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만 구독자의 ‘Judy asmr’ 채널을 3년 9개월간 운영 중인 윤윤주씨. 김지원 사진기자
28.7만 구독자의 ‘Judy asmr’ 채널을 3년 9개월간 운영 중인 윤윤주씨. 김지원 사진기자

“첫 데이트니까 특별히 메이크업해줄게. 심심하기도 하고… 톡톡톡톡.”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와 화장품을 두드리는 소리가 영상에서 흘러나온다. 우리말로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을 뜻하는 ASMR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영상의 한 장면이다. 감각적 소리로 현대인들의 심리 안정을 돕는 ASMR 영상은 주로 자기 전 이어폰을 착용하고 듣는 경우가 많다.

‘Judy asmr’ 채널의 윤윤주(건반·18년졸)씨는 구독자 28.7만 명을 가진 ASMR 유튜버다. 유튜브 채널을 3년 9개월째 운영하는 윤씨를 15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씨의 주력 콘텐츠는 특정 상황을 설정하고 실제처럼 연기하는 롤플레잉이다. 윤씨가 연기한 역할도 다양하다. 영상 속에서 그는 재수없는 친구부터 안전부절못하는 점원, 사기꾼, 백수 누나를 넘나든다. 일명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유명한 그의 ‘재수없는 친구에게 받는 데이트 메이크업 ASMR’은 20일 기준 조회수 458만 회를 기록했다.

윤씨가 ASMR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17년 8월이다. 당시 학부생이던 그에게 ASMR 영상 제작은 즐거운 취미였다.

“친구가 ASMR을 추천해 줬는데 마음도 편안해지고 재밌더라고요. 잠을 자야 하는데 오히려 밤을 새워서 계속 보게 됐죠. ‘나도 직접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일상생활과 창작물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 ‘해리포터 ASMR’, ‘작은 아씨들 ASMR’도 영화를 보고 난 뒤 적었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과정은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내는 작업이다. 윤씨는 “몰입도 유지를 위해 작은 아씨들의 설정을 해치지 않게 시나리오를 구성하거나 해리포터 세계관에 맞는 말투를 쓴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배경, 소리, 의상, BGM, 소품까지 세부적인 부분 모두에 윤씨의 손길이 닿아 있다.

가장 흥행한 ‘재수없는’ ASMR 역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그의 노력이 담겼다.

“재수없기만 한 캐릭터는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어서 까칠하지만 정이 가는 캐릭터를 보여주려 했어요. ‘너 피부가 왜 이러니?’라고 말한 뒤 ‘그래도 입술이 예쁘네’라는 식으로 연출하면 시청자가 ‘이 캐릭터 매력있다’고 느낄 것 같더라고요.”

28.7만 구독자의 ‘Judy asmr’ 채널을 3년 9개월간 운영 중인 윤윤주씨. 김지원 사진기자
28.7만 구독자의 ‘Judy asmr’ 채널을 3년 9개월간 운영 중인 윤윤주씨. 김지원 사진기자

다채로운 콘텐츠로 사랑받는 그에게 평소 아이디어를 어떻게 기록하는지 묻자 윤씨는 “최근 아날로그하게 기록 방식을 바꿨다”며 검정색 무지 노트와 펜을 보여줬다. 그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사소한 것들도 펜으로 슥슥 적어 내려간다. 윤씨가 펼친 아이디어 노트에는 일기나 계획,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아이디어 노트라 해서 거창하지는 않아요. 생각나는 걸 자유롭게 적다 보면 그게 영상 아이디어가 될 때도 있더라고요.”

이런 그도 유튜브를 전업으로 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전까지 윤씨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에서 패션 디자이너 인턴을 하며 주에 한 번씩 ASMR을 올리고 있었다. 그를 전업 유튜버로 이끈 건 여행 중 올린 영상이었다. 인턴을 마치고 유럽에서 여행할 때, 윤씨는 베를린 호스텔에서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롤플레잉 영상을 찍었다.

급하게 찍었던 영상이었지만 호스텔의 배경과 가죽 재킷 스타일, ‘재수없는’ 콘셉트, 후시녹음이 어우러져 최고 조회수의 영상이 탄생했다. 여행 중 진로에 관해 생각이 많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흥행은 전환점이 됐다.

“공부를 할 건지, 음악을 할 건지, 디자인을 계속할 건지 고민이 많은 시기였어요. 마침 그때 유튜브 채널에 관심이 커졌고, 무엇보다 제가 이 일을 가장 즐거워한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유튜브에 집중하기 시작한 2020년, 그는 2~3일에 한 번씩 영상을 업로드하며 ASMR에 빠져 지냈다. “일과 일상의 구분 없이 눈뜨자마자 바로 일했다”고 말한 윤씨는 2020년에만 ASMR 영상 131개와, 브이로그(Vlog) 영상 76개를 올렸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올해부터는 10to10(오전10시~오후10시)을 지키면서 저만의 ‘워라밸’을 찾아가는 중이다”라며 웃었다.

윤씨가 생각하는 자신의 원동력은 ‘즐기는 것’이다. 그는 “상상했던 것을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본교생들에게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완벽하게 준비된 때라는 건 없더라고요.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준비하고, 일단 좋아하는 게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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