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강의를 하고 있는 안서영씨의 모습. 그는 지난 1년간 100명 남짓의 본교 재학생을 가르쳐왔다.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포토샵 강의를 하고 있는 안서영씨의 모습. 그는 지난 1년간 100명 남짓의 본교 재학생을 가르쳐왔다.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얼마 남지 않은 학교생활 동안, 포토샵을 배우고 싶어 하는 벗들에게 최대한 저렴하고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예요.”

2021년 2월 졸업을 앞둔 안서영(소비·16)씨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포토샵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본교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수업한 지 이제 갓 1년이 됐지만, 안씨의 6평 남짓한 작업실을 다녀간 본교 재학생은 벌써 100명을 바라보고 있다. 안씨의 수업을 듣는 학생은 20학번 새내기부터 졸업생까지 다양하다.

안씨의 포토샵 수업은 삼대일로 진행된다. 수업은 초보자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총 8회차 수업 중 앞부분 4회차 수업에서는 프로그램의 기본 기능을 연습한다. 이 과정만으로도 사진 편집으로 포스터나 가게 메뉴판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안씨의 노트북에 연결된 ◆듀얼 모니터를 이용한 수업은 프로그램 툴 적용 과정을 수강생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프로그램이 낯선 입문자도 곧바로 따라할 수 있게 한다.

안씨가 포토샵 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개인 작업실을 얻게 된 과정에 있다. 의류산업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안씨는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계속해서 구입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방 안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옷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안씨는 “옷 보관도 가능하고 블로그에 올릴 사진 촬영도 가능한 장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개인 작업실을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업실을 갖게 된 안씨에게 그의 친오빠는 안씨의 개인 작업실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본인과 친구들에게 포토샵 수업을 해줄 것을 제안했다. 안씨는 “처음엔 부담스러워서 거절했지만 작업실을 구하느라 돈을 많이 썼기에 용돈도 벌 겸 강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첫 포토샵 강의를 시작했다. 그 후로 친오빠 친구의 지인들로부터 수업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개인 작업실을 아예 모르는 외부인들과 공유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2019년부터는 본교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안씨는 중학생 시절, 포털 사이트 싸이월드의 서비스 중 하나인 ‘미니홈피’에 올릴 본인 사진을 보정하기 위해 포토샵을 시작했다. 사진 보정을 하다 보니 점점 흥미가 생겼고 포토샵 책을 스스로 찾아보며 실력을 키웠다. 중학교 졸업 후,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이 중요해질 것 같다는 부모님의 조언에 소프트웨어·프로그래밍·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학 입학 후에는 GTQ(Graphic Technology Qualification) 포토샵 1급·일러스트 1급 자격증을 취득하며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성을 더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올라온 안씨의 과외 모집 글에서는 끝없는 수강생들의 칭찬 후기를 볼 수 있다. 개인 블로그 마켓 운영에 쓸 사진의 편집을 배우고자 안씨의 수업을 듣게 된 고서진(의류산업·20)씨는 “편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된다”며 “모르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며 차근차근 알려주셨고 덕분에 포토샵 실력이 향상된 것을 직접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칭찬 일색의 수강후기를 자랑하는 그에게도 수업 계획안 구성은 고민의 연속이다. 그는 “처음엔 포토샵을 직접적으로 가르쳐 본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며 “초반에는 한 달 안에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프로그램 활용이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넣는다고만 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현재, 안씨가 커리큘럼 구성에 가장 중요시하는 기준은 ‘학생들의 반응’과 ‘실력향상 정도’다. 이를 알기 위해 수업 시작 전 무엇을 가장 배우고 싶은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토대로 수업에 반영한다. 1회 수업 1시간 30분 중 1시간은 설명을 하고 나머지 30분은 연습할 시간을 갖는 그만의 수업 방식도 생겼다.

많은 사람들을 과외한 만큼 보람찬 순간도 많았다. 과외가 끝나고 연락이 와서 “그동안 배웠던 걸 수업에서 활용했더니 칭찬받았어요”, “배운 것을 이용해서 대외활동에 합격했어요”,”동아리 활동에 활용했어요”라며 감사 인사를 전할 때 특히나 뿌듯함을 느낀다.

힘든 적은 별로 없다고 말했던 그였지만, 기운이 빠지는 상황도 있었다 .학생이 과외 받기로 약속했지만 연락 없이 잠적하거나,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 하지 않겠다고 통보할 때 안씨는 한없이 우울해졌다. 그래도 대체로 좋은 학생이 더 많았다.

과외가 만들어 준 소중한 인연들도 있다. 지난 겨울, 안씨가 만났던 국제학부 재학생 2명과는 수업을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사적으로 밥도 먹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들은 현재 서로의 고민을 터놓고 공유할 수 있는 친한 친구가 됐다. 학번과 전공을 불문하고 수강생들끼리 친구가 되는 상황도 연출된다. 오윤지(철학·19졸)씨는 “포토샵 초보여서 많이 헷갈렸지만,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지금은 혼자서도 이것저것 잘 만든다”며 “같이 수업 듣는 수강생과도 친해져서 좋은 친구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 수업이다”라고 전했다.

안씨의 장기적 목표는 분야에 상관없이 본인의 회사를 세우는 것이다. 안씨는 “요즘은 의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지금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도 흥미를 느껴 조금 더 폭넓게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포토샵 수업에 대해 “가르치고 또 잘 따라와주는 것 만큼 보람찬 일이 없다”며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계속 수업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듀얼 모니터: 한 대의 컴퓨터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두 대의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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