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 이하나 대표를 만나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적 가치를 담은 비건 화장품 브랜드 ‘멜릭서’ 이하나 대표. 사진=김지원 사진기자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적 가치를 담은 비건 화장품 브랜드 ‘멜릭서’ 이하나 대표. 사진=김지원 사진기자

비거니즘은 식습관을 넘어 환경을 생각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려는 삶의 태도까지 영역을 넓혔다. 비거니즘의 불모지였던 화장품 분야에 국내 최초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를 창업한 사람이 있다. 제품은 물론 배송 과정까지도 전부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민하는 브랜드, 멜릭서다.

멜릭서는 최근 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비건 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표 제품인 립 버터는 아마존이 신뢰성 높은 제품이라고 평가하는 아마존 초이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비건에 대한 관심이 물결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멜릭서의 이하나(서양화·14졸) 대표를 16일 성수동에 위치한 멜릭서 사무실에서 만났다.

멜릭서는 동물성 원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100% 비건 화장품 브랜드다. 동물 실험 대신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임상테스트로로 품질을 검증한다. 제품 사용 후에도 환경에 해를 가하지 않도록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려 한다.

“비건 화장품으로 모두의 삶이 건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도 하나씩 줄여나가게 됐죠.”

이 대표는 2013년 국내 화장품 회사의 미국 진출 길에 인턴 디자이너로 합류했다.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사업개발로 업무를 옮겨 3년 만에 최연소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아 해외 사업을 총괄하던 그는 고객들의 요청사항에 귀기울였다.

“‘너희 회사에서 동물 실험을 하니?’ 이 간단한 질문에서 모든 게 시작됐어요. 질문의 의도도 모르는 채로 알아보다가 화장품 출시 과정에서 수많은 동물이 희생되고 있는 걸 알았죠. 이를 시작으로 피부는 물론이고 제조 과정까지도 더 건강한 방식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이 대표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화장품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지 고민했지만, 당시 국내에는 비건 화장품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성분을 검증하고 안전성을 인정받을 때 동물 실험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됐던 탓이다.

그 무렵 이 대표는 피부 문제로도 고민이 많았다. 과도한 업무, 파라벤과 같은 화학 방부제가 들어간 화장품 사용 등으로 피부 건강이 나빠졌다. 건강하지 않은 유해성분이 사용된 제품을 모두 버리고 식물성 화장품으로 바꾼 뒤 직접 겪은 피부의 변화는 그가 비건 화장품에 확신을 갖게 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2018년 사표를 내고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최연소 글로벌사업본부장이라는 타이틀과 국내 대형 뷰티 브랜드들의 러브콜도 포기했다. 꿈꾸던 미국 생활도 접은 채 한국에서 창업하기까지 그의 고민은 한가지뿐이었다. 비건의 개념을 음식뿐 아니라 화장품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의 끝에 멜릭서가 탄생했다.

브랜드 이름에도 건강한 삶을 이루길 바라는 그의 바람과 신념이 녹아 있다. 고대 연금술에서는 불로초를 엘릭서(elixir)라고 불렀는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묘약을 ‘나(me)만의 만병통치약(elixir)’, 멜릭서(melixir)로 구현했다.

창업 당시 비건 개념 자체가 생소해 제품 하나를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제조사에 비건 개념을 직접 설명하고 거절당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비건과 화장품을 접목한 것이 처음이었기에 제조 공정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안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고객들에게 비건 개념을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처음에는 물론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내가 정말 이걸 할 수 있을까’하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나는 이 일을 10년 이상 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생각이 들었기에 포기하지 않았죠.”.

험난한 여정을 통해 멜릭서는 100% 비건 방식의 화장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파라벤과 같은 화학방부제를 배제하고, 상어 간에서 추출하는 성분인 ‘스콸렌’을 사탕수수에서 추출한다. 공병 재활용 캠페인인 미사이클(me:cycle)을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추구하고, 제품을 택배로 발송할 때도 종이 테이프로 포장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환경을 생각한다.

1월 멜릭서는 업계 최초 플라스틱 프리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아크릴, 플라스틱 같은 인테리어 자재를 모두 없앴다. 테이블은 종이 상자로, 벽면은 종이로, 장식들은 돌과 숯, 우드칩으로 구성했다.

이 대표는 멜릭서가 화장품 브랜드를 넘어 사람들의 일상을 건강하게 바꾸고, 도전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화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는 이화인들에게 끊임없이 도전정신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과 관심사를 살려서 창업할 수 있어요. 저도 미술을 했던 게 브랜드를 시각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스스로에 대한 편견으로 꿈을 접는 대신 자신만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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