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청와대 신임 부대변인으로 임명된 임세은씨. 증권사에서 시작해 공직자가 된 임 부대변인은 “청와대에 있는 동안 대통령의 보좌진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며 목표를 밝혔다. 사진=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9월, 청와대 신임 부대변인으로 임명된 임세은씨. 증권사에서 시작해 공직자가 된 임 부대변인은 “청와대에 있는 동안 대통령의 보좌진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며 목표를 밝혔다. 사진=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9월, 30대 여성이 청와대 신임 부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청와대에서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부대변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임세은(경제·06년졸)씨. 10월에는 시사저널이 지정한 차세대 리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본지는 12일, 경비가 삼엄한 청와대 연풍문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직전까지 언론사들의 전화를 받던 임 부대변인의 모습에서 그의 바쁜  일상이 느껴졌다.

“청와대에서 일한 지 6개월이 좀 넘었죠. 사실 다른 회사에서도 6개월 차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지만 이곳에서 아무것도 모르면 기다려주지 않아요. 알아서 업무를 익히고 적응해야 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업무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어요.” 부대변인이 된 지 약 3개월, 소감을 묻자 그는 적응하느라 바빴다며 웃으며 답했다.

부대변인으로서 주요 업무는 대통령 내외를 보좌하고 언론과 소통하는 일이다. 임 부대변인은 “대통령 내외가 참석하는 회의 및 행사에 동석한다”며 “대통령의 말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듣고, 여기서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해 언론과 소통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부대변인은 2급에 해당하는 고위 공직이다. 2급 공무원이 되기까지 열심히 공직자의 길을 걸어왔을 것 같은 그는 사실 증권사 출신이다. 본교 경제학과 졸업 후 15년간 한화증권, 미래에셋대우, IBK 투자증권 등 증권사에서 상품개발과 파생상품 관련 경력을 이어왔다.

공직에 오른 지금, 그는 스스로도 “내가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라며 신기해한다. 직장 생활을 하기 전만 해도 정치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시민운동과 투표 등에도 냉소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졸업 후 사회의 불합리함을 목격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서 겪은 경험과 보고 들은 주변 사례들을 통해 사회에 문제의식을 가졌어요. 관심을 갖다 보니 정치에서 개선할 부분이 보였고, 직접 활동도 하게 됐죠.”

일례로, 임 부대변인이 2013년 육아 휴직을 하고 돌아왔을 때 재직 중이었던 회사에서는 그의 업무를 마련해놓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회사에서 자리를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다”며 “이렇게 15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남아있는 여성 동기가 점차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사회에서 겪은 부조리한 일은 그가 정치로 한 걸음 다가가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후, 그는 시민단체와 정당에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더불어민주당 2014년 지방선거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 위원(공천위원)을 시작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에서 경제전문가로 활동했다.

부대변인 발탁 전까지 그는 청와대 비서실 청년소통정책관으로서 4월부터 청년기본법 제정과 청년의 날 기념일 지정에 주력했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권리와 책임, 국가의 청년에 대한 책무를 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으로, 8월5일부터 시행됐다. 청년기본법 통과와 함께 청년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도 준비했다.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임 부대변인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스스로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입학 후 1학년 때는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다. 대신 그는 학교 밖 경험에 적극적이었다.

돈까스 가게 서빙부터 영화드라마 보조 출연, 24시간 횟집 아르바이트까지. 어떤 일도 서슴지 않고 도전한 것이 사회생활에 큰 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한번은 24시간 횟집에서 오후9시부터 다음날 오전6시까지 일을 했어요. 취객도 상대하고 여학생이라고 담배 심부름까지 시키는 아저씨들도 있었죠. 이런 경험들 때문에 3D 직종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의 인생에 공감할 수 있게 됐어요. 또 누군가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생기기도 했죠.”

또 임 부대변인은 재학 당시보다 사회에 진출한 후 본교에 더 큰 애정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재학 당시 본교 분위기가 비교적 개인 중심적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사회에 나온 후 본교생들 간의 연대를 느끼며 애교심을 가졌다.

“이화 학생들은 뭐든 혼자 잘 해내잖아요. 사회에 나오면 15년 후 남아있는 여성들이 전부 이화인이더라고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이화인끼리의 끈끈함이 있어요. 그때 학교가 너무 자랑스럽고 좋았어요.”

그의 목표는 청와대에 있는 동안 대통령 보좌진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는 것. 임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잘 기억될 수 있게 맡은 직무에 충실하겠다”며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도 정부에 계속해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본교 후배들에게 그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특히 공부 외에도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도전하라고 전했다.

“사실 요새 청년 세대에게 경험을 하라는 게 사치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또 나름대로 인생에 순간순간 고민이 많잖아요. 저도 공부를 많이 안 했기 때문에 후회도 했고, 어떻게 먹고 살지 고민도 많았죠. 그럴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긍정적인 태도가 저를 여기까지 이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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