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홈웨어를 만드는 의류 브랜드 '프리찌' 주윤정씨. 주씨는 여성들을 위해 노브라로도 편히 입을 수 있는 잠옷을 제작하고 있다.
건강한 홈웨어를 만드는 의류 브랜드 '프리찌' 주윤정씨. 주씨는 여성들을 위해 노브라로도 편히 입을 수 있는 잠옷을 제작하고 있다.

"가장 편해야 하는 집이지만 아빠와 남자 형제가 신경쓰여 잠옷 안에 브라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죠."

집에서 브래지어를 벗고 생활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본 난처한 상황이다. 여성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준 잠옷을 만든 이화인이 있다. 본인의 경험을 계기로 노(No)브라 잠옷 ‘프리찌(freezzi)’를 제작한 주윤정(사교·16)씨다. 본지는 4월24일 목동의 한 카페에서 주씨를 만났다.

프리찌는 '자유로운(Free) 가슴'과 '프리티(Pretty)'를 합친 이름이다. 편안함을 추구해 여성을 가슴 브래지어로부터 해방시키면서 디자인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주씨는 “‘답답한 브래지어를 집에서까지 착용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여성 건강을 생각한 홈웨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주씨는 주변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돼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20년 2월 프리찌가 탄생했다.

2021년 여름 시즌에는 반팔 원피스 형태의 잠옷을 새롭게 제작했다. 프리찌의 신제품은 4월15일 오픈 하루 만에 텀블벅(tumblbug.com) 펀딩 목표 금액 236만 원의 375%를 달성했다. 현재는 약 900%를 달성해 약 2천만 원이 모였다. 주씨는 “첫 날에 목표 금액을 훌쩍 넘어서 깜짝 놀랐다”며 “후원에 참여한 분들 중 이전에도 프리찌를 구매해주신 분들이 많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노브라 의류가 옷에 가슴 패드를 덧댄 것과 달리, 프리찌는 천과 면 레이스만으로 가슴을 지지한다. “시중 잠옷을 사서 입어보니 브라캡의 위치와 가슴의 위치가 잘 맞지 않더라고요. 또 잘 때 두꺼운 브라캡이 가슴이 아닌 곳에서 움직이니 불편했어요. 그래서 제가 제작을 결심했죠.”

프리찌는 가슴 부분에 브라캡 대신 ◆스모킹 밴드를 넣는다. 주씨는 “힘을 조금만 들여 늘려도 단면 10cm 이상 늘어날 정도로 신축성이 좋다”며 “어깨끈에도 밴딩을 넣어 답답함 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원피스 형태는 잘 때 말려올라가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피드백에 주씨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치마 끝단 부분에 단추 하나를 달아 치마의 앞면과 뒷면을 연결하는 방법이다. 주씨는 “스냅 단추로 문제점을 보완해 입고 벗기 편한 원피스 형태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의류 제작을 배운 적도, 자본금도 없던 주씨가 사업에 뛰어든 건 맨땅의 헤딩과 같았다. “무작정 동대문에서 원단을 사서 의상디자인을 공부한 어머니에게 미싱을 배웠어요. 집에 있는 옷들을 하나씩 분해해보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뜯어 보기도 했죠. 마네킹을 사서 옷을 입혀보면서 프리찌 샘플을 만들어 냈어요.”

처음 민소매 원피스를 만들었을 때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내 ‘벗들의 금손’ 게시판에 올렸다. 이 때 제작을 원하는 동문들의 요청이 들어와 소량만 제작해 판매했다. 주씨는 “재구매 요청이 들어오고 입소문도 나서 이전의 마진으로 다시 제작할 수 있었다”며 “이화인들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한 만큼, 이번 상품을 구매한 동문들에게는 작은 선물도 함께 제공한다”고 밝혔다.

제작 과정에서 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세 번째로 시도했던 겨울용 긴팔 투피스 잠옷 작업 때 공장에서 마감일을 넘기는 바람에 제작 완료일이 늦어졌다. 주씨는 고객에게 고지한 날짜를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에 검수 없이 배송을 보냈 옷 소매와 발목이 작업지시서의 치수보다 작게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씨는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해결해야 해 계속 핸드폰을 붙들고 살았고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다”며 “결국 잠옷은 새로 제작했고 그 후 더 꼼꼼하게 확인하자는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우여곡절이 많은 사업이지만 그가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고객들의 후기 때문이다. “한 고객께서 ‘어머니가 유방암 수술을 해 브래지어를 못 하고 계시는데, 집에 외부인이 올 때마다 신경쓰여 하시기에 구매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줘야 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죠.”

첫 출시 이후 2년이 흐른 지금 주씨는 이번 제작부터 종이박스를 활용한 친환경 패키징을 시도했다. 그는 “작년 교생 실습을 나가서 한 달 동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많은 물량을 비닐 봉투에 넣다보니 마음 한 구석에 죄책감이 있었다”며 “환경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비닐과 플라스틱을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찌는 주씨가 이화에서 어떻게 하면 여성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온 결과물이다.

“아마 이화에서 여성학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여전히 잘 때도 와이어 있는 브라를 착용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앞으로도 여성들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홈웨어를 만들어 여성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스모킹(smocking): 천을 모아 홀쳐서 생긴 주름과 주름을 연속하는 의류제작 기법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