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진주를 사방에서 감싸는 금빛 다리들.

마치 태양을 연상시키는 듯한 이 목걸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2020)의 주인공 에밀리 쿠퍼(Emily Cooper)가 착용한 수많은 주얼리 중 하나다.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 사이, 기하학적인 형태와 다양한 색의 원석을 사용해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주얼리 브랜드 ‘타나 정’(Tana Chung)이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나 정의 수장, 정현정(산디·06년졸) 동문을 6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만났다.

제공=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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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他娜)는 他(다를 타)와 娜(아리따울 나)를 사용한 한자어에요. ‘남다른 아름다움’을 뜻하죠.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과 유사해요.”

정 동문이 처음 액세서리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건 본교 재학 시절이었다. 리빙티비, 국가정책방송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던 그는 의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어 액세서리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했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동대문 종합상가에서 재료를 구해 자신만의 주얼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타나(他娜)’의 시작이었다.

그는 졸업 후 당시 교제 중이던 애인과 결혼하면서 함께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에 있는 디자인스쿨에서 학업을 이어갈까 고민도 했지만, 실전에 뛰어들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자신만의 독특한 주얼리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으로, 그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그렇게 그는 2008년, 뉴욕 소호(Soho)에서 타나 정 런칭 행사를 열어 주얼리 디자이너로서의 데뷔를 알렸다.

런칭 직후 뉴욕 미드타운(Midtown)의 공방에서 작업 활동을 하며, 소호의 멀티샵에서 주얼리를 판매했다. 고객들과 소통이 필요할 때에는 ◆프라이빗 트렁크쇼(trunk show)를 열기도 했다. 브랜드 런칭 초기에는 은과 천연석을 사용해 좀 더 젊은 감성의 주얼리를 디자인했다. 2014년,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부터는 보다 고급스럽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파인 주얼리(Fine Jewelry)로 노선을 변경했다. 2017년에는 첼시(Chelsea)에 예약제로 운영되는 쇼룸을 열었다.

타나 정(Tana Chung)의 파인 주얼리(Fine Jewelry)들. 제공=본인
타나 정(Tana Chung)의 파인 주얼리(Fine Jewelry)들. 제공=본인

타나 정의 주얼리들은 파인 주얼리지만 활용도가 높다. 귀걸이를 반지로, 팔찌를 목걸이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평소에는 팔찌로 했다가, 특별한 날에는 목걸이로 사용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디자인의 배경을 밝혔다.

“팔찌로 착용했을 때와 목걸이로 착용했을 때 모두 아름다워 보이려면 길이나 원석의 위치 등을 세심하게 결정해야 해요.”

정 동문은 본교에서 배웠던 산업디자인과 패션디자인이 주얼리의 입체적인 움직임을 상상해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것은 아니기에 원석에 대한 지식은 직접 발품을 팔아 공부했다. 미국의 주얼리 전시회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주얼리 제작자들에게 자신의 도안을 보여주며 제작을 부탁하기도 했다.

열심히 뛰어다닌 만큼 노력에 대한 결과는 값졌다. 정 동문의 주얼리는 이민정, 고소영, 전지현씨 등 국내 유명 연예인 뿐만 아니라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바네사 허진스(Vanessa Hudgens)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국내 최정상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프로젝트 그룹 ‘더쇼케이스랩’(The Showcase Lab)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순탄한 것만 같은 디자이너로서의 삶에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첼시 매장이 문을 닫은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가 흔들릴 것 같던 순간”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우연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2020) 스타일리스트에게 제품을 보낼 기회가 왔고, 드라마에 수차례 타나 정의 주얼리가 노출되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타고난 에너지가 많아서 겁 없이 부딪혀요. 하나를 하더라도 이왕이면 완벽하게 하고싶어요.” 항상 더 나은 상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태도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타나 정’ 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업을 할 때는 단기 수익을 바라지 말고,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꾸준히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다른 아름다움’을 찾으라고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조언했다.

 

◆프라이빗 트렁크쇼(trunk show): 소수의 상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작은 규모의 판매 행사

◆파인 주얼리(Fine Jewelry): 금이나 백금 등의 귀금속과 보석 원석(Gemstone)으로 만들어진 고급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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