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새로운 이화” 총장 이취임식 거행

2월26일 총장 이취임식이 개최됐다. 제17대 총장으로 선출된 김은미 신임총장이 1일 임기를 시작한다. 김혜숙 전(前) 총장은 이화에서의 50년 세월을 뒤로 하고 이화를 떠난다. 김혜숙 전 총장의 이임사, 김은미 총장의 취임사를 전한다.

이임사를 전하는 김혜숙 전(前) 총장 사진=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이임사를 전하는 김혜숙 전(前) 총장 사진=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제16대 김혜숙 총장 이임사

안녕하십니까? 이제 곧 자리를 떠나는 김혜숙 총장입니다. 직접 뵙고 이임사를 전해드려야 하나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이취임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하신 장명수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온라인으로 시청하고 계신 내외 귀빈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난 2017년 5월 25일 목요일 밤 10시에 총장 투표 결과를 통보받은 뒤 다음날 오후 3시부터 총장실에서 집무를 시작하여 오늘 이임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제 72학번으로 1987년 교수로 부임한 이후 근 50년찐하게 이화인으로 살아온 시간을 뒤로 하고 저는 이화를 떠납니다. 미지의 새로운 길을 떠나는 여행자처럼 불안한 설렘을 안고 온전히 저만의 자유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새 이화, 함께 빛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던 4년 전의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어느덧 끝나가는 때에 제 마음 속에는 감사의 마음이 가득함을 느낍니다. “미래를 개척하는 여성지성,”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자대학”의 기치를 걸고 세계를 새롭게 창안하는 지식첨병으로서의 역할과 소명을 이화가 다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으나, 무엇보다도 분열과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구축하고자 한 노력에 이화 구성원 모두가 적극 참여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신 점에 감사를 드립니다.

임기 초반의 학내 어지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학교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데 1기 정문종 부총장님을 비롯하여 처장단 교수님들께 많은 빚을 졌습니다. 디지털역량과 수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양교육개편, 교수자율평가제 도입, 학내식당개선, 학생과 직원 특별상담 실시, 표준편차 4배의 벌점에도 불구하고 대학기본역량 평가를 통과하여 교육혁신지원금을 받게 된 것들이 1기 처장단과 함께 이룬 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어 오늘까지 헌신적으로 일을 해주신 2기 최대석 부총장님과 처장님들의 덕택으로 약대 6년제 전환,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진입,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재수주, 첨단학과 신설, 학관 리모델링 및 재건축 등 많은 일들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작은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입시시장에서도 취임이후 지속적으로 더욱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임기 중 조금이라도 좋은 성과를 낸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함께 빛나는 새 이화를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화 구성원들의 염원과 기도, 협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화의 교수, 학생, 교직원, 동창들께 깊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분권화, 교육환경 개선, 국제화, 인권센터 설립을 약속하며 일을 시작했지만, 바깥 세상의 변화는 놀라울만큼 진폭이 크고 속도도 빨라 이런 목표들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문명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점에 우리가 놓여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계기들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다양한 융합 학문들이 빠르게 출현하고 있으며 산학관연의 연계는 더욱 유연해지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 간, 대학과 대학 간의 연결과 협동, 협업, 교류는 더욱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으며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전통적 기능에 더해 인간사회의 미래를 여는 창업의 전진기지 역할까지 떠맡고 있습니다. 여학생들로만 이루어진 우리 이화로서는 결코 작지 않은 도전 앞에 서있는 것입니다. 기존의 관행과 규범, 과거 지식의 권위들이 더 이상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기업이나 재력있는 개인들은 이제 스스로 문화재단이나 장학/학술재단을 만들어 대학은 재정적으로 더욱 더 위축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강력한 대안적 교육플랫폼들이 위협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학의 소멸에 관한 뉴스를 보는 일도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떠나는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이 아무리 크다 해도 이화의 역사 안에 축적된 저력을 바탕으로 신임총장님과 새로 구성된 처장단이 한마음 한뜻으로 길을 개척해가실 것으로 믿습니다. 일제 강점기 학교를 문닫게 하려고 했던 일본인들이 자신들이 머물던 이화 교정에서 철수하면서 했다는 말, “이 곳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말을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화를 세우시고 지금껏 일구어오게 한 하나님의 뜻을 믿고 세계 곳곳에서 기도와 후원으로써 이화를 지탱해주고 있는 이화인들을 기억하며 어떠한 난관과 도전에도 용기를 내어 극복해갑시다. 수없이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이었으며 꿈을 키우고 미래로 나아갈 힘을 주었던 에너자이저 이화, 많은 여성들에게 지식을 통해 자유를 경험하게 했던 이화가 앞으로도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집단지성으로 성장해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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