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상을 영상으로, 그림일기로
나만의 일상을 영상으로, 그림일기로
  • 김재연 기자
  • 승인 2019.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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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 크리에이터 버블리, 권대장부, 재연일기를 만나다

‘올클(올 클리어)은 대체 누가 하는 걸까?’ 그림일기 속 주인공 재연은 수강 신청 후 멘붕에 빠졌다. 원했던 학점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료생의 일상! 권대장부 출세하다’의 권대장부는 학생문화관 건물을 오가며 이화인에게 익숙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버블리’는 기숙사에서 룸메이트들과 오순도순 떡볶이를 시켜 먹는다.

이화인들이라면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다.이렇게 이화에서의 일상을 콘텐츠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본지는 ‘버블리’의 고윤지(경영·16)씨, ‘권대장부’의 권유진(사학·19졸)씨, ‘재연일기’의 조재연(문정·19)씨를 만나 소소한 듯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꾸 보게 되는 이화에서의 소소한 일상모음집, 버블리

고윤지(경영·16)

△유튜브 구독자 수: 2만4600명 (17일 오후12시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5115명 (16일 오후11시기준)

△조회 수 가장 높은 영상: ‘이화여대 시험 기간 일상 브이로그’ (2018.06.20.) (16일 오후11시 기준 15만회)

버블리(Bubbly)는 구독자 약 2만5000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그의 채널에는 본교에서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한 브이로그(V-log)들이 가득하다. 유튜브 영상 속 고윤지씨는 팀플, 시험공부, 토익 공부를 한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맛있는 밥도 먹는다.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이 개강에 지쳐하고 방학에 기뻐한다.

영어 단어 ‘bubbly’는 ‘명랑 쾌활한’이라는 뜻이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말이 많고 시끄럽다는 고씨는 “이 단어가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씨가 유튜브를 시작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를 보다가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했다고 고씨는 말한다. 그는 자신을 “원래 일 벌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주변인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버블리의 브이로그를 보는 이화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학내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에는 ‘버블리벗 정말 열심히 산다,’ ‘멋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런 반응을 보고 들으면 너무 민망하고 머쓱해요. 제 일상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편집을 거친 후에 보여 좋은 반응이 나오는 거 같아요. 기록되지 않는 날에는 온종일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만 보기도 해요.”

이화인 유튜버 '버블리' 고윤지(경영·16)씨의 브이로그 캡처화면

고씨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욕심이다. “학교 공부와 유튜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까지 잘 해내고 싶다”는 고씨는 두 학기 연속 평점 4.3점 만점을 받았다. 다른 활동도 하며 높은 학점까지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큼지막한 일정 사이에 있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과제와 팀플은 최대한 공강 시간에 처리했다.

그의 최종 꿈은 ‘연쇄 창업가’다. 당장 졸업 후에는 벤처 캐피털 분야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여러 스타트업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업계라는 생각에서다. “하나의 서비스나 제품이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믿고 그 영향력이 좋은 파급효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업가 정신을 복수전공 중인 그가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간 이유도 꿈과 관련이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환경에서 생활할 때 얻는 에너지와 통찰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 내 삶이 바뀔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소매치기, 어려운 행정 처리부터 집을 구하는 일까지 모두 어렵지만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나면 ‘난 역시 뭐든 할 수 있어’하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한다.

고씨는 현재도 꾸준히 중국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유튜브에 업로드 중이다. 그는 1년이 넘도록 브이로그를 찍어왔지만, 아직도 길에서 카메라를 보며 혼자 말하는 건 못한다며 웃었다. 고씨에게 유튜브란 ‘잘 다듬어진 일기장’이다. “꾸준히 영상을 봐주는 벗들에게 감사해요. 지금은 이화를 떠나있지만, 곧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영상으로 만나길 바라요.”

 

유튜브로 만나는 친근한 선배, 권대장부

권유진(사학·19졸)

△유튜브 구독자 수: 121명 (16일 오후11시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91명 (16일 오후11시 기준)

△조회 수 가장 높은 영상: ‘졸업논문 쓰는 브이로그/척척학사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2019.05.28.) (16일 오후11시 기준 600회)

유튜브 채널 권대장부를 운영하는 권유진씨는 올해 8월 학위수여식을 끝으로 본교를 졸업했다. “학교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슬프다”는 권씨. 그는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날에도 본교 열람실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권대장부는 이제 막 구독자 100명을 넘긴 채널이다. 작년 12월 대만 여행의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채널을 열었다. 조회수가 가장 높은 영상은 올해 5월 올린 졸업논문을 쓰는 브이로그(VLOG)다.

권씨는 ‘대장부처럼 넓은 마음을 가지자’는 뜻에서 채널 이름을 권대장부라고 지었다. 친구들에게 “성격이 불도저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그는 “사람이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권대장부' 권유진(사학·19졸)씨의 영상 캡처화면.

그런 집념 덕분일까. 올해 2월 유튜브에 ‘이화여대 19학번 새내기들은 보세요’를 주제로 영상을 올린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쯤, 본교 홍보실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혹시 제 유튜브 내용이 학교의 위상을 떨어뜨려 관리를 받는 건가 무섭기까지 했다니까요.”

