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교회언니페미토크'의 백소영, 이은애, 이주아, 김희선 교수(왼쪽부터). 사진=이희윤 기자hannah101142@ewhain.net
유튜브 ‘교회언니페미토크'의 백소영, 이은애, 이주아, 김희선 교수(왼쪽부터). 사진=이희윤 기자hannah101142@ewhain.net

페미니즘과 신앙생활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의 답답한 마음에 시원한 사이다 같은 유튜브(Youtube) 채널이 있다. 바로 ‘교회언니 페미토크’. 유튜브 영상에는 교수 4인이 모여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영상 속 열띤 토론을 펼치는 이들은 본교 김희선 교수(기독교학과), 이은애 교수(기독교학과), 이주아 교수(기독교학과), 강남대 백소영 교수(기독교학과)다. 네 사람은 본교 기독교학과 출신으로, 본교에서 <기독교와세계>, <인간과종교> 등의 과목을 가르쳐왔다. 믿음을 붙잡기 위해 지성으로 완전무장한 ‘교회언니들’을  겨울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25일, ECC B215호에서 만나 유튜브 ‘교회언니 페미토크’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회를 먼저 다닌 선배로서 페미니즘과 신앙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교회언니 페미토크’는 페미니즘과 신앙생활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여성들의 고민에 공감해 본교 출신 교수 4인이 시작한 프로젝트다. 본교에서 수업을 하다 뭉친 네 명의 교수가 크리스챤 아카데미(Christian Academy)의 후원을 받아 3월 유튜브를 개설했다.

 

교회언니 페미토크 유튜브 캡처
교회언니 페미토크 유튜브 캡처

유튜브의 주된 콘텐츠는 가부장적인 기독교 사회에 관한 토크 영상. 4명의 교수들은 지금까지 남성중심적으로 해석돼 온 성서를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본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아담과 이브 이야기’는 사실 여성을 부차적인 존재로 전락시키고 마는 잘못된 번역이라는 사실부터 ‘여성의 구원은 해산’이라는 성경 속 구절까지 낱낱이 들춰본다.

가부장적인 기독교의 정곡을 찌르면서도 모두를 위한 유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늘 고민한다. ‘어떤 주제가 시의적일까’, ‘20대 여성들의 고민과 본교의 기독교 관련 수업 사이 연결고리는 없을까’ 항상 생각한다. ‘가부장제 전통 뿌셔뿌셔’, ‘다큐은애’, '낭만소영', ‘직진주아’, ‘걸크희선’ 등 교수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재밌고 곰살맞은 교회언니의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한 에너지도 아끼지 않는다.

교회 속 은밀한 여성 차별, 교회 내 가스라이팅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도 ‘교회언니’들의 언어로 전달될 때는 한결 편하고 유익하다. 해당 영상을 본 이들은 “은근한 여성혐오를 분석적으로 접근하니 뭉뚱그려 생각할 때보다 더 와닿는다”며 댓글을 남긴다.

교회 내 성차별적인 일들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로 강조돼 유통되기에 기독교 여성들은 반박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 교회 내에서 남성중심적 해석에 반대하는 본인의 생각을 말하면 “신앙심이 없다”며 비난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이러한 모습에 이주아 교수는 “내가 20대 때 교회에서 느꼈던 억압과 차별이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다”며 “아직도 교회 내에서는 해답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백인 남성의 관점으로 해석한 성경이 기독교의 정통은 아니기에 페미니즘이라는 낯설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교회언니 페미토크 유튜브 캡처
교회언니 페미토크 유튜브 캡처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의 목적은 시대착오적인 기독교 사회에서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로하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이 유튜브 채널을 번창시키고픈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비기독교인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 이들도 기독교를 이해하고 함께 연대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모든 종교에는 여성 차별에 맞서는 여성들이 있어요. 비종교인들이 종교 안에서 일어나는 차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땀은 결실을 맺지 못할 거예요.” 김 교수가 말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기독교 사회를 바라보는 ‘교회언니 페미토크’의 유튜브에는 일자무식인 댓글들이 날카로운 비판임을 자처하며 달리기도 한다. 이주아 교수는 “가끔 전쟁을 선포하는 듯한, 집요하고 무례한 댓글과 싸우고 싶은 욕망을 참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모두 댓글을 잘 확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제자들이 ‘교수님 보고 싶어요’라는 댓글을 달러 왔다가 이상한 댓글 보고 기분이 상할까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바쁜 강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프로젝트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백 교수는 “‘교회를 떠나고 싶었는데, 이를 유보하고 다시 여성의 눈으로 성서를 읽어보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가장 기뻤다”고 전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은애 교수는 “동료 교수들로부터 ‘정말 필요한 일을 시작했다’며 응원을 받은 순간 뿌듯했다”고 답했다. 주변의 성원과 지지가 바로 그 원동력이었다.

기독교 페미니즘은 처음의 기독교 정신을 되살리자는 흐름의 일환이다.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교회를 바꾸는 것이 아닌 ‘바뀐 교회를 되돌리는 것’.

이은애 교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모여 기독교의 가부장적인 전통을 부수고 터져나오길 기다린다. “2000년이 넘는 기독교 역사로 이뤄진 단단한 교회 구조를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가 하는 일들이 그 단단한 둑에 작은 균열을 낸다면, 그것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사람은 이화인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대할 것을 강조한다. 백 교수는 “기독교 페미니즘이란 이화의 설립 정신과 시대정신을 맞물리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전했다. 이어 “이화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세워진 학교인 만큼 많은 이화의 구성원이 기독교 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통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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