각하면 된다”는 조언을 남겼다. 학교와 학원은 우열을 가리는 대상이 아닌, 분명 각자의 기능이 있다. 학교는 사회화에, 학원은 수준별 교육을 통한 성적 향상에 더 주안점을 둔다. 그는 “‘공교육은 명예, 사교육은 돈’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며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사명감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살펴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제 강의를 통해 1등급, 혹은 만점 받는 학생들이 나오는 것도 뿌듯하죠. 하지만 5등급이었던 학생이 2등급이 되면서 자신감과 문제 해결 능력을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성장하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해 좋은 성과를 이뤘다는 기억이 학생에게는 큰 보물이 될 겁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