‘이화벗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이화라이프’(이화라이프) 영상의 주제는 제작자가 자율적으로 정하지만, 구상 단계에서 학교 측에 의해 탈락한 소재들도 있다. 동기의 집들이는 너무 사적인 내용이라 올리지 못했고, 교내 심리검사는 검사지의 저작권 문제로 촬영하지 못했다.

아쉽게 올리지 못한 영상들이 있어도 유튜브는 여전히 그에게 자신감의 원천이다. 특히 이화벗 크리에이터 협업 제안이 왔을 때 그는 ‘내가 뭘 해도 될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유명인사다,’ ‘성공했다’는 주변의 장난스러운 반응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다.

권씨는 사학 주전공에 인문예술미디어를 복수 전공했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아 영화 관련 수업들도 많이 들었다. 미디어에 대한 관심은 팟캐스트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팟캐스트 ‘청산유수’를 진행하고 있다. 친한 친구와 소소하게 영화에 관한 수다를 떠는 정도지만, 어느새 후원해주는 사람도 생겼다.

“뉴미디어나 온라인 마케팅 쪽에서 일할 것 같기도 하고, 해외로 간다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사학, 독일어, 인문예술미디어, 유튜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펼친 그는 자신만의 길을 찾는 중이다. 그래도 유튜브에는 계속해서 영상이 업로드될 것이다. 그는 “구독자가 천 명이 될 때까지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권씨는 “이건 저만의 생각인데요”라며 운을 뗐다. 사학과 이야기를 할 때 눈이 가장 반짝였던 그는 “랄라스윗의 보컬 김현아벗도, 스브스뉴스의 재재벗도, 그리고 저도 사학과니까 다 잘 풀리지 않을까요?”라며 미소 지었다.

 

그림일기로 이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재연일기

조재연(문정·19)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664명 (17일 오후12시 기준)

△본교 공식 인스타그램 중 좋아요수가 가장 많은 게시물: ‘재연일기 ep.01_방학에 누가 학교를 와~’ (2019.07.18) (16일 오후11시 기준 좋아요 1540개)

재연일기는 본교 공식 인스타그램(instagram.com)에 업로드 되자마자 평균 1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는 인기 콘텐츠다. 그래서일까, 재연일기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조재연씨는 동기들 사이에서 ‘슈스’(슈퍼스타)라 불린다. 조씨는 이 별명이 부담스럽다며 웃지만 만나는 사람들이 “오늘 나 재연일기에 나오는 거냐”고 물으면 뿌듯하다.

재연일기는 말 그대로 조씨의 일기다. 그가 일기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약 1700명이 팔로우한다. 친구들과의 여행, 수강 신청, 동아리부터 공모전 준비까지. 그는 자신의 일상을 그림과 글로 나타난다.

“일기는 제 습관이에요.” 그는 일기를 중요시했던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썼다. 형식도 다양했다. 어떤 날은 시를 썼고 다른 날은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조재연(문정·19)씨가 이화인의 일상을 그린 '재연일기'는 본교 인스타그램에서 이니를 끌고 있다.
조재연(문정·19)씨가 이화인의 일상을 그린 '재연일기'는 본교 인스타그램에서 이니를 끌고 있다.

그가 그림일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려야겠다고 다짐한 데에는 재수 생활의 영향이 컸다. 조씨는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던 재수 생활을 경험했기에 수능이 끝난 후 색다른 하루가 정말 소중했다”며 “이를 기억하기 위해 그림일기를 그리고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재연일기는 수능이 끝나고 바로 이틀 뒤 시작됐다.

조씨는 자기 전 감정을 정리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쓴다. 일기는 ‘데일리 룩’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화면의 가운데에는 그날 입었던 옷을 그리고 제목을 쓴 다음, 에피소드로 나머지 공간을 채운다. 그날 입은 옷의 색깔이 일기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제가 오늘 입은 옷이 머스타드색 티셔츠와 청바지니까 그림도 같은 색 조합으로 해나갈 수 있어요. 데일리 룩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잡으면 컷 구성도 쉬워요.”

재연일기를 연재한 지 약 8개월이 지난 7월, 본교 홍보실에서 연락이 왔다. 이화벗 크리에이터로 협업하자는 제안이었다. 홍보실 담당자는 조씨가 ‘이대 합격’을 주제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일기를 보고 그를 이화벗 크리에이터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본교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동아리 활동, 중고거래, 기숙사 생활, 수강 신청 등의 이야기를 그린 재연일기가 소개됐다.

‘이화라이프’에는 조씨가 교정에서 본 학생들의 데일리 룩을 그리는 코너도 있다. 조씨는 “벗들의 참여를 이끌만한 콘텐츠를 고민하다가 데일리 룩 코너를 기획하게 됐다”며 “나뿐만 아니라 벗들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하게 됐다”고 코너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이 코너에서는 ‘계절러(계절학기를 수강하는 학생)들 힘내라고 태그 한 번씩 해줍시다,’ ‘벗들의 룸메이트는 무슨 과인가요?’와 같은 문구들로 본교 재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낸다.

“글씨체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다시 쓰고, 그림도 다시 그려요. 정성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조씨는 “팔로워가 늘다 보니 더 공들여 예쁘게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재연일기를 보는 이화 벗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사랑합니다”였다.

“제 TMI(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를 재밌게 읽으며 좋아해 주고 응원해줘 큰 힘이 돼요. 앞으로도 제 이야기 많이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