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필기하고 질문, 설명하는 논쟁의 장
스스로 필기하고 질문, 설명하는 논쟁의 장
  • 강지수 기자
  • 승인 2018.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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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6일 2학기 강의 우수 교원 및 영어강의 우수 교원으로 다양한 전공에서 9명의 교수가 선정됐다. 수상자는 김지혜 교수(호크마교양대학), 김찬주 교수(물리학과), 우현애 교수(약학과), 이영민 교수(사회과교육과), 정지영 교수(여성학과), 조사방 교수(작곡과), 한유경 교수(호크마교양대학)이다. 영어강의 우수 교원으로는 김민정 교수(영어영문학과)와 차선신 교수(화학·나노과학과)가 선정됐다. 본지는 그중 인터뷰를 수락한 김찬주 교수, 정지영 교수, 조사방 교수, 차선신 교수를 만나 독특한 교수 방법과 변화하는 대학교육환경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교무처 교원지원팀은 2000학년도 1학기부터 매 학기 7~10명의 강의 우수 교원을 선정하며 2014학년도부터는 영어강의 우수 교원 선정도 시작했다. 최근 4학기 동안 학기당 학부 1개 과목 이상을 담당한 교원 중 매 학기 강의 평가 점수, 강좌 수, 수강 인원, 과목의 특성(이론/실습)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누적 수상 교원은 약 320명이며 중복수상 교원은 32명이다. 최근 4년 이내 수상 교원은 제외되며, 해당 교원의 계열과 소속 대학(원)도 고려된다.

정지영 교수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정지영 교수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수강평

수업 시간에 토론을 통해 질문하는 과정은 익숙해진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의문을 제기하려는 노력을 하도록 도와줬다. 교수님이 토론을 장려하시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토론 중에 훌륭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여러 학생의 의견을 듣는 것도 좋았다. -민지연(작곡·15)씨

 

△스스로 필기하고 질문, 설명하는 논쟁의 장

정지영 교수의 여성학 강의는 활발한 토론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정 교수는 매 수업 시간마다 일방적으로 강의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답변하도록 만든다. 학생들은 100명이 넘는 학생들 앞에서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학생이 답변을 이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모르는 부분도 확인하고 그 부분에 관해 설명하려면 추가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스스로 책을 찾아보게 된다.

사실 정 교수 역시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수업 방식이 부담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학생들이 교수가 예상하지 못하는 질문을 하고 엉뚱하거나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교수는 이런 점을 감내하면서라도 학생들이 서로 협업해서 수업을 만들도록 권장한다.

정 교수는 학사부터 박사학위까지 모두 사학을 전공했다. 여성학을 처음 접하게 된 기회는 서강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일 때 우연히 찾아왔다. ‘현대사회와 여성’이라는 강의에서 수업 외 시간에 토론을 진행할 조교를 모집했고 정 교수가 토론 조교를 맡게 됐다. 그 당시 학생들과 토론 의제를 만들고 논점을 던지며 토론을 진행했다. 수업 시간 외에 별도로 진행된 토론이었지만, 학생들은 토론 수업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였다. 토론 수업으로 첫 여성학 강의를 시작한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당시에 학생들은 토론 수업에서 얻은 것이 많다는 평가를 해주었고, 그런 평가를 받으며 본인의 강의 방식에 더욱 확신을 하게 됐다.

정 교수 강의의 또 다른 특징은 판서를 통해 노트필기를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중요한 키워드나 학생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나 명사를 칠판에 적어주고 나머지 대부분은 이야기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그 내용을 받아 적고, 수업시간에 교수가 하는 말의 중요도를 스스로 판단해 필기한다. 강의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의견이나 느낌도 메모로 넣는다. 정 교수는 “어떤 때는 강의록만큼 완성도 높은 필기 노트를 작성하는 학생이 있어 매번 놀랍고 기특하다”고 전했다.

최근에 여성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며 여성학의 이론적인 부분 역시 변화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많은 사건들을 어떻게 해설할 수 있을지를 선배 연구자들의 연구성과 및 여성학의 주요 이론과 연계시켜 설명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학생들에게 이론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여성학에 대해 그 이론을 배워서 곧바로 현실적인 활용이 가능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매 학기 여성학 강의 수강생들은 다양한 의제에 대한 의견교환에 대해 호평을 남긴다. 우선 여성학이라는 수업내용 자체부터 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학생들이 궁금해하고 부딪힐만한 내용에 대해 직접 배우는 시간이고 ‘나와 다른’ 의견을 마주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성학은 본래 논쟁적인 학문이다. 논쟁을 통해 그다음으로 나아가는 학문인 만큼 다양한 의견접촉이 필요하다. 논쟁거리를 피하지 않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다른 생각들을 접하며 서로가 조금씩 변화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

정 교수가 생각하는 여성학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극단적 논의와는 거리가 먼, 다층적이고 복잡하며 깊이 있는 학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접근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더욱 열린 마음으로, 여성학을 공부하는 선배 연구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여성학과 역사학은 불가분의 관계다. 정 교수는 “여성학과 역사학의 공통점은 변화에 대한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역사학은 과거 사건을 단순 암기하는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해석상의 변화를 거치는 학문이다. 여성학 역시 변화를 기대하고 논쟁을 하는 학문이므로 변화에 대한 학문이다. 정 교수는 그 예로 박사학위 논문이었던 ‘조선 시대의 호적대장 연구’를 제시했다. 논문 발표 시기가 한국의 호주제 폐지와 시기가 겹쳤고 여성사학이라는 분야에 더욱 관심을 지니게 됐다. 또한 여성학 안에서 ‘젠더’에 관한 중요 논의를 한 학자 역시 여성사학자다. 정 교수는 여성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교육환경의 변화에 관해서 정 교수는 온라인 강의가 기존 강의를 대체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 교수 역시 K-MOOC 강의 제의를 받은 적은 있지만 온라인으로 수업했을 때 토론 중심의 여성학 강의는 생명력을 잃는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더 깊이 생각하고 자유롭게 발언하고 토론하며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는 생각의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 방향을 추천했다. 정 교수는 “수업을 듣고 난 후 관련 전공의 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지적인 힘을 키우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