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국악 트로트로 사랑받고 있는 김산하씨. MBC ‘편애중계’(2019)와 KBS ‘트롯 전국체전’(2020)에 출연 했다. 김영원 사진기자
자신만의 국악 트로트로 사랑받고 있는 김산하씨. MBC ‘편애중계’(2019)와 KBS ‘트롯 전국체전’(2020)에 출연 했다. 김영원 사진기자

대한민국 방송에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사랑의 콜센터’, ‘뽕숭아학당’ 같은 예능까지, 트로트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시류에 당당히 도전해 좋은 성과를 거둔 젊은 트로트 가수가 있다. MBC 예능 ‘편애중계’(2019) 트로트 편 우승자이자 KBS 트로트 오디션 ‘트롯 전국체전’(2020) 출연자 김산하(한국음악·20)씨를 14일 ECC B215호에서 만났다.

김씨가 편애중계에서 ‘상사화’(2017)를 노래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144만 조회수(3월17일 기준)를 기록했다. ‘불후의 명곡’, ‘쇼 음악중심’과 같은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하며 트로트 가수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직접 꽃과 선물을 주시는 팬들도 만났다”며 “아직 인기가 실감이 안 난다”고 전했다.

김산하씨 유튜브 캡쳐
김산하씨 유튜브 캡쳐

그가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국악을 좋아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자연스레 국악을 접했다. 중학생 때 국악소녀 송소희의 판소리 무대를 보고 감명받아 국악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재능이 있다는 스승의 말에 판소리를 시작으로 전문 국악인의 길에 들게 됐다.

국악을 하던 김씨가 트로트에 발을 들인 건 우연이었다. 2018년 그는 연습하던 곡인 ‘상사화’를 선보이기 위해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가요제에 참여했다. 이때 김씨를 눈여겨본 관계자가 tvN 예능 ‘쇼오디오자키’(2019)에 그를 섭외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김씨는 국악 가요 상사화와 ‘달에 지다’를 불러 대상을 수상했다. 얼마 후  쇼오디오자키 작가로부터 편애중계 출연을 제안받았다.

 “저는 트로트는 안 할래요”

당시만 해도 트로트에 관심이 없었기에 고민 없이 거절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작가의 권유로 결국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작가가 트로트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상사화만이라도 부르길 요청했다”며 “상사화를 부르고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본편 우승에 왕중왕전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편애중계에 참가 후 김씨는 국악과 트로트가 크게 이질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오히려 국악은 그에게 트로트계에서 내세울 만한 경쟁력을 가져다줬다. ‘국악트로트’라는 장르에 흥미를 가지게 된 그는 트롯 전국체전에도 도전했다.

2020년 본교 한국음악과에 입학한 김씨는 프로그램과 학교 생활을 병행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평일에 촬영이 이어지는 스케줄 탓에 대기실에서 쭈그리고 앉아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보는 날도 있었다.

팀미션인 4라운드에서 아쉽게 떨어졌지만, 트롯 전국체전은 대중들에게 그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인스타그램(Instagram) 팔로워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최근에는 팬카페도 생겼다”고 전했다.

어린 나이에 방송에 나와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계속된 경연대회 참가도 힘든 일이었다. 매번 누군가와 경쟁해 이겨야 했고, 프로그램 속 다양한 미션과 시험들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국악인이 트로트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마주쳤다.

“지방행사에 갔을 때 같은 대기실에 있던 트로트 가수 한 명이 ‘국악인들이 기존 트로트 가수들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국악인인데 트로트를 한다고 냉대하는 게 무척 속상했죠.”

트로트나 국악 장르에는 김씨가 경험하지 못한 삶의 애환이 담긴 가사가 많다. 김씨는 진심으로 가사를 전달하기 위해 연기에도 신경 쓴다. 노래가 정해지면 노래와 어울리는 드라마는 모조리 섭렵한다. 그는 “상사화를 부를땐  이 노래가 OST로 쓰인 드라마 ‘역적’(2017)을 시청하고, 달에 지다를 부를 땐 ‘추노’(2010)를 보고 부르는 식”이라고 전했다.

또 가사지를 뽑아 떠오르는 감정이나 느낌을 적어 단어 하나하나의 전달을 위해 공부한다. 김씨는 “배우들이 대사 옆에 감정을 적듯이 노래를 나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가사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우연한 계기로 트로트를 시작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그는 국악, 트로트뿐 아니라 팝송과 가요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외국 가수 두아 리파(Dua Lipa)와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를 즐겨듣는다. 그는 자신의 강점인 판소리 발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도전하고 있다. 김씨는 “장르가 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아직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 사람들에게 ‘얘가 이런 노래도 잘하는구나’라는걸 알리고 싶어요. 김산하라는 장르가 탄생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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