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서사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로맨스’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은 성별과 별개의 문제다. 사랑은 찰나에 찾아와 가랑비처럼 그들을 적신다. 때로는 애틋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어쩌면 폭력적일 수도 있는 여성과 여성의 관계를 그린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어떤 알고리즘(2017)

어떤 알고리즘(2017) 출처=네이버영화
어떤 알고리즘(2017) 출처=네이버영화

지원 너랑 김윤정 중에 누가 남자 역할이었어?

민아 (웃는다) 둘 다 여잔데 누가 남자 역할을 해?

지원 근데 너는 왜 머리가 짧아?
민아 (어이없게 웃으며) 머리가 왜 짧냐니?

짧은 머리가 좋아서 짧은 머리 하는 거지

지원 난 니가 남자인 줄 알았지

 

“있을 법한 여성 퀴어의 서사를 여성 감독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 이도연(커미·19)

동성애를 주제로 연극 대본을 쓰는 지원은 레즈비언인 윤정으로부터 동성애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듣는다. 지원은 상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레즈비언인 민아에게 접근한다. 민아는 지원이 쓰는 연극의 주인공을 맡은 윤정의 옛 애인이다. 연극의 내용은 점차 윤정과 민아의 옛날이야기로 점철돼 가고, 지원은 민아와 지내며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된다. 미성숙함에서 오는 말과 행동으로 주인공들은 상대에게 무의식적인 폭력을 가하고 상처를 입힌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캐롤(2016)

캐롤(2016) 출처=네이버영화
캐롤(2016) 출처=네이버영화

캐롤 한동안 떠나 있을 생각이에요

캐롤 난 그쪽이 같이 갔으면 하는데... 갈래요?

테레즈

“영화를 처음 본 계절이 여름이었는데, 그게 아쉬우리만치 겨울 냄새가 물씬 나는 영화였다. 헤테로 로맨스 영화에서 종종 느꼈던 전형성이나 특유의 폭력성에서 벗어나 두 인물의 관계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 고효빈(국문·19)

1950년대 뉴욕 (New York), 맨해튼(Manhattan) 백화점에 딸의 장난감을 사러 온 캐롤(Carol)은 백화점 매장 직원으로 일하는 테레즈(Therese)를 만나게 된다. 캐롤은 테레즈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테레즈도 캐롤이 좋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캐롤은 딸을 두고 전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고 테레즈 역시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확신이 없다. 각자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속수무책으로 서로에게 끌렸던 두 사람은 종내에는 행복한 결실을 보았을까. 주인공에게 이입해 함께 마음 쓰며 끝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영화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출처=네이버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출처=네이버영화

엘로이즈 몇 년을 꿈꿔왔어요

마리안느 죽음을요?

엘로이즈 달리기요

 

“폭발하는 장면 없이도 그녀들의 사랑은 충분히 강렬했다.” - 조예완(철학·19)

화가 마리안느(Marianne)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Héloïse)의 결혼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엘로이즈가 원치 않는 결혼이기에 그녀가 모르게 그녀의 초상화를 완성해야 하는 마리안느는 몰래 엘로이즈를 관찰한다. 그러는 사이 둘은 잔잔하게 서로에게 빠져들고, 일생토록 기억할 사랑을 지나가는 찰나의 시간에 겪게 된다. 함께 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빠르게 후반부까지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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