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6일 2학기 강의 우수 교원 및 영어강의 우수 교원으로 다양한 전공에서 9명의 교수가 선정됐다. 수상자는 김지혜 교수(호크마교양대학), 김찬주 교수(물리학과), 우현애 교수(약학과), 이영민 교수(사회과교육과), 정지영 교수(여성학과), 조사방 교수(작곡과), 한유경 교수(호크마교양대학)이다. 영어강의 우수 교원으로는 김민정 교수(영어영문학과)와 차선신 교수(화학·나노과학과)가 선정됐다. 본지는 그중 인터뷰를 수락한 김찬주 교수, 정지영 교수, 조사방 교수, 차선신 교수를 만나 독특한 교수 방법과 변화하는 대학교육환경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교무처 교원지원팀은 2000학년도 1학기부터 매 학기 7~10명의 강의 우수 교원을 선정하며 2014학년도부터는 영어강의 우수 교원 선정도 시작했다. 최근 4학기 동안 학기당 학부 1개 과목 이상을 담당한 교원 중 매 학기 강의 평가 점수, 강좌 수, 수강 인원, 과목의 특성(이론/실습)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누적 수상 교원은 약 320명이며 중복수상 교원은 32명이다. 최근 4년 이내 수상 교원은 제외되며, 해당 교원의 계열과 소속 대학(원)도 고려된다.

차선신 교수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차선신 교수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수강평

개념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시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말도 잘하시고 실험 수업을 들을 때 종합과학관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신다.-도혜연(화학·17)씨

 

△유튜브와 교양과학 서적 활용, 처음 듣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책꽂이에 교양 과학 서적이 가득 들어찬 연구실에서 차선신 교수(화학·나노과학 학과)를 만났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강의력이 좋다는 소문이 났다는 말에 그는 단번에 ‘교양 과학 서적’을 이유로 꼽았다. 차 교수는 “교양 과학 서적의 좋은 점은 일반인한테 과학개념을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라며 “책 내용을 바탕으로 교과서를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연구자로서 16년을 보냈지만, 대학교 강단에는 2016년 처음으로 선 초보 교수다. 연구소에 있다 보면 대학교로 이직할 기회가 많지만 망설였던 이유는 정해진 시간에 수업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자에게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 교수는 걱정이 무색하게 학부 수업을 시작하게 됐을 때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날은 수업할 때 학생들과 교감이 잘 되는 날이 있다”며 이런 즐거운 작업을 통해 상을 받으니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영어 강의 우수 교원에 선정된 차 교수에게 영어강의에 대한 어려움이 없냐고 묻자, 그는 한국인으로 가득 찬 강의실에서 영어로 얘기하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어로 수업한다는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콘텐츠’에 온 힘을 다했다. 차 교수는 “교과서를 전부 읽으면서 수업 준비를 했다”며 “전공 서적이 굉장히 두꺼운데 최소 두 번 읽고, 완전히 이해한 후에 쉬운 언어로 바꿔 학생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교과서를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PPT와 유튜브(Youtube) 등 흥미로운 콘텐츠도 활용했다. 교과서에 주어지는 기본 강의 PPT에 더하고 싶은 흥미로운 영상들을 추가해 보여준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이 강의에 재미를 느끼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차 교수는 기자에게 한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진공상태의 실험장에서 볼링공과 깃털을 떨어뜨리면 어느 것이 먼저 떨어질지에 대한 영상이었다. 그는 “과학자들이 증명해놓은 이론은 책에서 보고 넘어가면 ‘그냥 그런가 보다’에서 그치게 된다”며 “이런 흥미로운 영상을 보여주면서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로 지식이 어디서나 접근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차 교수는 “예전에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매체가 적었다”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교육의 형태도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식을 암기하는 수업보다는 지식을 활용하는 수업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학부생일 때와 지금의 수업방식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실험의 비율이 높아져야 학생들이 과학을 몸으로 접할 수 있는데, 이론 수업이 대부분인 학부 강의 특성상 실험을 통해 결과를 해석하는 기쁨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연구자 생활을 오래 한 교수답게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차 교수는 “과학은 적극적인 학문”이라며 “실험하는 사람들이 중시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실험하면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자신이 연구하며 발견한 결과를 학생들에게 자주 소개한다. 일례로 DNA와 RNA를 구성하는 뉴클레오타이드가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되는 락타메이즈 효소를 저항한다는 결과를 소개하며, 이 둘의 상관관계를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원래 결과를 내려던 실험이 아님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며 “ 때문에 학생들이 실험을 가까이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학습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도 수업에 곁들인다. 그는 “본교 학생들의 자질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에 자질이 있는 친구들이 외부 요건에 의해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차 교수는 사회가 소위 ‘잘나가는 직업’을 선택하게끔 압박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과학자 외에 어떤 직업을 갖든지 학생들에게 ‘좋은 태도’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 차 교수는 평소 ‘태도가 모든 것이다(attitude is everything)’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사회에 큰 공헌을 하기 위해서 굳이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탈리거마이드’라는 약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했다. 탈리거마이드는 입덧을 방지하는 약으로 임신기 여성에게 중요하지만 태아를 기형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부작용을 비껴갈 수 있었다. 젊은 박사인 ‘켈리(Kelly)’ 덕분이었다. 켈리 박사는 당시 미국 식품의약처(FDA) 박사 학위를 받은 신입 직원이었다. 차 교수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탈리거마이드의 수락권이었다. 켈리 박사는 제약회사의 압력과 FDA 내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탈리거마이드를 수락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미국은 탈리거마이드의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차 교수는 “켈리 박사는 평범한 과학자지만, 좋은 태도를 갖고 있다”라며, “이화의 학생들도 이런 좋은 태도를 갖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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