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용 모바일 게임 개발로 ‘대학혁신 사례영상 경진대회’ 대상 수상

도전학기제를 통해 팀을 꾸려 ‘학생참여 대학혁신 사례영상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게맛살 팀. 이주연 사진기자
도전학기제를 통해 팀을 꾸려 ‘학생참여 대학혁신 사례영상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게맛살 팀. 이주연 사진기자

다양한 전공을 가진 본교생들이 모여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2021 대학혁신포럼 ‘학생참여 대학혁신 사례영상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해당 게임은 발달장애아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딩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대상을 수상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자 본지는 게임을 개발한 ‘게맛살’ 팀 팀장 정유은(특교·18)씨, 팀원 이도현(뇌인지·18)씨, 장재원(컴공·19)씨, 주훈재(국교·17)씨, 황주이(컴공·19)씨를 23일 ECC B215호에서 만났다.

팀명 게맛살은 ‘게임으로 맛보기 세상 살아보기’라는 의미다. 팀명은 장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장씨는 “아이들이 게임 속에서 미리 세상을 경험해보는 것”이라며 “모르는 아이스크림의 맛을 알려주는 베스킨라빈스의 ‘맛보기 스푼’처럼 아이들에게 세상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 ‘게임으로 맛보기 세상 살아보기(게맛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공 수업에서 특수학교에 봉사를 나가 아이들을 직접 만나며 과제를 해야 했고, 덕분에 현장에서 발달장애아동들과 학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교육공학 수업에서 게임과 같이 기술을 접목시킨 교육이 (비장애)아이들에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 교육이 장애아이들에게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학습용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됐죠.”

정씨는 “장애아동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때 비장애아동보다 실패를 많이 경험해 학습에 흥미가 없고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임이 몰입도가 높고 목표를 달성하면 바로 보상을 줄 수 있어 장애아동이 학습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중에 장애아동을 고려한 학습용 게임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정씨와 이씨는 도전학기제에 참여해 팀원을 모으고 직접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게맛살 팀은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동안 게임을 만들고 대회에 나가 대상을 수상했다. 정씨는 초반에 했던 사전조사가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1~2월에 팀원들은 벤치마킹을 위해 교육박람회에 다녀오고 역량을 기르기 위해 캐릭터디자인강의와 게임개발과 관련된 강의 등을 시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국내 아동용게임을 분석하고 특수교육 교과서와 일반 교과서를 모두 참고해서 4~6세 아이들에게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적절한 대안을 찾아냈던 것도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아동과 학부모를 많이 만나지 못했고, 인터뷰도 비대면으로 진행해 규모가 작아졌다. 그러나 팀원들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지를 만들어 설문조사 및 서면인터뷰를 진행했고 더 나아가 심층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씨는 “직접 아동과 학부모를 만날 순 없었지만 교수와 전문가를 만나는 시간을 확대함으로써 부족한 점을 채워갔다”고 말했다.

게임 실행 화면 중 일부. 일상생활에 필요한 8가지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제공=게맛살팀
게임 실행 화면 중 일부. 일상생활에 필요한 8가지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제공=게맛살팀

게맛살 팀이 만든 학습용 모바일 게임의 이름은 ‘루루와 치치의 지구 적응기’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루루와 치치가 지구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아이는 게임을 통해 손 씻기, 청소하기, 밥 먹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양치하기, 옷 입기, 사회생활하기, 물건 구매하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8가지 기술을 배운다. 게맛살 팀은 장애아동이 쉽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게임을 프로그래밍했다. 게임은 기본 생활 습관을 익힐 때 필요한 단계를 구체적으로 구성해 교육한다. 예컨대, ‘양치하기’를 배울 때는 ‘칫솔을 든다’, ‘칫솔을 수도꼭지 아래로 가져간다’, ‘수도꼭지를 튼다’부터 ‘칫솔에 치약을 짠다’, ‘뚜껑을 닫는다’, ‘칫솔을 이에 가져간다’, ‘이를 깨끗이 닦는다’까지 매우 세밀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진 점을 고려해 본 게임은 선생님 없이 학부모가 직접 아이를 지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씨는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같은 행동을 여러 단계로 쪼개 반복적으로 가르쳐줘야 하는데, 많은 아이들이 이에 싫증을 느끼고 부모 또한 이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팀원들은 학부모가 가정에게 아이에게 독립생활 기술과 사회적 기술을 가르칠 때 본 게임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학습 단계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다양한 보상 시스템을 마련했다. 부모님과 약속을 지키면 받는 ‘약속해요’, 칭찬스티커를 모으는 ‘칭찬해요’, 게임을 성공하면 자신의 사진을 앨범에 넣을 수 있는 ‘나의 앨범’ 등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은 발달장애 아동을 위해 기획됐지만, 개발이 진행되며 게임 대상이 모든 아동(4~6세)으로 확대됐다. 초반의 의도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씨는 “교수와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본 결과 생활에 필요한 기술(독립생활 기술)은 장애아동을 포함한 모든 유아가 배워야 하는 기술이기에 이 게임을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그는 “‘루루와 치치의 지구 적응기’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에 입각한 게임으로 수정됐다”고 말했다. 

또 기획안에는 독립생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게임만으로 구성했다면, 출시 예정인 버전에는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는 게임이 추가됐다. 이 씨는 “장애아동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라며 “친구가 넘어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와 같은 일상생활 외의 사회적 소통 기술을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제작된 게임은 7월 구글 플레이 스토어(play.google.com)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대본 녹음과 ◆알파테스트를 통한 수정 작업으로  출시일이 늦춰졌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팀원들은 보다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대상으로 받은 상금을 게임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씨는 “학부모를 위한 가이드영상 제작을 고려하고 있고 성우 녹음, ◆베타테스트, 게임 홍보, 상표권 등록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희가 만든 ‘루루와 치치의 지구 적응기’가 코로나 시기에 장애 아동의 성장을 돕고, 학부모님들께 도움을 주는 학습 도구가 됐으면 합니다.”

 

◆ 유니버설디자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 알파테스트: 팀 내부에서 직접 하는 테스트

◆ 베타테스트: 팀 외부에서 미리 정해진 사용자 계층들이 써 보도록 하는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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