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4학년 학생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이서영씨. 사진=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본교 4학년 학생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이서영씨. 사진=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방울아, 이모가 너무 사랑해”, “저 같은 분이 계시군요. 대학생 엄마 파이팅!”

유튜브(Youtube) ‘엄마는 대학생’ 채널에는 애정과 응원이 담긴 댓글이 가득하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이서영(교공·17)씨와 그의 딸 방울이. 한창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할 대학교 4학년,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 이씨는 학점을 이수하며 육아와 도전학기제를 병행하고 있다. 여느 대학생처럼 치열하고 바쁘게 미래를 준비하는 그를 17일 본교 ECC B215호에서 만났다.

“당시엔 집안에 폭풍이 휘몰아쳤죠.” 고민 끝에 부모님께 임신을 알리고 결혼을 하기까지 이씨의 일상은 순탄치 않았다. 지금은 아이를 예뻐하는 이씨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아이 낳는 것을 반대했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이후부터는 ‘할 수 있다’고 결혼을 밀어붙였다”며 “지금은 부모님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한다”고 말했다.

두 살배기 아이는 이씨 삶의 활력소이자 원동력이지만, 이씨는 본인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회에서 신성시하는 모성애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씨에게 모성애는 숭고한 영역이 아니다. 모성을 신성시하는 것은 여성을 억압하는 기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씨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는 “‘아이를 꼭 낳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이런 이씨가 아기를 낳기로 결정한 것은 오랜 고민과 가족을 꾸리기 위한 준비의 결과였다.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결심한 데 큰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 “남편이 결혼 전 자취를 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는데 살림에 능숙한 모습이 좋았다”며 이것이 결혼을 결심하는 데 큰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3학년이었던 2019년, 학과 공동대표였다. 입덧으로 고생했던 이씨는 2월에 있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의 행사에 참석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당시에는 아기를 낳아도 될지 고민하던 때여서 친구들에게 사정을 말할 수 없었다”며 “당일에 몸이 안 좋다고 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9년 1학기까지만 다니고 2학기에는 휴학을 해야 했던 이씨는 본교 총학생회 회칙에 따라 공동대표직을 사퇴해야 했다. 이씨는 “1학년부터 과대표를 계속 해왔는데 마지막에 그만두게 돼 아쉬웠다”며 “함께 일하던 다른 공동대표와 친구들에게 미안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비혼, 비출산을 지향하는 분위기 속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항상 응원해주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화인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느 한쪽만 정답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내가 선택한 삶의 형태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이씨는 전과 다른 일상을 마주하고 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해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시험 전날 밤새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음날 아이를 돌볼 체력이 안 될 것 같아 일찍 자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때가 있다. 시간표를 짤 때 되도록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에 수업을 배치하기도 한다.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이씨가 가장 피곤함을 느끼는 순간은 아기가 자지 않고 칭얼거릴 때다. 자정까지 과제 마감이거나 오후10시에 팀플 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아기가 자지 않으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처음 이씨는 아기에 맞춰 본인의 일정을 조정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이 억울했다. 억울함도 잠시, “지금은 아기가 너무 귀여워 빨리 수업을 듣고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아이가 하원한 이후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약속도 잘 안 잡게 된다”고 말했다.

육아 중인 젊은 부부는 주로 아기가 잠든 후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기를 재우고 남편과 책상에 앉아서 함께 공부하면 기숙사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오늘 힘들었다, 맛있는 거 먹자’ 이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일상을 꾸려가고 있어요.”

임신했을 당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씨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학교를 바라볼 수 있었다. 본교 셔틀버스 내에 노약자를 위한 좌석이 없는 것, 걷는 것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시설이 없다는 점이 이씨의 눈에 들어왔다. 이씨는 “장애인·노약자·임산부 배려석이 셔틀에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본교에 바라는 점도 생겼다. “임신해서 몸이 고단할 때 쉴 수 있는 푹신한 의자의 수가 적어 앉으려 의자를 찾으면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어 힘들었다”며 “교내에 임산부들이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실을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의 이씨는 그 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했다면 지금의 이씨는 미래에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한다. “나중에 아기가 무언가 배우고 싶다고 할 때 다 해주고 싶다”며 “아이가 태어나겠다고 해서 태어난 게 아니라 내가 아이를 세상에 나오게 선택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씨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씨는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빨리 졸업하려 휴학하지 않고 바쁘게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교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른 방향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를 키워보니 가정 때문에 진로를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경험을 쌓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리를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는 본교 도전학기제에서 영유아 감정교육 동화를 출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기에 대한 고민을 본교에서 배운 것들로 풀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미디어로 받아들이는 것이 많아지는 세대인 만큼, 아기가 감정을 잘 조절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돈을 벌면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어요.” 이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를 다니다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이유로 복학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장학금이 교내외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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