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축산 ICT 기업 유라이크코리아 김희진 대표. 사진=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스마트축산 ICT 기업 유라이크코리아 김희진 대표. 사진=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가로, 세로 5센티.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원형 패치는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의 신체 상태와 위치를 관리한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이 ‘코로나 패치’에는 김희진(컴공·05년졸) 동문의 생체 정보 분석 노하우가 담겨 있다. 스마트축산 ICT 기업 유라이크코리아 대표이기도 한 김 동문을 23일 유라이크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가축의 질병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에게도 관심이 생겼어요. 동물과 인간이 유사한 점이 많다 보니 대상을 확대해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본래 가축의 생체 정보를 분석하는 ‘라이브 케어’(livestock care) 기술을 다루던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자 코로나 패치 개발을 시작했다. 가축 생체 정보가 사람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코로나 패치 역시 라이브 케어 기술처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일이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코로나 패치는 자가격리자의 왼쪽 가슴에 부착시켜 체온, 맥박, 활동지수,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패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웹을 통해 위치정보, 치료이력, 이상감지 알람 등을 자가격리자, 능동감시자 및 정부 기관, 보건소에 제공한다. 코로나 패치는 정부의 긴급사용 승인이 나는 대로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코로나 패치 이전 김 대표가 개발한 ‘라이브 케어’ 서비스는 가축의 생체 정보를 확보해 질병을 미리 감지하고 발정을 탐지하는 등의 통합 건강 관리 플랫폼이다.

그가 가축의 생체 정보를 활용한 라이브 케어를 개발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축산학을 전공하셨어요. 어릴 적 아버지 지인의 농장에 놀러 가기도 했었죠.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가축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가축들은 아파도 말을 못 하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가축 건강 관리에 관심을 가지던 중, 2011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퍼지며 그는 가축의 질병을 예측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당시 본교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에 있던 김 대표는 가축의 질병 예측을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질병 예측을 위해서는 생체 정보가 필요했지만 구할 길이 없어 직접 정보 수집 장치, 라이브 케어를 개발했다. 2012년 유라이크코리아를 창업한 이유다.

2014년 특허 등록 후, 2015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라이브 케어’에는 김 대표의 전공을 살려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과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적용됐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독자적인 분석 기법은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류할 수 있어 개체별 건강 관리에 유리하다.

하지만 김 대표의 기술이 처음부터 농가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농장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기술 개발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농장주들은 소가 캡슐을 먹고 죽으면 어떡하냐고 우려했어요. ‘소가 죽으면 책임질 거냐, 각서 써라’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다행히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은 2세 농장주들이 있어 긴 설득 끝에 시제품 사용을 시작할 수 있었다.

컴퓨터공학 박사로서 축산 빅데이터 시스템, 그리고 사람을 위한 코로나 패치까지 만든 김 대표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이화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며 ‘자기주도성’을 키울 수 있었다. 그는 “이화의 정신은 ‘스스로 개척하는 자세’”라며 “특히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과업에 도전하는 정신이 도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리더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융합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축산은 보통 아날로그적이라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저는 이 분야를디지털화 했죠. 본인이 잘 아는 분야와 관심 있는 분야를 융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어요. 전공과 큰 관련이 없어도 여러 분야를 접하면 시야가 넓어져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요.”

김 대표는 앞으로 전 세계의 소를 돌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축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축종들도 관리하고 싶어요. 데이터 시대에 알맞은 가축용 건강 관리 시스템 개발에도 몰두할 계획이에요.”

 

◆구제역 : 소, 돼지,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에 속하는 동물에게 퍼지는 바이러스 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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