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란 연결고리로 하나가 되기까지

창작집단 DDO 2019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커튼콜. 제공=창작집단 DDO
창작집단 DDO 2019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커튼콜. 제공=창작집단 DDO

“여성의 프레임 안에서가 아니라 캐릭터 본연의 모습으로 판단하고 싶어요.”

남성 중심 서사가 아닌 여성들만 존재하는 세계관의 이야기는 어떨까. 상상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창작집단 ‘DDO’(디디오)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창작집단 디디오의 김새미(작곡·20년졸)씨, 서정(사학·14년졸)씨, 이혜미(사교·17년졸)씨, 정윤서(휴먼바이오·17)씨와 정지윤(디자인·17)씨를 21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구글 미트(Google Meet)로 만났다.

디디오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서씨와 뮤지컬 음악 조감독으로 일하는 김씨, 본교 재학생 정윤서씨와 정지윤씨, 그리고 교육 출판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이씨까지. 이들을 한 데 묶은 것은 다름 아닌 ‘뮤지컬’이다.

이들의 만남은 본교 중앙 뮤지컬 동아리 ‘이뮤(Emu)’에서 시작됐다. 공연에 대한 열정으로 모인 이들은 동아리를 떠난 뒤에도 계속 작품을 창작해 무대에 올리고 싶어 디디오를 만들게 됐다.

“너네 또 공연 준비하냐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디디오란 팀명은 공연에 대한 열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대를 또(DDO) 만드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그들이 처음 이뮤를 떠나 디디오를 논한 것은 2017년이었지만, 당시 각자의 본업으로 한데 모이기 어려웠다. 결국 2019년 1월에서야 이씨와 서씨의 주도로 본격적인 디디오 활동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공연 활동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던 디디오는 모금을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에서 후원자 137명, 목표금액의 158%인 475만 4000원을 후원받으며 2019년 8월에 성공적으로 창작극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후원을 통해 디디오는 2019년 8월 한 달간 구로에 있는 꿈나무 극장에서 6번의 공연을 선보였다. 2021년 1월에는 종로에 있는 가나의 집 열림홀에서 재공연할 예정이다.

6번의 공연 후 재공연을 열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지만,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본을 수정하는 데에만 한 달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이뮤에서 올렸던 공연을 디디오의 연출진과 배우들에 맞춰 다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연출팀과 작가들이 대본을 수정하면서 가장 자주 모인 곳이 24시간 카페였어요. 케이크로 끼니를 때우며 밤을 새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디디오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했다. 각자의 본업이 있어 남는 시간을 쪼개 만나야 했고, 당시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디디오를 위한 장소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서로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본교 근처의 카페에서 작업을 진행했고, 몇 달간 본업과 작품 작업을 병행했다.

활동이 힘들었지만 디디오는 꿈의 원동력이 됐다. 서씨는 디디오를 통해 꿈을 되찾았다. 그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공연계의 성차별적인 부분 때문에 본업을 포기하려 했다. 여성에게 주어진 캐릭터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여성 중심의 작품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며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에 맞춰 선택받기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디오가 생긴 뒤 여성 중심의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성들만의 창작집단을 만든 힘은 어디서 왔을까. 이들은 모두 ‘이화’라고 답했다. 이들은 이화를 통해 수동적인 여성상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씨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나를 힘든 상황에 내던지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 근간은 이화에서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부조리를 겪은 사람들이 공연계를 떠나지 않도록 디디오가 하나의 대안이 되길 바라요.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요.”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디디오가 공연계의 희망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디디오는 남성 서사 위주의 작품에서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려 한다. 그리고 무대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무대 밖에서도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디디오는 산들바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끼리 이 바람을 계속 즐길 수 있기를 바라요. 디디오가 전하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주류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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