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반려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졌다. CJ 대한통운 ‘일상생활 리포트 PLUS’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0년 3월~4월 화분, 씨앗, 비료 등 원예용품 택배 물량은 50% 증가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식물들과 소통하며 일상의 여유를 찾고 있다. 이화에도 ‘반려식물’을 키우며 그들과 교감하고 함께 성장하는 이들이 있다.

 

푸릇푸릇한 ‘은주’의 성장 일기

미니 몬스테라 ‘은주’. 제공=강혜민씨
미니 몬스테라 ‘은주’. 제공=강혜민씨

5개월 전, ‘은주’와 같이 살게 된 강혜민(경영·18)씨. ‘은주’는 미니 몬스테라다. 몬스테라는 덩굴성의 대형 관엽식물로, 보통 잎이 갈라지거나 구멍이 뚫린다. 강씨가 키우는 몬스테라는 작은 종이라 아직 잎이 갈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은주의 푸릇푸릇한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끼기도, 심적으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름도 ‘은주’라고 지어줬어요. 같이 꽃시장에 간 친구가 선물로 사줬는데, 그 친구 이름이 은재라 ‘은재주니어’를 줄여 ‘은주’라고 부르게 됐죠.”

4월 강씨는 코로나19로 화훼농가가 힘들다는 소식에 친구와 함께 양재꽃시장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은주를 처음 만났다. 강씨는 “은주를 보자마자 집에 데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그는 은주를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은주를 자신의 반려자라고 소개했다. “매일 잎은 언제 갈라질지, 물은 언제 줄지, 분갈이는 언제 할지 고민하다 보니 우울한 생각으로부터 환기도 됐어요. 어느새 은주가 제 반려자가 된 기분이었죠.” 시험 기간에도, 과제를 할 때도, 칭찬해주면 잘 자란다는 양파 뿌리 실험이 떠오를 때도 그는 은주에게 “잘 자라주렴”이라고 말하곤 한다.

미니 몬스테라 ‘은주’. 제공=강혜민씨
미니 몬스테라 ‘은주’. 제공=강혜민씨

은주를 위한 맞춤형 관리도 한다는 강씨. 처음 은주를 데려왔을 때와 지금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는 어느새 훌쩍 자란 은주의 모습에 뿌듯해했다. 은주는 일주일에 한 번, 흙과 잎이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물을 듬뿍 줘야 한다. 특히 여름에는 수시로 겉흙의 상태를 확인하고 제때 물을 줘야 한다. 그는 “직사광선을 오래 보면 잎이 탈 수도 있다”며 “햇빛과 그늘이 공존하며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서 은주를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줄기가 많이 자라 스스로 지지대도 만들고 집 앞 꽃집 아저씨한테 조언도 구한다”고 전했다.

은주를 기점으로 강씨는 다른 식물들도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스킨답서스와 아이비를 키우게 됐다”며 “두 식물 모두 공기정화 기능이 있고 초보자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식물”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반려식물도 반려동물 못지않게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무럭무럭 자라는 ‘뚜뚜’와의 동거

클라비플로라 알로에 ‘뚜뚜’. 제공=박정은씨
클라비플로라 알로에 ‘뚜뚜’. 제공=박정은씨

약 10cm 남짓, 작지만 튼튼하게 성장하는 ‘뚜뚜’는 박정은(서양화·15)씨가 키우는 클라비플로라 알로에다. 클라비플로라 알로에는 보통 20~30cm 자라는 선인장이다. 잎이 길고 가장자리를 따라 갈색 가시가 난다.

“우연히 큰 꽃집을 구경하게 됐는데 코로나19 이후 그렇게 생명력이 가득한 곳은 처음이었어요. 관리하는 주인아주머니도 정말 행복해 보였죠.” 박씨는 3월 초 처음 뚜뚜를 만났던 날을 회상했다.

2020년 자취를 시작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박씨는 우울감을 달래기 위해 뚜뚜를 데려왔다. “자취방이 좁아서 상대적으로 작고 덜 예민한 선인장으로 범위를 좁혔고, 잎들이 순서대로 빨갛게 떨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뚜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클라비플로라 알로에 ‘뚜뚜’. 제공=박정은씨
클라비플로라 알로에 ‘뚜뚜’. 제공=박정은씨

박씨는 항상 물 주는 날을 달력에 표시하며 기다린다. 뚜뚜가 무럭무럭 자라기까진 박씨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6개월 동안 벌써 잎이 2개나 떨어졌다”며 “눈에 띄게 통통하게 자라고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물을 흠뻑 적셔 준다. 방 구조상 창가 바로 앞에 둘 수는 없지만,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뚜뚜를 키우고 있다. 날이 좋을 때는 창문도 열어 바람도 쐬게 한다. “자주 자리를 바꾸거나 만져도 몸살이 난다고 해 물 주는 날 이외에는 만지지 않는 편”이라고도 전했다.

‘짝이 되는 동무’라는 반려의 의미처럼 뚜뚜는 박씨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다. 그는 “혼자 있다가도 뚜뚜를 쳐다보면 적막함이 사라지는 기분”이라며 “가족이나 친구에게 자랑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바쁘게 살다가 어느 날 훌쩍 자라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뚜뚜도 열심히 크고 있구나”고 생각한다.

박씨는 많은 사람에게 반려식물 키우기를 추천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어렵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주변 꽃집에 도움을 청하면 친절히 알려줄 거예요.”

 

관상용에서 어엿한 반려식물로, ‘라쪼’의 이야기

극락조 ‘라쪼’. 제공=이유진씨
극락조 ‘라쪼’. 제공=이유진씨

이유진(철학·16)씨는 반려식물 ‘라쪼’와 함께한 지 약 2년이 넘었다. 그가 키우는 극락조는 높이 1m 내외로 자라는 식물로, 잎이 길고 바깥쪽으로 굽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극락조에 대해 아무런 지식 없이 인터넷에서 관상용으로 구매했지만, 이제는 반려식물이라는 이름이 걸맞을 만큼 소중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이씨는 라쪼의 분갈이를 했다. 그는 “굉장히 떨렸던 경험”이라고 말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라쪼에 그는 “허리가 나갈 정도로 무거워져 옮기는 게 힘들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을 수도 있기에, 그는 “라쪼에게 좋은 흙도 사주고 영양제도 챙겨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라쪼는 그의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라쪼에게 말을 걸며 교감을 한다는 이씨. 아침마다 “라쪼야, 해가 떴네. 잘 잤니”라고 인사한다. 분갈이 때는 “라쪼야, 내가 너무 작은 집에 살게 해서 미안해. 이사하니까 좋니”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이씨는 “라쪼를 키우면서 식물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커졌다”며 “가끔 남대문 꽃시장에 가기도 한다”고 답했다. 마음이 힘들어 식물과 함께 살기 시작한 그는 라쪼와 오래오래 살기를 희망했다. 그는 “라쪼 덕분에 이 집에서 혼자 외롭고 쓸쓸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씨는 다른 사람들도 반려식물을 통해 위안을 얻기를 바랐다. “정기적으로 식물에 물을 주는 활동이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좋다더라고요.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이라면 반려식물을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에요.” 이어 반려식물 집사들에게도 “식물인 분들 오래오래 같이 잘살아 보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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