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베이스 들고 오케스트라 밖으로 나간 음대생
더블베이스 들고 오케스트라 밖으로 나간 음대생
  • 허해인 기자
  • 승인 2019.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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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팀 '키조이스' 리더 이서진씨를 만나다
스타트업 LSJ컴퍼니 대표 이서진(관현·13)씨.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악기 연주팀 키조이스(Keyjoys)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김미지 기자 unknwon0423@ewhain.net
스타트업 LSJ컴퍼니 대표 이서진(관현·13)씨.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악기 연주팀 키조이스(Keyjoys)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김미지 기자 unknwon0423@ewhain.net

버스킹 문화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 가면 K-Pop 안무를 보려 몰려든 사람으로 가득하고, 한강 둔치에서는 기타를 연주하는 버스커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보통의 거리 연주자들과 달리 이서진(관현·13)씨는 더블베이스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말하는 이씨. 그를 지난달 19일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씨는 「꿈을 찾는 음대생」의 저자다. 책 표지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음대 졸업 후의 진로 및 미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실제 이씨는 음악대학원생, 오케스트라 연주가, 음반기획가 등 다양한 직종의 음대 졸업생 25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새내기 때는 현실적인 문제를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기 힘든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 시장이 생각보다 작고 변화에도 보수적이라는 것을 느낀 후 이씨는 자신만의 무대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 연주자가 ‘우리는 달라’라고 말하는 게 먹히던 시대였어요. 연예인이 신비주의 컨셉을 갖고 활동했던 것처럼요. 하지만 요즘은 아이돌이 팬에게 ‘난 너희와 달라’라고 하는 순간 외면당하겠죠.” 이씨는 클래식 장르가 소수만 향유하는 이미지를 고수한다면 곧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수’에서 ‘대중’으로 나아가도록 쉽고 재미있는 인상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악기연주팀 프로젝트 ‘키조이스(Keyjoys)’를 만든 이유다.

키조이스는 지난 5월 춘천에서 버스킹을 하고, 사당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 여러 지하철역에서는 연주회를 열었다. “저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좋아해요. 더블베이스 6대를 지하철에 놓고 공연한 팀은 저희가 최초일 거예요.(웃음)” 이씨는 키조이스트 팀원들과 7월20일 열린 가수 박봄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서진 대표가 만든 악기팀 '키조이스'는 야외 버스킹과 지하철 공연, 쇼케이스 등을 진행하며 클래식의 대중화에 힘쓴다. 사진제공=이서진씨
이서진 대표가 만든 악기팀 '키조이스'는 야외 버스킹과 지하철 공연, 쇼케이스 등을 진행하며 클래식의 대중화에 힘쓴다. 제공=이서진씨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음악인들은 이씨의 행보를 걱정했다. “피아노를 전공하신 엄마가 ‘왜 비싼 악기를 지하철에 놓고 공연해야 하냐’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명문 음대를 나왔는데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으셨던 거 같아요.”

그러나 예체능 전공자의 취업률이 저조하고 국립 오케스트라 규모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씨는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영화 ‘알라딘’(2019) OST를 연주하는 등 매번 다양한 시도를 해요.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보컬리스트도 섭외해 함께 공연하기도 했죠.” 키조이스는 4월에 앨범을 제작해 발매했다.

이씨는 키조이스의 이런 활동을 모두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기록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또한 예체능을 전공하는 후배를 위한 길을 터 주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전 세대에서 고수해온 클래식 음악의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후배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타트업 'LSJ컴퍼니'를 운영하는 이씨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 기획 사업을 통해 예체능 계열 후배를 위한 네트워크 조성을 계획 중이다. “저희 세대의 예능인은 이제 자기 무대를 직접 만들어야 먹고 살 수 있어요. 진실성 있으면서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방법을 항상 모색하고 있죠.”

 

*키조이스 연주영상을 감상해 보세요. 출처=키조이스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