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캠퍼스 커플 이아윤(가명)씨와 김제니(가명)씨.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만큼 촬영 또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사진은 두 사람이 커플링을 착용한 모습.
본교 캠퍼스 커플 이아윤(가명)씨와 김제니(가명)씨.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만큼 촬영 또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사진은 두 사람이 커플링을 착용한 모습.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본교 CC(Campus Couple)인 이아윤(가명)씨와 김제니(가명)씨는 1년 차 커플이다. 개강 전 두 사람을 8월5일 오후 5시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만났다. 인터뷰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만큼이나 다정하고 유쾌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에 앞서 이들의 이야기가 ◆퀴어 집단 전체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일까 우려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한 커플의 개인적인 시각일 뿐 퀴어 전체 집단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 커플의 이야기로만 들어주세요.”

이들의 연애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과가 다른 두 사람은 같은 복수전공 수업에서 조별 활동을 함께 하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김씨는 처음부터 이씨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아윤이가 항상 제 뒷줄에 앉았는데 저는 그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같은 조가 된 거예요.”

김씨는 밥을 먹자는 말로 한 걸음 다가갔다. “제니가 저한테 불도저처럼 다가왔는데 그게 싫지 않았어요.” 이씨가 말했다. 김씨는 둘 다 서로 좋아하는 게 맞는데, 시간을 끌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서 밀어붙였다고 했다.

두 사람 다 졸업을 바라보는 고학번이라 주로 교내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함께 과제를 하고 학교 근처 맛집을 돌아다닌다. “저는 맛집을 잘 안 찾아보는데 제니가 저를 위한 비건 맛집을 많이 찾아와요.” 그리고 함께 장만한 필름 카메라로 학교 곳곳에서 사진을 남긴다. ECC Valley나 이화동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모아놓았다.

인터뷰 당일 두 사람은 이씨의 본가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개강 전 며칠 동안 쉬기 위해 이씨의 본가에 내려왔다. 애인의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서 며칠 묵는 기분은 어떤지 묻자 김씨는 “가족 구성원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주로 무슨 대화를 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대부분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졸업이 임박한 그들은 진로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5년 뒤, 10년 뒤 함께 할 미래도 꿈꾼다. “젊을 때는 전세로 집을 마련하고 40대쯤에 자가를 가지면 좋겠다, 한강뷰가 있는 집이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한다”며 “요리는 누가 할지, 청소는 누가 할지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눈다”고 말했다.

추억을 쌓으며 동시에 미래를 계획하는 이들의 연애는 다수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헤테로 커플과 다르지 않다. 여느 커플들처럼 코로나19로 얼굴을 보지 못해 오해가 쌓이기도 하고, 상대가 다른 일로 바쁠 땐 서운함을 느낀다.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로받는다.

이씨가 해외에 한 달간 나가 있을 때, 김씨는 힘들어 밤마다 우는 이씨를 위해 시차를 거슬러 새벽4시에 계속 전화를 해줬다. “한 사람은 의지하고 한 사람은 받아주는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서로 의지하는 연애를 해요. 나도 이 친구한테 의지하고 이 친구도 나한테 의지하고.”

김씨는 친한 사람들과 이화의 지인들에게는 자신이 퀴어임을 드러낸다. 지인들을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친한 친구’로 설정해두고 이씨와의 사진을 가끔 올린다. ◆벗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이화인들도 모두 친한 친구로 설정돼있다.

한번은 이씨와 같이 서서 팔짱을 낀 사진을 친한 친구 ◆스토리가 아닌 일반 스토리로 게시하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친한 친구 스토리로 올리면 김씨가 지정한 사람에게만 사진이 보이지만 일반 스토리로 올리면 김씨의 모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사진을 볼 수 있다. 김씨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눈을 딱 감고 일반 스토리에 올렸다. 그 후 다른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둘러봤는데, 순간 김씨는 허망함을 느꼈다. 퀴어가 아닌 친구들이 이씨와 김씨 보다 다정한 포즈로 찍은 사진에 하트를 붙인 스토리를 본 것이다.

“팔짱 낀 사진 하나 올리는 데 그렇게 고민을 해야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두 사람은 이화 내에서는 퀴어임을 숨기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애인과의 사진을 올리는 것도 매번 고민하고 검열한다. 이씨도 고학번이 되면서 사회에 나갔을 때를 대비해 드러내 보이는 것을 자제한다. 퀴어 본인이 자신을 긍정하더라도 사회의 인식으로 인해 자신을 드러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은 응원이나 연대, 지지가 아닌 ‘무관심’이다. 내뱉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너희를 지지해’, ‘나는 동성애 찬성해’와 같은 말들은 퀴어 커플의 마음에 무심한 생채기를 낸다.

김씨는 “대체 어떤 헤테로 커플에게 찬성하고 응원한다고 하냐”며 “아윤이와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뭘 하든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팔짱을 끼고 길을 걸을 때, 서로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이들에게 고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이들이 진정 원하는 바다. “그저 물 흐르듯, 공기가 지나가듯 우리를 스쳐 갔으면 해요.”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퀴어: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통틀어 성소수자를 가리킬 때 쓰이는 말.

◆스토리: 일반 사진 업로드와 달리 게시하면 24시간 내로 자동삭제되는 SNS의 기능 중 하나.

◆헤테로: 이성애자를 가리킬 때 쓰이는 말. 

◆벗스타그램: 본교에서의 일상을 올려 ‘벗’들과 소통하는 인스타그램(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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