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가루 날림·좁은 면적·냉난방시설 부재 등 문제
총무처,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개선할 예정

학내 노동자 휴게공간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개선을 권고했다.

학관 7층에 있는 남자 휴게실 내부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학관 7층에 있는 남자 휴게실 내부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고용노동부, 노동자 휴게공간 개선 권고

고용노동부가 10월25일 본교에 대해 실시한 ‘경비·청소용역, 판매직 노동자 보건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법학관, 국제관 등 지하에 운영 중인 휴게실을 가급적 지상에 설치할 것, 학관 7층에 위치한 남자 휴게실 내부에 냉방기를 설치할 것, 조형예술관(조형관) A동 남자 휴게실에 냉방기 및 환기시설을 설치하고 최소면적(6m²) 이상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이화여대분회(비정규직 노조) 차근철 분회장은 “벌금을 문다거나 구속력이 있는 명령이 아닌 노동자 휴게공간을 가급적 시정하라는 고용노동부의 권고는 부실하다”며 “휴게공간이 없는 지하 주차장 노동자들의 작업공간은 조사하지 않은 채 경비·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휴게공간만 점검한 점 또한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학생 그룹 이화여대 모임은 “고용노동부에서 휴게공간 실태 조사에 나섰으나 찾아간 곳에서 ‘이만하면 살만하다’는 태도로 냉방기를 설치하는 정도만 하라는 듯이 권고했다”며 “본교는 이런 부실한 권고조차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논의하자고 했다던데 인권을 정말로 생각한다면 휴게공간과 작업실을 당장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구자일 직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휴게시설 설치와 관련한 규정은 있지만 세부 규정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이화여대 노동자 휴게공간의 경우 법적인 제재가 어려워 권고문이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휴게공간, 직접 찾아가 보니

교내 용역노동자 생활공간은 독립된 휴게실, 사무실 내 휴게공간 등 약 100곳. 이 중 총무처가 파악하기에 상대적으로 개선이 시급한 공간은 조형관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ECC 주차관리실, 학관 남자 휴게공간이다. 학내 노동자 휴게공간 실태가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11월27일 조형관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ECC 주차관리실, 11월29일 학관 남자 휴게공간을 찾았다.

조형관 청소 노동자 휴게공간은 조형관 A동 뒤 석조장, 목공소, 용접실 옆에 있는 3평 남짓의 컨테이너 박스다. 이 중 약 1평(3.3m²)은 남성 노동자 한 명의 휴게공간으로 사용되며 약 2평(6.6m²)은 여성 노동자 4명의 휴게공간이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에 명시된 바로는 사업장 휴게공간의 최소 전체면적은 6m² 이상이어야 한다. 남성 노동자 휴게공간은 최소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또한 장소 특성상 석조장과 목공소에서 석고 가루와 먼지가 날려 휴게공간 안으로 유입된다. 조형관 B동에 설치된 환풍기 소음 때문에 쉬는 시간에 잠들기 어렵고 근처의 쓰레기와 하수구로 인해 악취가 나기도 한다. 조형관 청소노동자로 근무 중인 ㄱ씨는 “평소에 오전6시30분에 와서 30분 정도 쉬다가 오전7시부터 오전11시까지 근무한 후 계속 이 공간에서 쉰다”며 “일찍 출근하다 보니 한 시간에서 정도는 여기에서 자려고 하는데 시끄러워서 못 잔다”고 말했다. 이어 “석고 가루와 나뭇가루가 방으로 들어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2005년부터 13년째 조형관 청소노동자로 근무 중인 ㄴ씨는 “여기 오고 나서 한 번도 컨테이너 박스가 바뀌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학생들이 버린 장판을 주워 쓰고 냉장고도 주워왔는데 이제는 환경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근철 이대분회장은 “노동자들이 적어도 학교 건물 안에서 쉴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건물 밖 컨테이너 박스에 있게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찾아간 ECC 주차관리실은 ECC 지하 5층 주차장 내부에 있다. 주차 관리 노동자들은 2010년에 중강당에서 주차장으로 업무 공간을 옮긴 후부터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 이들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오전7시30분부터 오후8시까지 근무하는 동안 자동차 매연을 끊임없이 마신다. 창문이 없어 직접적인 환기가 불가능하고 주차장 이용객들이 계속 왕래해 주차장의 공기가 업무공간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한 주차 관리실 내부에 난방 장치가 없어 겨울에는 추위에 시달린다. 별도의 휴게공간도 없어 학기 중에는 업무 공간에서 식사해야 한다.

주차 관리실 소속 유해숙씨는 “공기 질이 나빠 감기에 걸리면 2개월 동안 낫지 않고 항상 콧속이 헐어있다”며 “난방이 아예 되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 근무할 때는 손이 시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공간을 직접 알아보라고 하는데 학교에 빈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이전 사무실이 있던 중강당으로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29일 찾아간 학관 7층 남자 휴게공간은 남성 노동자 한 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냉방기가 없다. 서울 최고기온 39.6도를 기록한 올여름에도 학관 외곽 청소 노동자는 이 곳에서 쉬어야 했다. 청소 노동자 이문재(69·남·서울 강서구)씨는 “올여름 뜨거운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와서 점심밥을 못 먹었다”며 “휴게 공간에 들어오지 못하고 이화·포스코관 등 시원한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학교가 냉방기를 설치해준다고 했는데 아직 안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총무처 총무팀 손유종 직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내 노동자 휴게공간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공간 확보’”라며 “냉·난방 시설은 확인 즉시 조치할 수 있지만 공간 확장, 이전 등이 필요한 경우는 즉각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선 요구가 들어온 공간의 개선안을 마련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보완할 예정”이라며 “향후 관련 부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다른 휴게공간들도 순차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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