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것 탐내지 말라' 학관이 가르쳐 준 인생의 잣대

학관이 6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이화의 상징적 건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학관. 지금의 학관 모습은 이제 기억속에 남게 됐다. 재학생, 교수, 졸업생, 경비원이 본지에 학관을 추억하는 글을 보내왔다. 그들의 아쉬운 마음을 수기로 전한다.  이번 편은 학관이 첫 근무지였다는 경비원 김만두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13년째 본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주)

 

학관 출입구에서 늘 학생들을 맞이하던 경비실.
학관 출입구에서 늘 학생들을 맞이하던 경비실.

학관은 이화에서 내 첫 근무지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의 일이지만 학관에서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특히 나는 당시 학생들이 뽑은 ‘물건을 제일 잘 찾아주는 사람’이였다. 자랑을 하자면 그 이유로 학생들이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매일 4000명에서 5000명이 오고 가는 학관에서는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 참 많았다. 책부터 시작해서 값비싼 귀금속까지.

한번은 순찰을 하며 책상 위에 시계가 놓여 있는 것을 봤다.  내가 늘 주인 없는 물건을 보면 그렇듯, 시계를 가져와 물건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혹은 행정실에 가져다 놓기 위해 보관하고 있었다. 순찰이 끝나고 어둑어둑한 밤 경비실에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급하게 창문을 두드렸다. 창문을 열어주자 학생은 시계를 두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보관했던 시계를 보여주자 고맙다며 좋아했다. 그 후에도 학생은 음료수와 함께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잊히지 않는 이유는 내 일에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졸업식 때 같이 사진 찍자며 찾아오기도 했고 “아저씨가 학관에 있으셔서 마음 편하게 공부 잘했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학관은 나에게 ‘인생의 잣대’ 하나를 가르쳐줬다. 바로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는 것. 그렇게 살다 보니 자부심이 생겼고 보람찬 기억들이 생겼다.

이외에도 내가 기른 화분들을 보며 여러 학생과 선생님들이 예쁘다며 좋아하는 등 학관에서 생긴 소중한 기억들이 참 많다. 재건축 후 학관을 사용할 이화인들이 학관에서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만두(남·67세)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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