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구녀관(普救女館)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여성병원이자 본교 의과대학의 전신이다. 그 이름의 뜻은 ‘많은 아픈 여성들을 위한 집’. 여성, 어린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진료한 보구녀관은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와 최초의 간호사를 배출한 보구녀관은 ‘보구녀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2019년 5월 개관했다. 본지는 서울 마곡에 위치한 이대 서울병원 앞뜰에 복원된 보구녀관을 다녀와 그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사진=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복원된 보구녀관에 박에스더 선생, 로제타 선생, 에드먼즈 선생의 모습을 담다

고층의 병원 건물 사이 나지막한 1층 한옥. 신발을 벗어 두고 들어가면 보이는 좁은 통로. 최고 높이 6.9m, 면적 121.05㎡. 복원된 보구녀관의 외관이다. 본래 보구녀관은 이화학당 근처의 한옥을 개조한 건물이었다. 1890년에 쓰인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선생 일기의 위치도를 바탕으로 내부 구조를 복원했다. 작은 크기의 한옥 속 대기실, 진료실, 약국, 세척소독실, 저장소, 병실(회복실), 수술실까지 모두 다른 역할을 하는 7칸의 방이 딸려있었다. 현재 복원된 7칸 중 3칸은 전시실, 2칸은 홀, 2칸은 다목적실과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 놓인 책 모양의 전시물. 사진=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첫 번째 전시실에 놓인 책 모양의 전시물. 사진=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과거 세척소독실로 사용된 첫 번째 전시실 오른쪽 벽면 앞에 놓인 태블릿에서는 최초의 여성 의사인 박에스더 선생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창문 아래엔 책 모양의 전시물이 놓여있다. 자세히 책을 들여다보면, 수술 도구와 장기 모양의 그림이 홀로그램처럼 반짝인다. 무지개색으로 빛이 바뀌는 구조물이었다.

이화학당의 네 번째 학생으로 입학한 박에스더 선생은 1890년 보구녀관에서 여성 의료 선교사 로제타 선생의 의료 보조를 시작했다. 그는 ◆구순구개열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수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을 보고 의사가 되기로 다짐했다. 정식 의사가 되려면 미국 유학을 해야 했던 당시, 남편의 도움으로 볼티모어 여자의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전시실엔 보구녀관 역대 병원장이 전시됐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좌식 책상 위 종이와 안경은 보구녀관 설립 당시를 떠올리게 할 만큼 옛 물건이었다. 바로 위 태블릿에는 역대 병원장에 대한 설명 영상이 띄워졌고, 양쪽 벽면을 채운 나무 액자에는 메타 하워드(Meta Howard) 선생, 로제타 선생, 박에스더 선생 등 역대 병원장의 흑백 사진이 담겼다. 전시실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은 큰 창문의 채광 덕이었다. 하워드 선생의 책에 따르면, 햇빛을 잘 받기 위해 외국식 창문으로 바꿨다고 한다.

특히 3대 병원장이었던 로제타 선생은 미국 뉴욕 리버티(New York Liberty) 출신으로 보구녀관에서 진료를 담당했다. 그는 1890년 이화학당의 학생 중 박에스더 선생 포함 5명의 학생을 선발해 ‘의료보조훈련반’을 만들고, 후학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로제타 선생에게는 조선인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몇십 년간의 타국 생활이 가능했다. 그의 일기장엔 “조선과 조선인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무척 사랑한다”고 쓰여 있다.

세 번째 전시실은 간호원양성학교를 주제로 한다. 오른쪽 벽면의 간호원양성학교 연표를 설명하듯 어딘가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바로 옆 나무 상자에서다. 그 속에는 보구 여관 간호사들의 흑백 사진이 홀로그램으로 전시되고 있었다. 캐나다 출신 마가렛 에드먼즈(Magaret Edmunds) 간호사는 1903년 보구녀관에 우리나라 최초 간호 학교인 간호원양성학교를 개관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사인 이그레이스 선생과 김마르다 선생이 간호원양성학교의 1회 졸업생이다. 왼쪽 벽면에는 당시 간호사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섬김과 나눔 정신을 계승하는 ‘보구녀관 복원 프로젝트’

두 번째 전시실의 낡은 물건들. 사진=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두 번째 전시실의 낡은 물건들. 사진=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진료하는 방이 있다. 진료실에는 책장, 외과수술 도구가 들어있는 장, 수술대가 있다. 진료실 너머에 약제실이 있고 그 너머에 있는 방은 수술실로 만들어질 것이다.” -메타 하워드, “The W.F.M. Hospital in Seoul, Korea”(1890)

‘보구녀관 복원 프로젝트’는 2016년 시작됐다. 복원된 보구녀관은 역사 자료 수집 및 고증, 건축 설계, 공간 활용, 전시 구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보구녀관의 정신을 계승했다. 복원 프로젝트는 보구녀관의 역사적 근본의식을 기억하고 본교 의과대학이 세계 최고의 여성 의학교육기관으로 뻗어나가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보구녀관의 복원은 여러 사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특히 보구녀관의 구조는 하워드 선생 및 메리 마리아 커틀러(Mary M. Cutler) 선생의 『The Heathen Woman’s Friend』에서 기술한 바를 참고했다. 당시 보구녀관에서의 일상을 담은 로제타 선생의 일기도 도움이 됐다.

복원되기 전 보구녀관의 홍보는 주로 학술적 차원에서만 이뤄졌다. 이는 메리 스크랜튼(Mary F. Scranton) 선생, 로제타 선생, 박에스더 선생 등 인물 중심 역사에서 보구녀관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영주 보구녀관장은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보구녀관의 역사적 가치 고증과 대내외적 홍보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고 현재 보구녀관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원된 보구녀관은 평일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외부인도 관람이 가능하다. 보구녀관에 상시 근무하는 이희재씨는 “외부 방문 시 자유 관람도 가능하지만, 5~10분간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복원된 보구녀관에 대한 설명은 온라인 홈페이지(part.eumc.ac.kr/dept/pogunyugoan/index.do)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이대서울병원은 보구녀관의 섬김과 나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주 보구녀관장은 “한국 최초의 암 돌봄 플랫폼인 ‘Ewha Cancer Caring Center(ECCC)’와 한부모 여성가장을 위한 한국 최초 건강검진 기부 프로젝트인 ‘이화 미라클 건강검진 캠페인’ 등을 통해 소외계층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구순구개열: 입술이나 잇몸 또는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선천적 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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