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언택트 학번’, 21학번이 입학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수험생활을 딛고 힘들게 입학했지만, 대학에서의 첫 학기 역시 비대면으로 시작하게 됐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이들의 수험생활은 어땠을까. 또 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온라인 대학생활을 맞고 있을까. 4명의 새내기 권민서(국문·21), 김지원(경제·21), 박수빈(사학·21), 박채원(정외·21)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수험생활

코로나19 악화로 고교 야간 자율 학습이 중단되자, 학교 교실에는 급하게 주변 독서실 여석을 찾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2020년 2월 말, 코로나로 개학이 일주일 정도 늦춰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때만 해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4월 온라인 클래스가 시행됐고, 수능마저 2주 연기됐다.

권씨는 당시 평소와 다른 일상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학교에 가지 못해 학창시절의 마지막 학급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며 “입시가 끝나도 자유롭게 놀 수 없어 우울했다”고 전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했던 박채원씨는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만한 활동을 찾으며 1년 내내 애를 먹었다. 등교가 중단되니 교내 동아리 활동과 경시대회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항상 방문하던 봉사 기관도 문을 닫아 급하게 온라인 교육 봉사를 진행했다.

재수생에게 2020년은 고3 생활을 하던 2019년의 상황과 너무 달라진 한 해였다. 박수빈씨는 재수학원에서 코로나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와닿았다고 말했다. 학원 운영 자체가 어렵다 보니 학원에서의 긴장감 있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수업 일정에도 변동이 잦아 계획한 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날이 빈번했다.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에게 문자로만 질의가 가능해 답답했다. 김씨는 “극복할 방법이라고는 그저 묵묵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공부 환경은 좋지 못했지만, 정신적으로는 공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박수빈씨는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에게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적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놀러다니는 친구들이 없다 보니 자괴감을 느끼지 않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대면에도 설레는 첫 학기 준비

벚꽃이 만개하고 초록색 벨벳 휘장이 휘날리는 캠퍼스. 대학생활의 로망을 안고 부푼 마음으로 입학했지만, 아직 학교는 닫혀 있다. 입학식과 첫 학기 수업이 비대면 진행으로 결정되자 박수빈씨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21학번 신입생들은 온라인 학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권씨는 가장 먼저 아이패드를 구입했다. 대학 생활 동안 강의를 듣고 필기하는 데 편리하다는 주위의 권유 때문이었다. 수험생활 내내 입었던 추리닝과 이별하고 옷도 여러 벌 샀다. 입고 나갈 일은 적지만 새 옷을 사며 대학생이 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본교 기숙사 이하우스(E-House)에 입소한다는 권씨는 “각종 생필품부터 드라이기, 바구니 등을 구매하며 진짜 가족과 떨어져서 산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 수업에 대한 기대감에 방학동안 틈틈이 전공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그는 ‘경제상식사전’을 읽으며 작년 수능특강 지문에서 봤던 대체재와 보완재 개념을 떠올렸다. 김씨는 “내신 공부할 때는 문제 푸는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학문을 공부할 수 있다”며 “강의가 너무 기다려진다”고 덧붙였다.

 

이화에서의 버킷리스트

이들이 꿈꾸는 대학생활은 소박하다. 박채원씨는 “우선 같은 과 동기, 선배들과 직접 만나 웃으며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빈씨는 이론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토론식 수업’을 기대하고 있다. 박씨는 “단순 암기식 공부에 그치지 않고, 이론을 배우면서 탄생 배경과 발전 과정 등까지 논의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유로운 토론의 장에 끼어들고, 타인을 이해하는 포용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나 자신을 탐구하고 싶다”며 “고등학교 때 입시를 위한 스펙 만들기 차원에서 했던 동아리가 아닌 마음이 가는 동아리에 열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동아리를 비롯해 많은 경험을 쌓으며 진로 탐색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직접 만나 대화하며 쌓는 친밀감과 추억은 대체하기 어렵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모임과 수업도 나름의 신선함이 있다. 아쉬움 가득한 이화에서의 첫 생활이지만 박수빈씨는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나중에 후배들에게 ‘줌(Zoom)으로 오리엔테이션 안 해봤지?’ 또는 ‘이야기하다 마이크 겹쳐서 정적 흐를 때의 민망한 기분 모르지?’라며 농담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