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통합 배구 동아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구팀 쏙쏙이화. 선수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경민 사진기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구팀 쏙쏙이화. 선수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경민 사진기자

“다른 사람이 저희의 경기 모습을 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잘 느끼지 못할 때 가장 뿌듯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뤄 경기하는 배구팀이 있다. 본교 특수교육과와 체육과학부 재학생이 만든 생활체육 동아리 ‘쏙쏙이화’다. 쏙쏙이화의 코트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그저 같은 동료로서 경기에 임한다. 본지는 쏙쏙이화의 이유정(특교·19) 회장과 훈련 중인 멤버들을 홍대의 한 체육시설에서 만났다.

쏙쏙이화는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스포츠 대회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pecial Olympic Korea)의 약자인 ‘SOK’를 활용해 지은 이름이다. 2018년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스페셜 올림픽 종목인 배구 경기를 위해 함께 훈련하고 있다.

이씨는 “이화의 특수교육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가 되지 않는 통합 교육을 추구하지만 아직 사회에는 여전히 장벽이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교류할 기회가 적기에 취미 생활을 같이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동아리 구성원은 18명이다. 선수는 스페셜 선수와 파트너 선수로 구분된다. 스페셜 선수는 장애인 선수들을 의미한다. 경계선 장애부터 중증 장애를 가진 6명의 선수로 이뤄져있다. 이들은 사회복지관이나 본교 이소현 교수(특수교육과)가 만든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를 통해 쏙쏙이화에 들어왔다. 파트너 선수는 비장애인 선수들로, 본교 특수교육과와 체육과학부 재학생 및 졸업생 12명이 활동 중이다.

“운동을 할 때는 간단한 단어 위주로 소통을 하다 보니 굳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돼서 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훈련하면서 겪는 소통의 어려움은 찾기 힘들다. 배구 훈련을 할 때에는 딱히 많은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훈련 중간 쉬는 시간에는 선수들이 모여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씨는 쉬는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동아리 구성원끼리 다같이 친밀하게 대화하는 사이로 지내는게 활동에서 중요하다”며 “농담도 하고 이번주는 어떻게 보냈다는 일상적인 대화도 하면서 지낸다”고 말했다.

연습 중인 선수들. 코로나19 이후 인원제한으로 인해 시간대를 나눠 4명씩 연습을 진행한다. 민경민 사진기자
연습 중인 선수들. 코로나19 이후 인원제한으로 인해 시간대를 나눠 4명씩 연습을 진행한다. 민경민 사진기자

인터뷰 중에도 쏙쏙이화의 선수들은 리시브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연습을 하던 스페셜 선수 2명 모두 안정적인 자세로 공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원활히 훈련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이씨는 “훈련 초반에는 적응을 못했던 스페셜 선수가 6개월 정도 꾸준히 연습을 진행하면서 훈련이라는 개념에 익숙해지고, 배구 동작이나 소통 방법을 익혔다"며 “그 때 파트너 선수들 다같이 긍정적인 변화라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해 활동은 4월부터 재개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관이 어려워 토요일 정기 훈련을 할 수 없었다. 1년 동안 배구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선수들간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공백기 동안 선수들이 각자 집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담아 영상으로 제작해 공식 SNS 계정에 올리는 ‘코로나 쏙가라 챌린지’를 진행한 덕분이었다. 이씨는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불가능해 소통과 지속적인 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코로나 쏙가라 챌린지를 통해 선수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2018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대회에서 5개의 팀 중 5번째 ◆승리자였지만, 그 다음해인 2019년에는 4번째 승리자가 됐다. 한 계단씩 올라오고 있는 쏙쏙이화는 2020년 한 해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한 만큼 2021년 대회를 더 열심히 준비 할 예정이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훈련을 잠시 멈췄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올해를 보내려 합니다. 아직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과 쏙쏙이화에서 같이 뛰고싶어요.”

 

◆ 승리자 : 스페셜 올림픽에 참가한 모두가 승리자라는 의미를 담은 말로 등수 대신 쓰임.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