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한 범죄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주은(사학·90년졸) 동문이다. 여성 안전을 위해 앞장서는 조주은 여성안전기획관을 3일 경찰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주은 동문. 그는 작년 경찰청 직제 개편 이후 최초의 여성안전기획관 자리에 올랐다.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조주은 동문. 그는 작년 경찰청 직제 개편 이후 최초의 여성안전기획관 자리에 올랐다.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경찰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여성들의 눈높이와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던 것 같아요. 그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에서 직제 개편을 한 거예요.”

2019년 5월에 새로 개편된 여성안전기획관은 생활안전국 소속 여성안전기획과와 여성대상범죄수사과 두 개의 과를 지휘하면서 생활안전국장을 보좌하는 자리다. 조 기획관은 최초의 여성안전기획관으로서 그 첫 걸음을 시작했다.

조 기획관은 여성안전기획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로는 여성 대상 범죄를 담당하는 부서를 총괄하고 협업하는 것을 꼽았다. 과장들과 매달 한 번씩 ‘여성안전 전략 협의체’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여성 단체와의 소통이다. 조 기획관은 5월경, 여성 단체 대표를 포함한 자문단을 위촉하고 첫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조치 시 고민되는 지점을 여성 단체에 묻고 모니터링하며 참고한다고 했다. 3월25일,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가 본청에 생기면서 조 기획관은 피해자 보호 단장을 맡게 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으로서의 9년 6개월, 여성가족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서의 1년. 조 기획관이 여성안전기획관으로서 발돋움하기까지의 이력이다. 조 기획관은 “정년이 보장된 입법조사관이라는 자리를 내려두고 장관 퇴임과 함께 자동 퇴직 처리되는 여성가족부 장관정책보좌관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 그가 조 기획관에게 여성 정책 전문가이면서 친화력이 있는 여성 추천을 부탁했던 적이 있다. 당돌할 수 있겠으나 조 기획관은 “여성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친화력이 좋은 사람을 제 주변에서 꼽자면 1순위는 접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역대 여성가족부 장관정책보좌관의 평균 임기는 1년 1개월이기에, 안정적인 길을 걷는 대신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진 장관의 임기가 끝날 무렵 여성안전기획관을 모집하는 재공고가 났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정책보좌관이었던 조 기획관은 현재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조 기획관은 그동안의 경험들이 여성안전기획관의 역할을 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입법조사관 당시 쌓았던 여성 정책의 법·제도적 전문성과 더불어 입법 과정에 대한 이해와, 정책 보좌관 당시 맺었던 여성 단체 활동가와의 네트워크까지.

“현재 여성 대상 폭력 관련해서 여성가족부와 긴밀한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당시 쌓았던 신뢰 덕분에 원활한 소통을 하고 있어요. 제 역할에서 협업과 소통이 중요한데, 제가 가진 모든 인적 자원을 활용해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학부 4년과 대학원 10년. 조 기획관은 14년을 이화에서 보냈다. 여성학과 역사상 석·박사 과정을 제일 빨리 수료했다는 그는, 이화에서의 가르침을 묻자 “본인을 드러내는 힘을 배웠다”고 답했다.

“여성 교육의 당당함, 내 의사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어디에 가서도 제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훈련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 전공은 여성학이다 보니 성차별과 같은 문제가 있을 때는 내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고,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노동 운동을 하던 남편과 결혼한 그는 졸업 후 9년 뒤 여성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당시 남편은 정리해고를 당했고, 자녀도 어렸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남들처럼 좋은 환경에서 공부한 것이 아니다보니, 죽어도 졸업을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좋은 스펙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출세해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조 기획관은 시종일관 겸손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후배들이 신자유주의 사회의 무한 경쟁 속, 당장 ‘스펙’을 쌓기보다는 어떤 일을 하면 보람과 재미를 갖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하기를 바랐다.

“인생을 길게 보면서 어떤 가치관으로 사회에 어떻게 기여를 하며 살아갈지 고민하다 보면 오히려 답이 빨리 보여요. 화려함을 좇으며 지름길을 찾아 빠르게 가려고하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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