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새로운 이화” 총장 이취임식 거행

2월26일 총장 이취임식이 개최됐다. 제17대 총장으로 선출된 김은미 신임총장이 1일 임기를 시작한다. 김혜숙 전(前) 총장은 이화에서의 50년 세월을 뒤로 하고 이화를 떠난다. 김혜숙 전 총장의 이임사, 김은미 총장의 취임사를 전한다.

 

제17대 총장 취임사

 

안녕하십니까? 제17대 총장 김은미입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오늘, 이 귀한 자리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비대면 사회로의 변화 속에 오늘 이취임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 실시간으로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정의숙 전 이사장님, 윤후정 전 명예총장님, 장명수 이사장님과 이화학당 이사님들, 전임 총장님들과 김혜숙 총장님, 남상택 총동창회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오늘의 이화와 함께 하시는 교수님, 학생 여러분, 직원 선생님과 24만 동창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35년 전, 이화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이 땅의 여성을 위해 단 한 명의 학생을 시작으로 최초로 여성 교육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이후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장을 거듭하면서 최고 수준의 종합대학, 최대 규모의 여자대학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기독교 정신의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금기를 깨뜨리며 끊임없이 도전해 온 이화는 하루하루 기적의 역사를 써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의 여성 교육에 기여해 온 자랑스러운 이화는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학은 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동시에 그간 인류가 이룩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책무를 기꺼이 짊어져야 합니다. 

2020년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은 코로나 19는 온 인류의 행동과 생활 양상에 대하여 근본적인 성찰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인간과 문명, 개인과 공동체, 인류와 지구의 생존 방식과 공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변화의 필요를 절감하게 됩니다. 저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현재의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면서 이화의 변화와 혁신의 역사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선배님들이 이룩해 온 성과를 바탕으로 인류사회의 위기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인재를 길러내는 것, 그것이 이화의 소명이자 미래로 가는 길입니다.  

‘전통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우리가 당면한 위기에 대처하는 근본적인 자세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전통과 혁신은 일견 서로 배척하는 대상 또는 모순 관계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둘의 길항과 화합이야말로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 온 동력의 원천입니다. 전통의 계승에만 매달리면 고루하고 진부할 것이고,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면 쉬이 지치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돌파해 나가야 하며, 새로움은 늘 오래된 것의 바탕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길항과 그 결말로서의 화합과 창조가 바로 인류 문명이 진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사람과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천착하고, 인류 문명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깊이 뿌리 내릴 때, 비로소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주도하고 예측 못한 위기를 해결하는 지혜가 생깁니다. 저는 ‘법고창신’의 정신이야말로 우리 이화, 나아가 전체 대학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열어 가는 길에서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개인의 일생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영역에 대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또 가장 진지하게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간, 조직,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새로운 기술과 사유를 창출하고 수용하며,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 배양이 대학 교육의 근본 목표입니다. 인류문명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면서 그 바탕 위에 새로운 미래를 구축할 때, 인간은 더 인간다울 수 있고, 인류는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화는 지금까지 전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위기를 해결하는 인재를 성공적으로 길러 왔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이러한 바탕 위에서 이화가 우리와 세계 사회에 더욱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였고, 이에 다음의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선, 교육 측면에서는 대학생활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통찰하는 윤리적 인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과 학문분야에 도전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미래형 교육 프로그램과 이를 지원하는 지식 콘텐츠 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하고자 합니다. 초지능, 초연결로 촉발된 인공지능 시대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삶의 양상에서부터 윤리,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넓고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학문 분야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디지털 사회를 선도하는 미래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콘텐츠 구축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할수록 다른 학문 분야와의 융합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철학적 근거, 윤리적 고민 위에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어떠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이화는 인공지능 분야를 육성함에 있어서도 항상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 개발, 그리고 “인간이 해야 할 고유한 영역”, “기술과 윤리”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연구와 교육에 충실하겠습니다. 교육과정에서 더 좋은 수단과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모든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인 양성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화를 인성 도야의 터전으로 지속적으로 유지하겠습니다. 

또한, 이화가 명실상부한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 잡도록 투자하겠습니다. 제한 없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여러 학문분야에서 국제적 수월성을 확보하겠습니다. 연구경쟁력 향상은 글로벌 명문 이화로 가기 위한 핵심 동력입니다. 그동안 이화는 연구 수월성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만, 최근의 상황은 더 큰 분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고 저 원대한 영역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입니다. 탁월한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교원과 학생들의 연구 수월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또한 연구자들 간의 창의적 융합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이화가 잘할 수 있는, 나아가 이화만이 할 수 있는 연구 분야를 늘려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도 연구 분야, 미래형 도전 연구 분야 등 핵심 영역을 선정하여 육성하고 지원하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연구중심대학 이화의 미래를 견인하겠습니다. 이 모든 방안을 통하여 이화의 연구자들이 학자로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이화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화의료원은 여성의 삶을 향상하는 데 막대하게 기여해 왔습니다. 1887년 개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녀관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화의료원과 의과대학은 2019년 서울병원 개원과 의과대학 이전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이화의료원이 목동병원과 서울병원의 양 병원 체제의 시너지를 살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신촌 캠퍼스와 목동병원, 서울병원을 이화 첨단융복합 MediCluster (Ewha Leading-Edge Medi·Healthcare Cluster [ELEC])로 묶어 새로운 명문 이화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해 온 이화의 오랜 전통을 계승하고자 합니다. 단 한 명의 여학생으로 시작한 이화, 이화는 여성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는 여성만이 아닌 인간,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여해야 합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바로 우리 자신, 여기 이화에 있습니다. 

이화의 터전에 들어온 모든 사람은 행복해야 합니다. 이화 구성원들의 행복은 이화의 자긍심입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를 배려하며 존중하는 것은 이화를 가장 이화답게 하는 일입니다. 이화의 행복은 구성원에 대한 상호 존중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학교가 되고, 교직원에게는 최고의 직장이 되며, 동문에게는 최고의 배경이 되는 이화를 계속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동안 이화는 우리 사회의 통념과 금기를 깨고 변혁과 발전을 이루면서도, 기독교 정신의 사랑에 따른 봉사와 헌신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이화의 구성원들은 자기 한 몸이 아니라 이웃과 나라를 항상 기억하며 공동선을 창출해 왔습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새로운 시대가 던지는 도전과 위기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하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면서, 새로운 명문 이화로의 길을 이화의 구성원들과 또 이화를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 모두와 함께 굳건히 개척해 나가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이화 공동체의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이 이화의 과거 현재 미래입니다. 저는 이화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구성원 여러분을 최선을 다하여 지원하겠습니다. 미래를 선도하는 이화, 자신이 앞장서는 당당한 이화, 서로를 존중하는 따뜻한 이화를 만들겠습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명문 이화를 만드는 데 함께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화의 제16대 총장님의 이임과 제17대 새로운 총장이 출발하는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과 온라인으로 함께 하시는 이화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의 은총과 인도하심이 언제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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