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의원. 제공=류호정 의원실
류호정 의원. 제공=류호정 의원실

코로나19로 국회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8월26일 본지는 류호정 의원(사회학·16년졸)과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부인의 출입이 없기 때문에 오랜만에 의원실을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그의 인사말은 다소 경직됐던 인터뷰 분위기를 풀기에 충분했다. 본지와의 인터뷰 소감을 묻자 그는 학교에서 내 존재를 인지하고 있어 기뻤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국회에 입고 나온 원피스가 큰 화제였다. 예상했나

전부터 캐주얼한 복장을 통해 국회의 관행을 깨고자 했다. 그날도 캐주얼한 복장 중 하나를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원피스가 그 정도로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 흔한 원피스에 대해 ‘성추행당해도 할 말 없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사회가 여성과 여성 노동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공론장에서 재확인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여성성을 답습한 원피스를 선택했어야만 했냐는 비판이 있다.

원피스가 코르셋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원피스를 선택한 이유는 그 복장 또한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옷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었고 유난히 젊어 보이는 여성의 복장을 했을 때 쏟아지는 발언들에 관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덧붙여 원피스를 입은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 때문에 여성들이 본인의 옷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길 바라지 않는다. 검열이 필요한 사람은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국회 내 젠더 감수성은

국회도 결국 사람이 모인 곳이기에 사회 속 일반 조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사건, 사고, 정책들에 대한 피드백이 빠른 곳이기 때문에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발언이나 행동들에 대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는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뉴질랜드 성추행’ 건에 대해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번 쳤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과는 했던 것처럼.

 

1호 법안으로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 나왔던 관련 법안들 모두 결국 통과되지 못했는데, 전과 달리 입법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만들 때 한국여성민우회,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등이 속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관계자들과 정의당 여성 본부와 함께했다. 발의할 때는 보좌진들을 설득하기 위해 국회에 대자보를 붙였다. 사실 공동발의 요청이 많으면 한 주에 100건씩 올라오기 때문에 보좌진들이 1차로 걸러낸다. 그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기 위해 보좌진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의원들에게 직접 찾아가 설명하기도 하고, 국민들에게 법안의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인터뷰하는 등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발의에서 끝나지 않고 이번 21대 국회에서 꼭 통과됐으면 한다. n번방, 장학선 사태, 미투 운동 등을 통해 성범죄에 관한 국민의 의식은 많이 변했는데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동의 강간죄에 관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히 ‘동의’라는 개념이 법률적 용어로 쓰일 수 있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법률에도 ‘양해’, ‘승낙’ 등 일상에서는 모호성을 지니고 있지만 법률에서만큼은 그 의미가 분명한 단어들이 있다. 이처럼 법률적 단어로 ‘동의’가 쓰인다면 그 추상적 의미가 그대로 쓰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무고의 여지와 관련해서도 현재 성범죄 관련 무고죄 비율이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된 법안이 진행되더라도 피고인이 동의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동의가 없었음을 입증하고 피해자의 증언만이 아닌 전후 상황들을 살펴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입법되더라도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과한 법안이 아닌 피해자를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노동 관련 진보정당의 법안들은 대부분 기업에 너무 큰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거창하지 않다. 본인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로 죽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다. 예컨대 정의당 입법과제 중 하나인 ‘중 대재해기업처벌법’은 매일 6명의 노동자가 일하면서 죽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개선하는 법안이다. 따라서 정의당이 말하는 노동권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입법과 관련해 소수 정당으로서 한계를 느낀 적 없나

어렵다고 포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한계라고 생각지 않고 현실을 인지해 어려움을 돌파할 방법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정의당 내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없고 발의를 위해 필요한 의원 수 10명도 채우지 못한다. 정의당 의원 수가 6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 5대 입법 과제들을 위주로 집중해서 하나라도 완성도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입법하려는 법안에 대해 직접 찾아가 설명하는 등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선거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 역시 여당과 제1야당의 차지다. 어떻게 생각하나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우리가 잘하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신뢰를 획득할 수 없다. 지속해서 사회적 약자와 시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특정 당의 2중대가 아닌, 정의당으로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노동, 여성, 생태, 동물, 사회적 약자, 노동 등 다양한 진보적 의제를 끌어안고 있어 연대를 통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최연소 국회의원으로서, 한국에 청년 정치인이 나오기 힘든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선거철이 될 때마다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말이 지속해서 나오는데 기회의 제공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즉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정치적 의제로만 소비한다. 정의당의 경우 청년 할당제를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처럼 기회 부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3개월 국회 생활을 하며 본인이 느낀 한국 국회의 가능성은

국회 내 청년 정치인, 여성 정치인은 여전히 적다. 우리 실제 사회의 구성비를 고려했을 때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참여 비율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이화에서의 배움이 지금의 류호정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

이화에서는 내가 여성임을 고려하지 않았다. 여성이기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만 했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보니 그런 일들이 정해져 있어 내 성별이 무엇인지 상기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사실 학교 다닐 때는 소위 운동권 친구들을 보며 사회는 나아지고 있는데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이화 울타리 밖에서의 사회는 부조리함이 많았고 이에 침묵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이화인에게 한마디

이후에 선후배 이화인들이 나를 떠올렸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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