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이끄는 여성 리더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도록

김상희 국회부의장. 그는 후배들이 여성 리더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여성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김상희 국회부의장. 그는 후배들이 여성 리더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여성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73년 만에 여성이 국회의장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영광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늦은 거죠. 대한민국의 위상으로선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난 7월, 제21대 국회에서 73년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의사봉을 잡았다. 여성 최초 국회부의장 김상희 동문(제약학·76년졸)이 그 주인공이다. 본지는 9월23일 오후4시 국회의사당 부의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회부의장 당선 당시 감회를 전하는 단호한 목소리에서 그의 강단이 느껴졌다.

김 부의장은 2008년 제18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경기 부천 지역구에서 내리 당선된 4선 의원이다. 5월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부의장 단독 후보로 추대된 그는 6월5일 188명 중 185명의 찬성표를 받으며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이 됐다.

국회부의장이 된 지 약 3개월, 김 부의장은 코로나19로 부의장 업무가 위축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국내외빈 접견 등 부의장으로서의 일을 많이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야당 부의장이 아직 공석이라 의장님과 교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를 보는 것이 부의장으로서의 현재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4선 의원으로서 정치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 같은 김 부의장도 처음부터 정치의 길을 꿈꾼 건 아니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억압받는 여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약사의 꿈을 가졌다. 김 부의장은 “동네에 가정폭력을 당하고 쫓겨난 여성,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육아만 하는 여성들을 보며 자랐다”며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약사를 꿈꾸며 본교 제약학과에 입학한 후, 김 부의장은 개인적인 봉사심을 넘어 여성 리더로서의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이화에서의 여성학 공부였다.

“대학에 와서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제2의 성」 등을 읽으며 페미니즘을 이론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땐 억압받는 여성을 위해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화에 와서는 ‘리더가 돼 세상을 변화시키고 여성이 잘살 수 있게 해야겠다’는 포부를 가졌죠.”

김 부의장은 졸업 후 약사로 재직하며 시민운동을 이어갔다. 한국여성민우회(전 여성평우회) 창립부터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 등을 역임하며 30년간 여성, 환경 운동을 해왔다. 2005년에는 성폭력특별법과 여성 관련법 제개정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업 운동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서 약사를 겸직했죠. 1983년 여성평우회 창립을 시작으로 여성단체연합을 만들었어요. 그 후 1984년부터 2005년 사이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등이 만들어졌죠.”

김 부의장은 오랜 시민 운동과 정치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어머니로부터의 배움을 꼽았다. 그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어머니에게 어릴 적부터 ‘집에서 살림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직업을 가지고 경제력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러한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은 그는 가정에서 한없이 바쁜 아내이자 엄마다. 김 부의장은 “아들이 워낙 어릴 적부터 늘 ‘엄마는 중요한 일을 하는 바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어릴 적 일하지 않는 엄마를 상상하지 못해 친구들 엄마가 일하지 않는다며 신기해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회부의장으로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김 부의장은 성인지 국회가 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과 지원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에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여성의 정치 활동 촉진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여성 의원이 국회의 50%를 채울 때 진정한 대의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제21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 비율이 19%에요. 적어도 30%, 그리고 50%를 향해서 속도를 내야 해요. 국회에 진출한 여성이 자기 몫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김 부의장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 현안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일어난 n번방 문제 등 디지털 성범죄도 주목하고 있는 현안”이라며 “디지털 환경 변화 속도에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의장은 본교 후배들이 여성 리더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길 바랐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 리더십의 필요성이 절실해요. 이화가 사회의 각 부문에서 여성 리더를 배출하는 학교가 되길 바랍니다. 후배들이 여성 발전을 위해 앞장서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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